'정인이법' 제정 뒷북, 문제는 법 아닌 양형... 아동학대치사 대법원 권고 '최대 징역 10년'
'정인이법' 제정 뒷북, 문제는 법 아닌 양형... 아동학대치사 대법원 권고 '최대 징역 10년'
  •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21.01.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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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치사,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으로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
"형량 하한선 높이면 유죄 입증만 까다로워져... 양형 권고 상향해야"

▲유재광 앵커= 의붓엄마의 상습 폭행과 의붓아빠의 방임 속에 생후 겨우 16개월만에 췌장 절단으로 숨진 정인이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정인이법’ 제정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정인이법이라고 하는데 어떤 법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아동학대 관련한 법안들이 40여 개 발의됐는데 골자는 크게 2개 입니다. 하나는 '처벌 강화' 또 하나는 '즉시 격리'입니다.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행위자 뿐 아니라 감독기관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하는 등 내용이 담긴 법안들이 앞서 말한 대로 40여 개나 발의돼 있습니다.

여야는 일단 법안을 조속히 논의해 오는 8일 내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여당은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격리 조치를 위한 예산을 추경에 반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처벌 강화 관련해서 '잘못된 방향이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윤수경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에서 활동 중인 김예원 변호사가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법 만드는게 장난도 아니고 개악을 걸러낼 새도 없이 이 많은 법들을 오늘 소위심사하고 이틀 뒤 본회의 통과시키는 게 말이 되나?”고 정치권의 요란한 뒷북 행태를 질타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나도 가해자 강력처벌에 동의하지만 법정형 하한을 올려버리면 피해자들이 너무 힘들어진다"며 "아예 기소도 안 되고 법원에서도 높은 수준의 증거가 없으면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법정형 하한선을 조정할 게 아니라 권고양형을 상향 조정하면 되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즉시 분리 관련해서도 지적했다고 하는데 이건 어떤 내용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즉시 분리 매뉴얼과 관련해선 “즉시 분리를 기본으로 바꾸면 분리해서 가뜩이나 쉼터가 분리아동의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갈 데 없는 아이들 어디 보내려고 이러시나”라며 “고위험가정, 영유아, 신체상처, 의사신고사건 다 이미 즉시 분리하도록 돼있는데 그 매뉴얼이 잘 작동되는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정인이 사건 의붓엄마를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뭐가 어떻게 다른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현행법은 '미필적 고의'를 포함해 '고의성'에 따라 살인죄와 치사(致死·결과적으로 사망)를 엄격히 구분해 처벌합니다. 똑같이 사람을 죽게 했더라도 처음부터 죽이려는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면 '살인죄'인 반면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면 '치사죄'를 적용합니다.

검찰은 지난 12월 양모인 장모 씨를 기소하면서 아동학대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를 적용했지만, 살인죄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부모나 양육자의 학대로 아이가 사망했을 경우 일반적으로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처벌법의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되는데 이는 ‘고의 입증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살인죄는 사람을 죽이겠다는 적극적인 고의 또는 ‘이러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이 엄격하게 입증돼야 하지만,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대부분 흉기 등을 쓰지 않고 학대가 장기간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수사기관은 관행적으로 관련 범죄를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하고 있습니다.

▲앵커= 검찰 입장은 어떤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지난해 10월 사망한 정인이는 두개골과 갈비뼈가 여러 곳 부러졌고 몸 안쪽 깊숙한 곳 췌장도 파열돼 있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힌 사망 원인은 '등 쪽을 강하게 맞아 생긴 장기 손상'인데요. 장 씨는 조사에서 아이를 들고 있다가 떨어뜨려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불상(알 수 없음)의 방법'으로 충격을 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었습니다. 

다만 검찰은 이후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해 지난 달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숨진 정인 양의 사망 원인 재감정을 의뢰했다고 4일 밝혔습니다.정인이 몸에 난 상처를 재감정해서 살인의 고의를 판단할 수 있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인데요. 결과는 이번 주 안에 나올 예정입니다.

검찰은 의뢰해둔 법의학자들의 재감정 결론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앵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췌장이 절단되고 파열되는 상황에 이르려면 보통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폭행으로 췌장이 파열돼서 사망한 일반 성인 사건의 경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서 살인죄로 처벌한 경우가 있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일반 성인들을 상대로도 살인죄를 적용하는데 자기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16개월의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이런 폭행을 단순 과실범의 문제로 보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아동학대치사죄 형량은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2014년 신설된 아동학대 특별법에 따른 아동학대치사죄 형량 자체는 낮은 편이 아닙니다. 아동학대치사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최대 무기징역도 가능한데요. 하지만 실제 형별의 기준을 정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고 징역 10년형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면 양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살인 범죄 중 '보통 동기 살인'에 대해 양형위원회는 기본형으로 10~16년, 가중될 경우 15년 이상 혹은 무기 이상의 형을 권고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정 씨에게 살인죄가 적용될 경우 최소 1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이라는 더 큰 형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앵커= 심각한 아동학대 문제가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조기 발견과 신고율이 전반적으로 낮습니다. 외국의 경우 신고 건수 중 80%가 신고의무자의 신고로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는 23%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가 주위에 늘 노출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모와 아이들만 집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 독일에서는 코로나19로 고립되다 보니 사회복지사들이 아이에게 전화하거나 집 앞에 찾아가 직접 만나는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지역사회 중심의 보호 또는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두 번째로 학대 예방을 위한 예산과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아동보호 관련 예산은 GDP 대비 0.2%로 OECD 평균 예산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어려운 문제가 ‘사후조치’인데 아동학대 사건은 행위자가 보호자인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양형기준을 높이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보호자가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있도록 취업 알선, 알코올 중독 및 조울증 치료, 상담 등이 지원돼야 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보호자가 의무적으로 치료·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인식 개선이라는 생각입니다. 

아이들을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보호와 돌봄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아동의 안전은 시혜가 아니라 아동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고 아동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입니다.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권리적인 차원에서 시스템을 강화해서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앵커= 네, 말씀하신 대로아동학대는 부모나 가정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사회와 국가 전체가 책임과 의무를 떠안아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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