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연 9단 "경찰 신고도 소용 없어... '왜 간섭' 적반하장"
"재물손괴로 구속된 뒤에도 구치소에서 협박편지... 소름"

[법률방송뉴스] ‘바둑여제’라고 불릴 정도로 명석한 머리와 강철의 심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조혜연 프로바둑기사인데요.

이 강철 바둑여제를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의 공포로 몰아넣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공포가 있습니다.

바로 ‘스토킹’입니다.

‘유명 인사니까 그쯤은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정말 내가 살아 있을 수 있을까” 싶은 극한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게 조혜연 9단의 말입니다.

오늘(10일) ‘LAW 투데이’는 스토킹처벌법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조혜연 9단이 육성으로 전하는 스토킹 공포를 들어 보겠습니다.

[리포트]

[조혜연 9단 / 프로바둑기사]

“그런데 얼마나 무서운지 제가 이제 피해자 입장에서 보니까 이게 정말 내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스토킹 행위가 끝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 결말이...”

죽어야 끝난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 촉구 토론회.

토론회 제목은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미리 막을 순 없나’ 였습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스토킹의 공포’를 털어놓는 여성은 ‘바둑여제’라 불리는 조혜연 9단입니다.

[조혜연 9단 / 프로바둑기사]

“제가 이제 스토킹 피해 당사자로서 너무 절박하게 나왔습니다. 저는 이제 그동안 저한테 벌어졌던 일들, 제가 겪은 일들을 다 말씀드리긴 15분이 너무 작습니다. 3시간 이상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죽어야 끝난다. 살아 있을 수 있을까‘, 얼핏 들으면 좀 과장되고 ’뭘 그 정도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가 그렇게 절박하고 공포스러운 걸까.

유명 프로기사다 보니 20대부터 바둑팬 등으로 부터 이런저런 ‘스토킹’이 있었긴 했지만 1년 전 나타난 40대 정모씨라는 사람은 차원과 강도가 달랐습니다.

만나주지 않으면 조혜연 9단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운영하는 바둑아카데미 학원 빌딩 벽에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인 낙서들을 계속 휘갈겨 놓기도 했습니다.

[조혜연 9단 / 프로바둑기사]

“스토커가 난동을 부린 이후로 저희 수강생 80%, 10명 중에 8명이 그만뒀습니다. 일단 뭔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좀 일상의 피해가 너무 심각합니다. 저희 학생들 중에 여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 같은 경우에도 이 스토커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112에 신고를 안 해 본 것도 아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조혜연 9단 / 프로바둑기사]

“스토커들이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몰랐거든요. 예를 들어서 제가 스토킹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인근의 100m거리에 경찰서가 있으면 그래도 스토커들이 경찰은 공권력은 무서워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동대문 경찰에서 100m 거리, 바둑아카데미를 스토커가 무서워서 차렸는데요. 어... 이거는 경찰이 계시거나 말거나 이게 상관이 없더라고요. 스토커 분은.”

경찰이 와도 스토커는 ‘왜 남녀 사이 일에 끼어 드냐’는 식으로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왔습니다.

[조혜연 9단 / 프로바둑기사]

“공권력은 스토커한테 그다지 고려대상이 아니구나. 오히려 경찰 분들이 112에 신고를 해서 둘러싸고 있어도 경찰 분들한테 오히려 당당합니다. ‘내가 쟤 만나러 왔어. 내가 내일도 올거야’ 이런 식으로 경찰 분한테 협박을 하는 것을 두 눈으로...”

술에 취해 소주병을 들고 찾아와도 집까지 찾아와 문을 두드려도 경찰이, 법이 뭘 어떻게 해 준 건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습니다.

[조혜연 9단 / 프로바둑기사]

“이것이 경찰 분들, 뭐 제가 아직 다치지 않았으니까요. 이 사람이 소주병을 들고 있지만 내려치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문을 잠가서 이 사람이 문 밖에서 문을 두들기고 있으면 가택침입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견디다 못한 조혜연 9단은 지난 4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흉악한 스토커 때문에 지옥 같은 나날을 살고 있다며 스토커를 구속해달라는 청원을 올렸습니다.

‘바둑여제’의 스토킹 피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가해자 정씨는 우여곡절 끝에 벽에 낙서를 한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스토커 정씨는 수감된 구치소에서 조혜연 9단에 태연히 협박 편지를 보내와 소름과 공포를 돋게 만들었습니다.

[조혜연 9단 / 프로바둑기사]

“그것은 스토커 자체는 별로 반성이 없고 계속해서 피해자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낙서의 필체랑 너무 똑같기 때문에 한 두 글자만 봐도 소름이 쫙 끼치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지금 제가 얼마나 무서운지, 피해자로서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죽어야 끝난다. 내가 살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가 과장된 수사가 아니라고 조혜연 9단은 말합니다.

[조혜연 9단 / 프로바둑기사]

“보시다시피 절대 끝나지가 않습니다. 스토커가 하는 이 행위는 갈수록 대담해지고 갈수록 잔혹해지고 뻔뻔해집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구속 송치되어 있는 스토커가 절대 절 찾아오는 걸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형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저에게 닥쳐온 현실이 있기 때문에...”

실제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난 살인 관련 범죄 10건 가운데 최소 1건 이상은 스토킹과 연관된 범죄로 나타났습니다.

스토킹이 강간이나 살인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저 선입관이나 속설이 아닌,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라는 토론회 제목도 그저 과장이나 수사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스토킹처벌법은 20대 국회에서 첫 발의된 이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발의만 되고 정작 국회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 / 더불어민주당 의원]

“(토론회) 제목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막을 순 없나’. 스토킹범죄에 대한 생각들이 참 다른 것 같습니다. 참 어찌 보면 이 폭력과 또 국민들의 안전 또 여성들의 이런 안전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감수성이 떨어지는가 하는 것을...”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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