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속 법 이야기 - 북한의 사법제도에 관하여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속 법 이야기 - 북한의 사법제도에 관하여
  •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20.02.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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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장민수 변호사는 현빈, 손혜진 주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북한의 사법제도를 다룹니다. /편집자 주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근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한국의 재벌녀인 윤세리(손예진)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돌풍 때문에 북한으로 넘어가 불시착하고, 그곳에서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러브스토리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북한을 미화한다는 일부 비판이 있었음에도 패러글라이딩이 불시착해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신선한 발상과, 한국과 북한을 넘나드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멋진 연기가 어우러져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입니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부분은 드라마 속 북한의 모습이 실제 현실을 굉장히 잘 반영하였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배우들이 사용하는 북한 말과 북한의 모습은 현재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과 실제 북한의 모습과 매우 일치하여, 제작진이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고증을 철저하게 한 점도 무척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북한에 관해서는 정보가 부족하고 언론에서 전해지는 것을 통해서만 듣다 보니 관심은 많아도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특별히 북한의 사법제도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의 법조인들과 일반 국민들이 알기가 더욱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사랑의 불시착’을 재미있게 시청하면서 부족하나마 북한의 사법제도에 관한 간략한 소개를 하고자 이번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선 의문을 가지는 것이 ‘북한에도 과연 근대적인 사법제도가 존재하는가’일 것입니다. 북한에 관해서 제한적인 정보만을 접하다 보니 북한에 사법 시스템이라고 할 만한 것들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일 수 있겠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북한에도 나름대로의 사법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다만, 그 운영 체계와 작동 원리는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북한의 최고 재판기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재판소’이며, 그 아래 하급 재판기관으로는 각 도(직할시)에 도(직할시)재판소, 시(구역·군)에는 인민재판소가 각 설치되어 있고 이 밖에도 특별재판소(군사재판소, 철도재판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판부가 모두 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한민국과 달리 북한의 재판부는 1명의 전문 법조인인 판사와, 민간인인 2명의 인민 참심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민 참심원은 판사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하는 데 참여합니다(단, 2심 재판은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에서 심리합니다).

임기 5년의 중앙재판소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중앙재판소 판사와 인민 참심원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선출하며, 임기 4년의 지방재판소 판사와 인민 참심원은 해당 지방인민회의에서 선출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헌법과 재판소 구성법, 형사소송법 등 해당 법들에서 재판의 독자성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으며, 그 법적 요구도 엄격히 준수되고 있다고 합니다. 재판소는 자기의 고유한 독자성에 근거하여 ‘재판심리에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증거에 기초하여 사실관계를 의문의 여지 없이 밝히고 확정한 후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북한에서 재판소의 독자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중대한 위법행위로서 법적 제재 대상이 됩니다.

북한의 변호사법은 1993년 12월 23일 채택되었는데, 총 5개 장 31개 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변호사를 ‘프롤레타리아 계급 이익의 대변자’로 정의하며, 5년 이상 법 부문에 종사했거나 해당 부문 전문가 중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가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변호사는 국가의 통제를 받는 일종의 ‘반​관반민(半官半民)’으로, 상무 기관인 조선변호사회 중앙위원회가 변호사 사업 부문에 대한 모든 지도·통제와 관리를 맡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변호사회 중앙위원회 아래에는 도·시급 변호사 조직들이 있는데, 등록된 변호사 수는 500여명이고 그 중 평양시에 200여명의 변호사가 등록되어 있으며, 교육과학 연구기관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법학 학위 소유자들이 겸직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7년 6월에는 평양에 최초의 법률사무소가 설립되었는데, 현재 평양시에 2개의 법률사무소와 법률자문 단체인 2개의 대외 법률상담소가 있으며, 자유무역지대인 라선시에 1개의 법률사무소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북한에도 법률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절차들이 존재하나, 대한민국과는 다른 특징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사법 시스템이 선진적인지 의문이 들게 하는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국가기밀사항으로 일반 인민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배운 판사·검사 등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아는 자의 범죄는 일반 인민에 비하여 가중하여 처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대한민국 형사재판에서처럼 적극적으로 피고인의 무죄를 다투는 역할보다는 소극적으로 피고인의 양형을 다투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하며, 현실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가족이 군에 복무하고 있거나 판사·검사면 범인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처벌하기 어려운 제약이 있다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당이 헌법과 형법 위에 존재하여 당의 지시로 수사 및 재판의 향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점은 엄격히 삼권이 분립되어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에 간섭할 수 없는 대한민국과는 다른 점이라고 보입니다.

이상에서 간략히 북한의 사법체계를 살펴보았는데 북한의 사법체계가 대한민국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에는 매우 낙후된 것으로 보일 수 있음은 분명하며, 필자의 시각에서도 북한의 사법체계가 인권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불완전한 것은 명백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북한에도 분쟁을 해결하거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규정해 놓은 자신들만의 법률 체계와 관습이 존재하기 때문에, 북한을 법도 정의도 인권도 없는 곳이라고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북한의 시스템을 무시하기보다는 북한의 법체계와 그 작동 원리에 대해서 명확히 이해하고 왜 이러한 사법 시스템이 운영되는지에 대해서 알아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며, 그것이 대한민국 및 세계 유수의 법체계와 비교하여 어떤 점들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설득하기 위한 준비를 하여야 훗날 마주할 통일의 과정에서 의미있는 법체계의 통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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