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죄만 10건 가운데 1건 이상 스토킹과 연관... 처벌법 반드시 제정해야"

[법률방송뉴스] 스토킹이 심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극한의 공포로 다가오는 건 이게 단순히 ‘따라다님’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살인이나 강간 같은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계속해서 스토킹을 왜 독자적인 범죄로 처벌해야 하는지, 스토킹 처벌법 제정이 왜 필요한지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창원 스토킹 살해사건’ 사례부터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10년 동안 이른바 진상고객 짓을 하다 스토킹으로 이어져 식당을 운영하던 피해자를 끔찍하게 살해한 ‘창원 스토킹 살해사건’.

피해자 하모씨는 스토킹에 시달리면서도 이웃 간에 큰소리 날까봐, 가족들이 괜한 걱정을 할까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가해자 A씨의 집착은 갈수록 심해져 새벽에 “사실 나 누나의 몸을 탐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망상에 빠진 문자를 보내는 수준으로까지 나갔습니다.

그럼에도 가해자 A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엔 범죄의 핵심 원인이 된 ‘스토킹’ 사실이 적시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해자 A씨는 “고기를 구워주지 않아서” “식당 서비스가 불친절해서” 라고 주장하며 ‘스토킹 살인’이라는 맥락을 제거하고, 단순 우발 범행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 이면엔 피해자도, 가해자도, 검사도, 스토킹을 범죄로 보지 않는 경향과 인식, 그리고 실제로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돼 있지 않은 현실이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스토킹범죄 라고 하는 것이 과거처럼 무슨 개인 간의 과거에 뭐 ‘순정남’ 이렇게 표현되었던 그런 말도 안 되는 잘못된 인식이 바로 잡혀야...”

국회 토론회 제목이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미리 막을 순 없나’인 것도 스토킹이 강간이나 살인 같은 다른 강력범죄로 나아가는, 강력범죄의 전조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3년간 살인과 살인미수, 살인예비죄 1심 유죄 판결문 1천185건을 내용분석한 결과 ‘스토킹이 있었던 친밀한 파트너 살인’이 134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살인 관련 유죄 사건 10건 가운데 1건 이상이 스토킹이 범죄로 이어졌다는 얘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창원 스토킹 살해 사건의 경우 공소장에 스토킹 자체가 언급되지 않았고, 통상 ‘친밀한 파트너 살인’ 범주가 성적으로 친밀한 관계임을 지칭하는 점, 재판부가 판결문에 스토킹을 따로 적시하지 않은 경우 등을 감안하면 실제 스토킹과 살인 관련 범죄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이수정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수정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그렇기 때문에 판결문에 기록이 있는 것도 있지만 없는 것도 있다는 점을 좀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고요. 사실은 스토킹은 여러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안인득 사건’처럼 전 배우자 또는 전 애인이 아니어도 스토킹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저희 데이터에는 지금 그렇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전혀 어떤 면식관계가 아닌 케이스는 지금 ‘조혜연 바둑기사 사건’처럼 전혀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은 사건들은 전부 배제된 상황에서 분석되었음을...”

여기에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스토킹이 있었던 살인사건의 경우 전체의 64%가 집이나 직장 등 피해자와 관련된 장소에서 벌어졌고, 음주를 안 한 경우가 76.5%, 가해자의 66.9%는 미리 흉기나 범행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흔히 생각하듯 술 마시고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10에 7건은 맨 정신에 미리 작정하고 흉기 들고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계획 범죄라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법은 이런 현실과 상당 부분 괴리돼 있습니다.

[이수정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저희가 판결문에서 굉장히 쇼크를 받은 게 뭐냐면 스토킹이 있는 파트너 살인도 전부 동기가 ‘우발적’이라고 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스토킹은 전부 계획적이지 우발적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도대체 우발 살인으로 취급되는지...”

범행 동기에선 공통적으로 집착이 거부되는데서 오는 열등감과 질투, 배신감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이런 감정들은 피해자 절반은 신체 여로 곳에 상해를 입히는 끔찍한 형태로 발현됐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15대 국회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사람 좀 따라다니는 걸 무슨 정색하고 처벌하냐’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법안은 제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수정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스토킹방지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저희가 느꼈던 어떻게 보면 좌절감은 뭐냐면 얼마만큼 심각한 범죄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피해를 당하신 입장에서 보면 공포스럽기 짝이 없는데, 문제는 이제 그 공포가 사실은 일반인들에게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 일반화가 되지 않아서 공감이 안 되다 보니까...”

이런 가운데 21대 국회엔 현재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모두 4건의 스토킹처벌법이 발의돼 있습니다.

내용은 대동소이해 가해자 격리와 피해자 보호, 스토킹 행위 자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을 기준으로 보면 법에서 규정한 스토킹 범죄를 범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중요소로 동종 전과가 있는 사람이 다시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처벌합니다.

데이트 상대나 배우자 등 인적 신뢰관계가 있었거나 있었던 사람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때는 처음부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처벌합니다.

또 스토킹 범죄를 통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발생하게 한 때는 최대 징역 7년까지 처벌하고, 사망한 때에는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안은 나아가 성범죄처럼 스토킹 범죄도 수강명령 등을 함께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보호관찰 처분도 명할 수 있습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이제야 말로 스토킹이 1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말 희화화되는 일들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스토킹을 포함한 여성폭력,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가 하나하나 해결되어 가는 새로운 시대를...”

이날 국회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 촉구 토론회에선 여성 최초 국회부의장인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법안 상임위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정춘숙 위원장 등이 참석해 힘을 실어줬습니다.

15대 국회 이후 번번이 법사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회기만료료 자동폐기 됐던 스토킹 처벌법이 이번 21대 국회에선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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