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인두축명(人頭畜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짐승처럼 우는구나
"정인아 미안해"... 인두축명(人頭畜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짐승처럼 우는구나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1.01.05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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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치사 아닌 살인죄로 처벌해야" 분노
검찰, 사건 재감정 의뢰... 공소장 변경도 검토

[법률방송뉴스] 양부모의 상습 폭행에 시달리다 입양 8개월 만에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가해 양부모를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습니다.

오늘(5일) ‘뉴스 사자성어’는 사람의 머리를 하고 짐승처럼 울다, 인두축명(人頭畜鳴) 얘기 해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16개월 된 아기가 숨졌습니다. 이름은 정인이.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 내 출혈 등 복부손상.

가해자는 정인이를 입양한 의붓엄마 장모씨였습니다.

뭘로 어떻게 했는지 이제 겨우 16개월 된 아이의 등에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이 끊어지게 만든 겁니다. 참혹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정인이를 입양한 정씨는 무슨 이유에선지 그 전부터 수개월 간 정인이를 상습 폭행해 좌측쇄골 등 전신에 시기가 다른 골절상을 입혔고 그 외에도 장간막 파열 등 심각한 상해를 입혔습니다.

정인이가 겨우 10개월을 지날 무렵부터입니다.

말도 못하고 저항도 못하는 아기가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지 짐작도 하기 어렵습니다.

장씨의 남편 안모씨는 아내의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로 아기가 극도로 약해지고 고통스러운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임했습니다.

부부 모두 얼굴만 사람이지 짐승보다 못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경찰 조치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관할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5월과 6월, 9월에 입양기관과 어린이집, 소아과 의사 등으로부터 세 차례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도 혐의가 없다고 보고 내사종결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3차 신고 한달 뒤 정인이는 췌장이 끊어져 숨지는 참혹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검찰은 의붓엄마 장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학대 사실을 알면서 방치한 양부 안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이들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고, 담당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 앞으로도 엄벌을 탄원하는 진정서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까지만 400장 넘는 ‘엄벌 진정서’가 재판부에 접수됐습니다.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이른바 ‘살인의 고의’를 입증해야 합니다.

관련해서 검찰은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부검의 3명에게 사건 재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공소장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첫 재판기일이 오는 13일인데 재감정 결과에 따라 검사가 공소요지를 밝히면서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6월 9살난 아이를 7시간 동안 여행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천안 의붓어머니 사건 1심에서 법원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해 징역 22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아이가 숨질 수도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던 만큼 살인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인두축명(人頭畜鳴), 사람 인(人) 머리 두(頭) 짐승 축(畜) 울 명(鳴), “사람의 머리를 하고 짐승처럼 운다”는 말입니다.

사마천이 역사서 사기 ‘진시황 본기’에서 진 2세 황제 호해를 지칭해 평가한 말입니다.

가혹한 세금과 부역으로 천하 백성은 도탄에 빠져 허덕이고, 거리엔 형벌을 받은 자들이 널브러졌고 저자거리엔 죽은 시체가 산처럼 쌓이는데 천자는 사치와 향락만 일삼았습니다.

‘말을 가리켜 사슴이라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를 만들어 낸 간신 조고의 헛된 말에 속아 좌승상 이사를 죽이고 우승상 풍거질과 장군 풍겁을 핍박해 자살하게 만듭니다.

이런 목불인견의 참상을 일으킨 호해의 행동을 사마천이 “가슴이 아프다. 사람 머리를 하고 짐승처럼 우는구나” 통재언호(痛哉言乎) 인두축명(人頭畜鳴) 8자로 평가한 겁니다.

사람의 외양을 하고 있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는 통렬한 질타입니다.

국민적 공분과 비판이 비등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정인이 사건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서면 브리핑 답변 형식으로 ‘재발방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오늘 아동학대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말 가슴이 아프다. 아동학대 사건이 근절 안 돼 송구하다”며 “아동학대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한 양형기준 상향을 법원에 요청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소만 자꾸 잃지 말고, 제발 외양간을 좀 확실하게 고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3일 정인이 사건 첫 재판에서 살인죄 혐의가 추가 또는 변경되는지, 향후 형량이 얼마나 선고되는지는 일단 지켜봐야겠습니다.

참고로 여러 사람을 죽게 만든 인두축명(人頭畜鳴)과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의 주인공 호해와 조고도 결국엔 제 명대로 곱게 죽지는 못했습니다.

꼭 누구를 사형시켜야 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지만, 반드시 죄에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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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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