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병원 ⑤] 의대 교수인데 병원 근무는 못한다?... 한양대병원의 '이상한 규칙'
[위기의 대학병원 ⑤] 의대 교수인데 병원 근무는 못한다?... 한양대병원의 '이상한 규칙'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7.15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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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떨어지는 교수 병원 근무 제한... 대법원 "과잉진료 우려, 위법"

[법률방송뉴스] 한양대병원에선 앞서 전해드린 '네거티브 인센티브' 제도 외에도 다른 논란이 더 있습니다. 

이른바 '겸임·겸무 금지' 제도인데, 한 마디로 이 제도는 돈 많이 못 버는 의사들을 병원 업무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이건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역시 소송이 제기돼 확정 판결이 났는데, 장한지 기자가 판결 내용을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대학병원 의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직위와,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라는 이중적인 지위에 있습니다.

둘은 두부처럼 반으로 딱 잘라지는 것이 아니고, 의사로서의 업무 수행이 수련의나 의대생들에겐 곧 교육 자체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 한양대병원은 2015년 6월부터 시행된 '겸임·겸무 시행세칙'을 통해 환자 수나 매출액 등 진료 실적이 떨어지는 교수들의 임상교원 겸임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최근 3년간 진료실적 평균 취득점수가 50점에 미달하거나, 소속병원 진료과 소속 교원의 평균 점수 50%에 미달하는 자'는 겸임이나 겸무에서 해지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진료실적 평가 기준은 매출액과 매출액 증가율, 환자 수, 타 병원과 비교한 매출 차이, 이렇게 4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른바 '매출 못 올리는 교수'들을 병원에서 쫓아낼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만든 겁니다.

그리고 이 세칙에 따라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B교수가 지난 2017년 2월 겸임·겸무 해지 통보를 받습니다.

해당 교수는 분만이 주전공으로 알려졌는데 "출산율이 줄고 있는데 그 책임을 교수에게 돌리는 게 온당하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분만 관련한 건 의대생들에게 가르치지 않겠다는 건지, 다른 전공들도 돈이 안 되면 안 가르치겠다는 건지, 말도 안 되는 조치"라는 것이 A 전 한양대 의대 교수의 비판입니다.

[A 전 한양대 의대 교수]
"이렇게 하면서 병원에서 교수들 중에 돈을 많이 못 버는 교수, 그 교수들은 자기네들이 병원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병원에서 진료하는 교수 중에 돈을 많이 못 버는 사람은 그냥 병원에서 내쫓겠다는 거예요. 진료를 못 하게 하겠다는 거죠. 의사한테 진료를 못 하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나가란 소리예요 한 마디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잖아요."

해당 교수는 병원 측의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위원회는 해당 교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사건 시행세칙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 등이 인정되지 않아 비례의 원칙을 위한하는 것으로 위법하다"는 것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입니다.

한양대병원은 그러나 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행정법원에 해당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냅니다.

재판에서 병원 측은 "이 사건 해지는 병원 전문의로서 활동을 제한한 것이고 대학교수로서의 본질적 교육활동을 제한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병원 측은 나아가 "겸임·겸무 해지로 인해 교육활동과 임상연구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급여상 불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분·인사상의 불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소청심사 대상 자체가 안 되고, 따라서 위원회 결정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겁니다.

병원 측은 그러면서 "이 사건 세칙은 의대 교원의 경쟁력 강화와 병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세칙에 근거한 겸임·겸무 해지는 적법하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이 절차상·내용상 모두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겁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하지만 한양대병원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법률방송이 입수한 1심 판결문입니다.

먼저 이 사건 해지가 소청심사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1심은 '교원으로서의 지위'에서 받은 해지로 소청심사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대 교수가 대학 부속병원에서 임상교수를 겸임하는 경우 환자진료를 통해 학생의 임상교육과 학문연구를 발전시키는 것은 대학교수로서의 인격권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양선응 변호사 / '겸임·겸무 해지' 위법 소송대리인]
"수술을 잘하고 못하고 환자 진료를 잘하고 못하고가 기준이 아니고 매출액이 기준이 돼서 그렇게 했는데, 어떤 교수님께서 매출실적이 낮다는 이유로 겸임교수에서 해지가 됐습니다."

법원은 그러면서 한양대병원의 해당 세칙에 대해 "교원의 지위를 불합리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환자 진료와 학문적 발전,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 의대 교수의 역할이자 책무인 점을 고려할 때 환자수와 매출액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오로지 이에 관련된 지표만을 기준으로 교원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그 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양선응 변호사 / '겸임·겸무 해지' 위법 소송대리인]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매출실적을 기준으로 의사 자격을 박탈하는 정확히 말하면 ‘의사면허’를 박탈하는 게 아니고 대학병원의 의사로서의 재직할 수 있는, 의사로서의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였죠. 결국 그래서 의사 입장에서는 CT나 MRI 같은 것도 한 번씩 더 찍게 되고 매출액을 올려야 하니까요."

병원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도 B 교수 손을 들어줘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1·2심에서 내리 패소한 한양대병원 측은 더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와 관련 한양대병원에서 겸임·겸무 해지 통보를 받은 또 다른 C 교수에 대한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매출 압박으로 인한 과잉진료가 우려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해당 세칙이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겸임·겸무 해지 조항이 과잉진료 우려가 있어 국민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겁니다. 

[양선응 변호사 / '겸임·겸무 해지' 위법 소송대리인]
"굉장히 의미 있는 판단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임상전임병원에 대한 겸임·겸무 해지를 심사하면서 병원의 영리활동을 위한 의사의 환자 유치와 매출액 증대 역할에만 초점을 맞춰 국민 보건향상에 이바지하는 역할과 책무를 부담하는 전통에 비춰볼 때 이와 같은 제도는 그 목적의 정당성조차 인정할 수 없으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돼 위법하다고..."

대법원마저 해당 세칙이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등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린 지 1년이 지났습니다.

한양대병원 측은 해당 세칙에 따라 겸임 해지 통보를 받은 교수가 몇 명이나 되는지, 해당 세칙을 폐지 또는 변경했는지 등을 묻는 법률방송 질의에 “확인해 봐야 한다.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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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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