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당하고 '보험사기' 고소 당하고... 보험사 '갑질 소송' 남발
교통사고 당하고 '보험사기' 고소 당하고... 보험사 '갑질 소송' 남발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03.04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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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험사 상대 "정신적 고통" 소송... 법원 "위자료 배상하라" 판결
"보험사, 소송 이기면 좋고 져도 보험금만 주면 된다는 식... 방지책 필요"

▲유재광 앵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4일)은 보험사 갑질 얘기 해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단 어떤 사연인지 들어볼까요.

▲기자= 뇌전증5급에 해당하는 기왕증을 앓고 있던 58세 김모씨 사연입니다.

지난 2016년 1월 김씨는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술을 한잔 걸치고 이면도로를 걷다가 운행 중이던 승용차 사이드미러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김씨는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5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경찰은 “야간에 보행자가 많은 이면도로에서 승용차 운전자가 주변을 잘 살펴야 했는데 이를 게을리했다”면서 운전자 과실을 인정했는데요.

그러나 운전자 쪽 보험사가 보험급 지급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앵커= 경찰이 운전자 과실을 인정했는데 보험사는 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건가요.

▲기자= 김씨가 사이드미러에 고의로 부딪치는 보험사기를 쳤다는 것이 상대 보험사 주장입니다.

이에 보험사는 단순히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데 그친 게 아니라 “김씨가 차량에 고의로 부딪친 뒤, 실제 교통사고처럼 보험처리를 해달라고 요구해 치료비를 타갔다”는 내용의 첩보를 경찰서에 제공했습니다.

이에 경찰이 조사를 해봤지만 별 혐의가 안 나와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안 준 모양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되려 보험사 측은 이번에는 김씨를 직접 사기 혐의로 다른 경찰서에 고소하고 나선 건데요.

보험사는 이번에는 김씨가 과거 2013년 교통사고를 당해 보험사로부터 돈을 지급받은 전력을 거론하며 김씨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실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또 한 번 ‘혐의없음’ 판단을 내렸고, 보험사는 이에 불복해 항고까지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각하 처분을 받았습니다.

▲앵커= 몸도 불편한 김씨를 상대로 보험사가 좀 너무한 것 같네요.

▲기자= 네. 지병이 있는 김씨는 2016년 중순부터 2017년 1월까지 반 년 넘게 수차례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보험사기로 조사를 받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는데요.

김씨는 이에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보험사를 상대로 “교통사고 보험금과 근거 없는 첩보 제공과 고소로 인한 경찰과 검찰 조사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며 1천만원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앵커= 재판에선 뭘 놓고 다투었나요.

공단은 “보험사는 김씨에 대하여 동일한 내용으로 여러 차례 첩보 또는 고소를 함으로써 김씨가 여러 차례 동일한 수사를 받게 됐다. 이런 의도적인 반복 고소는 불법행위다”라는 취지로 주장을 했습니다.

상대 측 보험사는 김씨가 첫 번째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건에 대해선 경찰서가 스스로 인지해서 수사한 것이고 2번째 무혐의 처분 건은 고소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식으로 반박 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나요.

▲기자= 재판부는 보험사 고소에 대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결해 교통사고 손해배상 위자료 100만원과 보험사기 고소로 인한 위자료 100만원 등 모두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교통사고 발생 경위와 부상 정도, 피고가 원고에 대해 동일한 내용의 보험사기 혐의로 고소를 반복한 사정, 그에 대한 불기소 결정의 내용 등을 종합했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 관련해 김씨를 대리한 공단 유근성 변호사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보험사가 고객이나 피해자를 보험사기로 고소하는 경우가 있다. 보험사기가 인정되면 좋고, 안 되더라도 어차피 지급했어야 하는 보험금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보험사의 비양심적 갑질 행태를 질타했습니다.

유 변호사는 “이렇게 되면 고객이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게 되는데 이번 판결은 보험사의 이런 행태에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 사례”라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앵커=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고’식의 보험사 소송 남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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