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입법청원 간다... "표현의 자유" vs "인격권 침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입법청원 간다... "표현의 자유" vs "인격권 침해"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9.18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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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헌법소원 변론 요지서 입수... "진실을 말하는 것이 죄 될 수 없어"

[법률방송뉴스] 형법상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헌재가 공개변론을 열었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법률방송이 해당 헌법소원 변론 요지서를 입수했습니다.

헌법소원과는 별개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조항 폐지를 촉구하는 국회 입법청원 움직임도 있습니다. 이 내용은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법률방송이 입수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변론 요지서입니다.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사실의 적시가 명예를 훼손한다는 해당 조항은 헌법 정신과 규범에 반하는 위헌적 조항이라는 것이 청구인의 주장입니다.

청구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하에서는 어떠한 상황이라도 진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죄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있듯이 일반적으로 진실을 말할 자유가 있다. 사람이 사실을 적시했다는 행위를 형벌이 부과되는 범죄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는 것이 청구인의 변론 요지입니다.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 이상,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청구인은 그러면서 "다만 그 사실의 적시가 공공의 이익과 무관하게 오로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이라는 점이 추정돼야 범죄를 구성하되, 그 증명은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해당 법 조항은 적시된 사실의 진실성과 공익적 목적의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고 이는 위헌이라고 말합니다.

[김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청녕) /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사실적시는 절대 죄가 돼서는 안 된다,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있듯이 사람은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관해서 진실을 말할 일반적인 자유를 갖는다, 이것이 죄가 된다는 발상 자체가 없어져야 할 개념이고 헌법적으로 다시 결단이 나와야 한다..."

반면 헌법소원 사건에서 국가를 대리하는 법무부는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가치이고 기본권이지만, 개인의 인격권 역시 헌법상 보호돼야 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통신과 SNS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사실을 적시한 말이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나중에 회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잊힐 권리'가 논의될 정도"라는 게 법무부 설명입니다.

아무리 사실이어도 질병이나 개인사 등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아무런 규율도 받지 않고 적시하도록 내버려뒀을 경우 그 폐해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현재처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유지하고, 공익적 목적의 경우 위법성을 조각해 처벌하지 않게 하면 된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4년 전인 2016년 2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때도 명예훼손적인 표현은 규제해서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것이 당시 헌재 다수의견이었습니다.

청구인 측은 그러나 헌재가 이번엔 공개변론을 열어 헌재 바깥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만큼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청녕) /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헌법재판소가 전향적으로 위헌 결정이 나올 것 같아요. 그게 또 바로 헌법재판소가 할 일이고요. 헌법재판관들이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질문을 많이 한다는 얘기는 뭐냐 하면 기존의 개념을 다시 새롭게 결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 개념인 것 같아서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적어도 헌법불합치 결정이라도..."

이런 가운데 공익소송과 입법활동 등을 병행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별도의 헌법소원과 함께 국회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조항 폐지를 촉구하는 입법청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픈넷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우리나라 법은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있어 고소가 남발되고 있다"며 청원에 동참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미투 고발이나 상사나 권력자의 갑질 폭로, 내부 고발, 소비자 불만 등의 경우에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이는 결국 진실에 대한 침묵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손지원 변호사(사단법인 오픈넷) / 국회 입법청원운동]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조항에 대해서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의견서를 제출하고요. 또 새로운 사건으로 위헌 제청 신청 그리고 헌법소원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입법운동의 일환으로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의 입법운동도 추진 중입니다."

공익적 목적의 경우엔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준이 모호하다"고 반박합니다.  

"공익이 무엇인지, 공익이 주된 목적인지 비방이 주된 목적이었는지 등은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사장의 이름을 적은 '임금 갈취하는 악덕업주는 각성하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을 한 노동자들이나 제약회사 대리점 갑질 고발 등의 경우에도 명예훼손을 인정한 판례도 있습니다.

오픈넷은 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되면 사생활 침해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을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경우'로 한정해 적용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나아가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을 통해서도 제재·예방할 수 있다"며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이유로 한 해당 조항 존속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어느모로 보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부당하게 위축하고, 우리사회의 감시와 고발 기능을 마비시키는 악법인 만큼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오픈넷은 강조합니다.

오픈넷은 이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의 적시'의 경우에만 처벌 대상으로 한정하는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헌재 결정과 관련해선 손지원 변호사도 이런 취지가 충분히 전달된 만큼 헌재도 이번엔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췄습니다.

[손지원 변호사(사단법인 오픈넷) / 국회 입법운동]
"공개변론까지 했다는 게 재판부가 심각하게 사건 검토를 본격적으로 하고 선고를 곧 내릴 것 같다는 사인인 것 같아서, 저희가 사실은 이런 것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해왔으니까..."

오픈넷은 "개정안을 국회에 전달하면서 서명에 참여한 청원인의 명단도 함께 제출할 예정으로 청원인 수가 많을수록 국회가 개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적극적인 개정에 나설 것"이라며 많은 동참을 요청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입법청원 동참 문의 (→바로가기)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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