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일할 너무도 당연한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강은미 의원, 원청의 산재 책임 면피 차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표발의

[법률방송뉴스] 다음 소식입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이 누구일까요. 유재광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어제 공개된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입니다.

청원인은 “저는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서 홀로 일하다 사망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용균이 엄마, 김미숙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미숙씨는 “지금도 코로나19 사망의 8배가 넘는 2천 400명의 노동자가 매년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며 “제 아들 용균이도 현장에 안전장치 하나 없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죽었다”는 말로 청원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50년 전 전태일 노동자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일터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업장 90%가 법을 위반하고 산업안전보건법 범죄 재범률이 97%여도 여전히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은 고작 벌금 450만원의 솜방망이 처벌뿐”이라는 게 김미숙씨의 한탄입니다.

실제 2008년 이천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40명의 노동자가 참변을 당했지만 기업의 벌금은 숨진 노동자 1명당 50만원에 불과했다는 것이 김미숙씨의 분노 섞인 지적입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 속에 지난 4월에도 이천에 위치한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38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등 참혹한 재해가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그 이면엔 하청 노동자가 재해로 사망해도 원청인 재벌 대기업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 ‘위험의 외주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실제 고 김용균씨 사건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한국발전기술에 하청을 주었고, 하청을 받은 한국발전기술이 김용균씨가 소속된 회사에 재하청을 준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 구조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고 김용균씨 사건은 노동부도 그랬고, 경찰도 원청과 하청 법인과 대표이사들은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추가조사를 거쳐 지난 3일 원청 법인과 하청 법인 등 법인 두 곳을 포함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대표이사와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대표이사 등 원청과 하청 대표이사를 포함한 14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해 1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권동희 노무사 / 법률사무소 일과 사람]

"대표이사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인식을 했었겠냐, 알았겠냐, 대표이사까지 안전주의의무 위반을 묻기는 어려운 구조거든요, 현행법상 밑에 말단에 소장이라든지 공장장이라든지 이런 사람들만 처벌되고, 처벌수준이 굉장히 약하고...“

이에 김미숙씨는 “말단 관리자와 노동자만 처벌하는 꼬리자르기식 처벌로는 기업의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을 강제할 수 없다”며 “기업을 제대로 처벌해야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고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노동자 시민의 죽음은 명백한 기업의 범죄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기업과 기업의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죽지 않고 일할 너무도 당연한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기 바란다“는 것이 산재로 아들을 잃은 김미숙씨의 절절한 호소입니다.

이를 위해 중대재해에 대해 원청과 발주처 등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해 실질적인 개선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 인허가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중대재해에 대해선 공무원과 그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하고 있습니다.

김미숙씨는 또 고의적이거나 반복적인 법 위반의 경우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것 등도 아울러 촉구하고 있습니다.

해당 청원은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 이내인 다음달 25일까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에서 의무적으로 법안 제정 여부에 대한 심사에 착수해야 합니다.

관련해서 국회엔 지난 6월 11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 대표발의로 이미 ‘중대재해에 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법안은 "중대재해가 개인 실수가 아닌 위험을 제대로 예방하고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기업범죄’임을 인식하게 하고, 기업이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부담해야 할 사고처리비용이 예방을 위한 투자비용을 압도하도록 만들어야 함. 이를 통해 기업 등이 경제적·조직적·제도적으로 철저히 안전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입법이 필요함“이라고 제안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법안은 원청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 하청업체와 공동으로 산재 방지 의무와 민·형사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한편, 공무원이 직무를 게을리 하거나 의무를 위반해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한 경우 최대 징역 15년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기업과 관피아의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유착 사슬을 끊겠다는 취지입니다.

법안은 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때에는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에 그 손해액의 3배 이상 최대 10배까지 징벌적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관련 분쟁에서 입증책임은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 등도 담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된다고 죽은 김용균씨가 살아 돌아올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법 제정 청원을 한데 대해 김미숙씨는 “전태일 이후 50년 동안 달라지지 않은 노동자의 반복되는 죽음, 저는 또 다시 용균이와 같이 일터에서 억울하게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없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법률방송 유재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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