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이 될 상인가" - 영화 ‘관상'과 법 이야기, 악의적 관상평은 명예훼손일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 영화 ‘관상'과 법 이야기, 악의적 관상평은 명예훼손일까
  •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20.07.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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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2013년 개봉한 영화 ‘관상’은 1453년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을 제거하고 정권을 잡은 계유정난의 역사적 사실에 관상이라고 하는 소재를 접목하여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입니다. 신선한 소재에 탄탄한 스토리, 주옥같은 명대사 그리고 송강호, 백윤식, 김혜수, 이정재, 조정석, 김의성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수 900만을 넘기며 흥행하였고 개봉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극 중 수양대군의 대사인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말은 아직까지도 여러 형태로 패러디되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영화 ‘관상’이 흥행하던 시절 관상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크게 일어났던 때가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오늘날에는 전근대 시대만큼 사람의 관상에 나타난 숙명적인 운명을 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수양대군(이정재 분)은 조선 최고의 관상가인 김내경(송강호 분)에게 “어떤가,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물어보았으나, 김내경은 한 번도 수양대군이 왕이 될 상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수양대군을 이리의 상(역적의 상)이라고 평가하며 김종서(백윤식 분)와 함께 수양대군을 막으려고 하였으나, 결국 실패하여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통해 왕이 되었으며 그 와중에 김내경은 아들 진형(이종석 분)을 잃는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을 경험하게 됩니다.

영화 대사 중 김내경의 대사인 “나는 파도(관상)만 보았지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시대의식)은 보지 못하였구려”라든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김내경의 아들을 죽인 후의 수양대군의 대사 “저 사람(김내경)은 자신의 아들이 저렇게 죽을 것을 알고 있었을까. 난 몰랐네만”을 보면, 결국 영화는 오늘날의 관상에 대한 인식과 마찬가지로 관상이 사람의 운명을 확정적으로 결정짓지는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에도 관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습관이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비단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젊은 세대들도 사람의 관상을 자신의 의사결정 과정에 부지불식 간에 적용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단순히 ‘저 사람 생긴 게 내 스타일이 아니야’, ‘나랑은 케미가 잘 안 맞을 것 같아’와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심지어는 같이 동업할 사람이나 사람을 채용할 경우에도 그 사람이 풍기는 인상을 의사결정의 요소로 반영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그 사람의 내면이 얼굴에 반영된다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재미 삼아 그런 관상평을 하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듣지 않는 자리에서 관상평을 하면 문제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면전에서 상사로서의 지위에 기대서 혹은 친하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에게 악의적인 관상평을 하거나 온라인 등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환경에서 특정인의 관상에 대해 악평을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으며, 직장 내라면 근로의욕이 저하되거나 심한 경우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감정 혹은 모욕적인 감정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우리 판례 중에도 실제로 악의적인 관상평을 이유로 한 형사사건이 있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피고인은 특정 인터넷카페 자유게시판에 ‘甲의 관상’이라는 제목으로 글과 댓글들을 게시하였는데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엷은 눈썹을 보건대 인정머리 없고 형제 간의 우애도 그리 좋지 않다’, ‘음침한 눈빛을 가졌다’, ‘귀 위에 머리털이 없어서 사기꾼 기질이 있다’, ‘입술이 얇아 신의가 없다’, ‘60대에 곤란을 겪을 것이다’, ‘와잠 부위에 점이 있는데 자식을 잃거나 자식에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것이며, 얼굴 피부가 두꺼워서 매우 세속적인 사람이다’, ‘상당히 바람기가 많고 성욕이 강하며, 눈꼬리가 좋지 않아 부부 사이가 절대 원만치 않고 코가 퍼져 있어서 바람기가 많다’ 등의 글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글과 댓글의 게시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드러내어 甲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인데, 여기서 법원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하는데, 피고인이 인터넷카페에 甲의 관상에 관하여 게시한 글은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이 아니라 甲의 얼굴에 관한 피고인의 관상학적 의견으로, 위 게시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 내용을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甲의 얼굴에 관한 피고인의 관상학적 의견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관상평이 피고인의 가치판단 내지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입니다.

관상평은 객관적인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주관적인 평가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위의 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판결로 보이며, 단순히 악의적인 관상평을 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사실의 적시로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상평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입니다. 특히, 직장과 같은 조직 내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너는 000할 상이야’라고 하면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준다든지 혹은 동료 직원에 대하여 ‘저 친구는 000할 상이야’라는 말을 퍼뜨리며 험담하거나 따돌린다고 한다면 무작정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관상평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픔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악의적인 관상평에 대한 대응방안을 살펴보면 (1)이러한 관상평이 그 정도가 매우 심하고, 여러 사람이 듣는 앞에서 행하였다고 한다면 형법상 모욕죄의 성립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2)직장 내에서 우월한 지위 또는 관계를 이용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관상평을 이용한 폭언, 비속어,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감행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경우에는 2019. 7. 16부터 시행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즉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및 76조의 3에 의하여 근로자는 회사에 신고를 할 수 있고, 그럼에도 회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나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해고나 불이익한 처우를 하였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3)경우에 따라서는 정신적 손해를 이유로 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에도 관상평을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으나, 그 정도가 지나쳐 타인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조직 내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준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한도를 지나친 것이라 할 것입니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어서 관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느니만큼 아무리 장난이더라도 관상을 근거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은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장민수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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