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도 무죄, 무고도 무죄... 대법원 “진실에 반한다고 단정 어려워”, 무고죄 법리는
강간도 무죄, 무고도 무죄... 대법원 “진실에 반한다고 단정 어려워”, 무고죄 법리는
  • 신새아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20.09.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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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와 성관계 대학원생, '성폭행' 고소... 지도교수, 무죄 나자 '무고' 고소
1·2심 '무고' 유죄... 대법원 “대학원생 일관된 태도, 허위 고소로 단정 어렵다"

▲신새아 앵커= 앞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관련한 내용 전했는데, 관련해서 무고죄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강간 고소했다가 1, 2심에서 무고죄 유죄 판결을 받은 30대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무고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는데, 사건 경위가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법무법인 게이트)= 30대 대학원생 A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지도교수 B씨가 자신을 강간·간음했다며 B씨를 고소했습니다. A씨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인 B씨가 지도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1년 4개월여간 모두 14회에 걸쳐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첫 범행일이 남편의 기일이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범행 날짜를 번복하는 등 일관된 진술을 하지 못했습니다. 고소 당시에는 B씨가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범행 시기 전후로 두 사람이 호의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확인되자 길들이기 수법인 '그루밍' 성범죄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간음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B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A씨와 B씨는 내연관계로 지내며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일 뿐, B씨가 A씨를 강간하거나 지도교수로서 지위를 이용해 간음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교수 B씨가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고, 검찰은 A씨를 무고죄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애초 학생 신분이었던 A씨가 교수 B씨를 고소한 계기는 B씨의 부인 C씨가 2016년 7월 자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의 위력에 의해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씨는 C씨에게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씨가 항소하지 않아 민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앵커= 무고 맞고소, 1·2심 판결 사유가 어떻게 되는지 들여다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1심은 "A씨는 2016년 B씨가 자신을 폭행·협박해 강간했다는 취지로 고소했으나, 수사과정에서 내연관계가 드러나자 B씨가 그루밍 수법으로 간음했다는 취지로 주장을 바꿨다"며 "당초 고소사실과 주요내용을 달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가 B씨와의 관계에서 일반적인 '상담자와 내담자' 관계에 있었다거나, B씨에 의해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발적인 의사에 기해 B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씨는 이후 다른 남자친구와 교제하며 결혼 사실을 B씨에게 알리기도 했다"며 "이런 점 등을 볼 때 A씨가 그루밍 수법에 의해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받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 역시도 1심과 같이 A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검찰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형량을 징역 1년으로 높였습니다.

▲앵커= 대법원 판단은 다르게 나온 거죠.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A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한 1, 2심과 달리 대법원은 원심이 무고죄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B씨가 지도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A씨를 간음했다는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한 적극적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시입니다.

재판부는 "A씨가 작성한 고소장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의 기본 취지는 B씨와의 성관계가 A씨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호소한 것"이라며, "A씨가 일관된 입장과 태도를 보인 것에 주목하면 그가 내린 주관적 법률평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언정,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앵커= 좀 어려운데, 대법원 판결 취지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윤수경 변호사= 재판부는 신고 사실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서 신고 사실을 허위로 단정해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A씨가 성폭행 혐의 무죄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고소인인 B씨를 무고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재판부는 A씨의 강간 피해 주장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정황을 과장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고소의 근거가 된 상황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소 내용이 혐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고소 동기로는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가수 박유천도 비슷한 경우였지 않나요.

▲윤수경 변호사= 2016년 7월 가수 박유천은 7월 한 달 간 유흥주점이나 가라오케,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유흥업소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4차례 고소당했습니다. 이 중 두번째로 박씨를 고소한 여성이 허위 고소한 혐의, 무고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두번째 여성인 송씨는 지난 2015년 12월 자신이 일하는 유흥주점에서 박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하고, 허위 방송 인터뷰로 박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렇지만 1, 2심에서 모두 무고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앵커= 이때도 이번 대법원 판결과 비슷한 취지였던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이 여성에 대한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졌었습니다. 배심원 7명 만장일치 의견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신고하고, 박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항소심 재판부 역시 송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송씨의 고소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란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심의 무죄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준 부장판사)는 "박씨의 진술만으로 유흥주점 화장실 안에서 송씨가 성관계를 하기로 동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성관계 도중 누군가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려다 닫는 과정에서 여성인 송씨가 성관계를 계속하려 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률상 (박씨의 행위가) 감금·강간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송씨가 박씨를 고소한 것이 터무니없는 사실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송씨가 언론에 박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인터뷰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인터뷰의 중요 내용인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허위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명 연예인인 박씨의 성폭행 문제는 국민이 알아야 할 공적 성격도 갖고 있다"며 "당시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점과 방송국 관계자가 인터뷰에 응하도록 송씨를 설득한 점을 비춰보면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고통을 받았다며 "적어도 직업이나 신분 때문에 무고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앵커= '강간도 무고도 다 무죄다' 이게 언뜻 모순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난 진짜 성폭행 당한 걸로 생각해서 고소하면 그러면 전부 무고 무죄가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는 타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합니다.

그 성립요건을 보면 첫째로 수사기관이나 징계처분의 권한이 있는 공무소 등에 허위사실을 신고하여야 합니다. 이때 신고자가 '허위'라 믿었더라도 그 내용이 객관적 진실한 사실에 부합하면 허위사실을 신고한 것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고 내용 중 일부가 객관적 진실에 반하더라도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거나 전체적으로 보아 범죄사실의 성립 여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이를 이유로 무고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로 허위사실을 신고한다는 인식과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객관적으로 허위이더라도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확신한 경우라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무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라는 점을 알면서도 신고를 한다는 데 대한 적극적 증명을 요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고소하는 사람 입장과 고소를 당한 사람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팁을 좀 알려주신다면요.

▲윤수경 변호사= 무고죄 때문에 많은 피해자들이 고소를 꺼리는 상황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고의로 누군가를 형사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꾸며 고소를 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상황의 과장 등의 경우에는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고소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무죄의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오해나 갈등의 소지가 없도록 평상시 유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앵커= 무고죄 관련해서 고소를 하는 쪽이든 당하는 쪽이든 억울한 사람은 나와선 안 되겠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윤수경 변호사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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