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병원 ⑦] 이번엔 '의사 왕따' '환자 가로채기' 논란... 소송전 비화
[위기의 대학병원 ⑦] 이번엔 '의사 왕따' '환자 가로채기' 논란... 소송전 비화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7.17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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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 "환자 빼돌리기로 진료실적 미비, 병원에서 쫒겨나... 시정 요구도 묵살"
병원 측 "모두 의료전문가들인데 왕따 있을 수 없어... 병원 진료체계 따라 배정"
"병원에서 작정하고 쫒아냈다" 증언... "이익 창출 위해 본보기로 퇴출" 주장도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대학병원이 진료실적에 따라 의사들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문제에 대해 이번 주 내내 집중보도해 드리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한양대 구리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일종의 '왕따'를 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취재했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의대 교수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전문가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의대 교수 왕따 논란' 사건, 한양대병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 사건 또한 진료실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재판을 취재한 장한지 기자의 말입니다. 해당 소장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한양대병원은 지난 2015년 2월 진료실적에 따라 의대 교수의 병원 겸임·겸무를 해지할 수 있는 시행세칙을 만듭니다.

진료실적 평가 기준은 매출액과 매출액 증가율, 환자 수, 다른 병원과 매출 비교, 이렇게 4가지 지표입니다.

한 마디로 이른바 '매출 잘 못 올리는 교수'를 병원에서 쫓아낼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만든 겁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6년 한양대 구리병원 정형외과 K 교수가 이 시행세칙에 따라 병원 겸임·겸무 해지 통보를 받습니다.

쉽게 말해 근무하던 한양대 구리병원에서 "방 빼라"는 통보를 받은 겁니다.

K 교수는 학교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위원회는 K 교수 손을 들어줘 해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합니다.

"해당 시행세칙은 교원의 지위를 불합리하게 제한하는 것이고, 이 사건 해지는 합리적 기준과 수단에 근거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위원회 판단입니다.

한양대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도 K 교수 손을 들어줘 학교 측의 해지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판결합니다.

해당 소송 대법원 판결문입니다.

"이 사건 시행세칙은 환자 유치와 매출액 증대에만 초점을 맞추어 오로지 이에 관련된 지표만을 기준으로 교원의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으나, 이는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 판단으로 K 교수에 대한 병원 겸임·겸무 해지 문제는 법적으로 일단락됐지만, 해당 사건은 또 다른 소송전으로 비화했습니다.

K 교수가 자신이 진료실적 미비 판정을 받는데 "병원 측의 조직적인 왕따와 음해가 있었다"며 학교를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낸 겁니다.

법률방송이 입수한 해당 사건 손해배상 청구 소장입니다.

피고는 학교법인 한양학원 이사장과 총장, 전 한양대 구리병원장이자 현 의료원장, 서울병원장, 구리병원 정형외과 과장 등이 망라돼 있습니다.

평소 자신을 시기해 온 구리병원 정형외과 과장 P 교수가 전공의 등을 시켜 자신을 환자 배분 등에서 '왕따', '직장 내 따돌림'을 시켰다는 게 K 교수의 주장입니다.

K 교수의 전공은 어깨 관절과 팔꿈치 관절이고, P 교수는 일반 외상 전문의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공의들을 지도·감독하는 P 교수가 응급실 등에 환자들이 오면 전공의를 시켜 K 교수에게 가야 할 환자들을 P 교수한테 보내는 이른바 '환자 빼돌리기'를 했다고 K 교수는 주장합니다.

이런 인위적인 '진료 왜곡'으로 결과적으로 자신의 진료실적은 저조할 수밖에 없고, 저조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놓고 진료 실적이 저조하다고 자신을 병원에서 쫓아냈다는 것이 K 교수의 주장입니다.

심지어 일부 환자들은 여러 번 반복해서 자신에게 진료를 받고 싶다고 사정을 해도 여러 명의 전공의들이 번갈아가며 환자들을 설득해 자신에게 오지 못하게 했다고 K 교수는 주장합니다.

반면 P 교수는 고관절이나 척추 주변 골절 외상 등은 진료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교수들과의 마찰은 피하고, 오로지 자신만 왕따를 시켰다고 K 교수는 소장에서 적고 있습니다.

소장은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K 교수가 P 교수에게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의료원장과 병원장에게도 여러 차례 이런 사정을 알리고 개선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총장에 직접 면담도 신청했지만 만나주지 않았으며, 대신 교무처장을 만나 시정을 요구했지만 이 또한 묵살당했다고 K 교수는 소장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자신이 학과 과장인 P 교수에 찍혀 왕따를 당했고, 학교는 이를 묵인·방조했다는 근거로 K 교수는 크게 3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먼저 2015년 2월 개정된 겸임·겸무 해지 시행세칙을 소급 적용해 그 이전 해의 진료실적 미비를 사유로 자신을 병원에서 내쫓은 점, 그리고 병원 겸임·겸무를 해지한 데 이어 사실상 같은 사유들을 들어 3개월 직위해제 처분을 내린 이중처벌을 한 점, 겸임·겸무를 해지하면 안 된다는 법원의 가처분 경정을 받았음에도 가처분 결정을 무시하고 이후에도 상당한 기일이 지나서야 해지 처분을 취소한 점, 그것도 해지 처분을 취소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자신에게 즉시 결정 통지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자신이 학교와 병원에 찍혀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한 것이라고 K 교수는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이면엔 병원이 진료실적과 이익 창출을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 K 교수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한양대병원 측은 K 교수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P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 심판 과정에서 "응급실 전공의들이 스스로 판단해 진료 의뢰를 한 것"이라며 K 교수의 '환자 빼돌리기' 주장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양대병원 측은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한양대병원 교수들이 다 의료 전문가들인데 교수들 사이에 그런 직장 내 따돌림이 성립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주치의를 정하는 게 단순히 하나의 질병만을 가지고 정하는 게 아니고 아픈 곳을 두루 본 뒤 가장 관련된 전문의에게 배정하는 것"으로 "이는 병원의 진료 체계에 대한 것이지, 어느 특정인의 진료권을 봉쇄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게 이 관계자의 말입니다.

다만 왕따 논란에 대해선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로 인간관계, 교우관계 이런 것에 대해서 싫고 좋고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해당 재판에 출석한 한 증인은 "당시 병원장에게 '어떻게 K 교수가 겸임·겸무 해지가 됐냐'고 묻자 병원장이 '우리가 그 사람을 내보내려고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지 아냐'고 말했다"고 법정에서 밝혔습니다.

한양대병원을 둘러싼 환자 빼돌리기와 직장 내 따돌림 논란, 다음 재판은 오는 9월 17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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