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미투 이전으로 되돌려, 대법원 후안무치"... '안태근 무죄'에 쏟아진 성토
"한국사회 미투 이전으로 되돌려, 대법원 후안무치"... '안태근 무죄'에 쏟아진 성토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1.13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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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발 남성 카르텔의 역공... '인사권자 재량', 피해자에 불이익 근거 될 것"

[법률방송뉴스] 오늘(13일) 대법원 앞에선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한국사회를 서 검사의 '미투' 이전으로 돌려놓는 시대역행적인 판결"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인데, 현장을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회적 책무 저버린 대법원을 규탄한다! (규탄한다! 규탄한다! 규탄한다!)"

"이번 판결은 한국 사회를 미투 이전으로 원점 회귀시키려는 후안무치한 판결이다. 대법원 발 남성 카르텔의 역공이다."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의 오늘 대법원 비판 기자회견문 내용을 요약하면 '미투 이전 원점 회귀', 여덟 글자로 압축됩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0일 안태근 전 국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인사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 검사 인사 담당자로 하여금 안태근 전 국장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습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에 대해 "대법원이 말하는 '재량'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재량을 말하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송란희 /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재량이라뇨. 재량은 자기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이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법원에 묻습니다. 재량이란 것이 온전히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까. 재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런데 재랑이라뇨. 대법원은 재량을 말하기 전에 재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두루 살펴봤어야 했습니다."

앞서 1·2심은 직권남용에 대해 "안 전 국장 지시로 서 검사 인사안이 작성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안 전 국장이 본인 경력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려 인사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사직을 유도하거나 치명타를 가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하지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직권 남용 법리에 대한 기존 판례를 따라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통상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바꾸려면 전원합의체를 열어 선고를 하는데, 대법원 이번 판결은 여성 대법관이 주심으로 있는 소부에서 심리해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겁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왕따 등 2차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에서 하급심 법원이 전향적인 판결을 내렸는데, 대법원이 이를 다시 뒤집어 과거로 퇴행시켰다고 대법원 판결을 거듭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배진경 /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2018년도 '평등의 전화'에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으로 상담해 온 내담자 가운데 절반이 왕따와 폭언, 폭행을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조직 안에서 완전히 고립된 상태라면 그다음 스텝을 밟기 쉬어집니다. 파면, 해임, 해고, 강등 징계 등이 그것입니다. 대법원은 수많은 피해자들이 바라는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헌신짝처럼 저버렸습니다."

나아가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귀속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불러올 부정적인 파장과 영향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수경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
"언제라도 '인사권자의 재량'은 불이익 처우를 가능케 하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인사권 남용 판례가 가져올 효과가 현장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클 것입니다. 미투운동으로 우리가 바꾸고자 했던 불평등하고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직장문화에 대한 변화가 나타나기 힘들 것입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도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애초 원심 판결 취지대로 다시 한번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줄 것을 한목소리로 촉구했습니다.

직무재량을 폭넓게 인정한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단은 앞으로 다른 인사 불이익 사건이나 재판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이들의 비판입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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