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복잡, 준비 서류도 많아... 법률구조공단 등에 요청하면 도움"

▲유재광 앵커= 서울 성북구에서 70대 노모와 40대 세 딸 등 네 모녀가 숨진 사건 관련해 경찰이 오늘(6일)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사건 내용부터 짚어주시죠.

▲윤수경 변호사= 지난 2일 오후 2시쯤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70대 노모 A씨와 40대 딸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이들 모녀가 세 들어 살던 집을 찾은 업자가 문 밖까지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이 된 건데요. 

주검의 부패 상태가 심해 경찰은 이들이 숨진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고, 집 안에서는 '하늘 나라로 간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고요.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고, 친인척과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사망 원인을 추론할 수 있는 경위 파악 중에 있습니다. 

▲앵커= 타살이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건데,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어떤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이들 모녀는 2016년부터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100만원인 14평짜리 다세대 주택에서 거주해 왔는데요. 최근 2∼3개월은 월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파악됐습니다. 

숨진 모녀의 집 우편함에는 카드·신용정보 회사 등에서 보낸 고지서와 서류가 여러 건 있었다고 하고요. 우편물 중에는 채무 이행 통지서, 이자 지연 명세서 등 이른바 빚 독촉 서류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7월에는 모친과 딸이 동 주민센터를 찾아 기초연금을 받던 통장을 압류방지 전용 통장인 '행복지킴이 통장'으로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형편이 많이 안 좋았나 보네요.

▲윤수경 변호사= 9월 초엔 집을 찾은 도시가스 검침원에게 요금 감면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숨진 A씨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될 만큼 빈곤층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급작스러운 경제적 위기 상황에 빠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딸들이 인터넷 쥬얼리샵을 운영하는 등 경제활동에 종사했지만 어느 순간 급격히 경제사정이 안 좋아졌는데, 지자체나 국가 도움은 받지 못한 또는 받을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로 추정이 됩니다. 

네 모녀가 건보료를 몇 달씩 내지 못했다는 정보는 위기가구 발굴 등을 위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 넘어가지 않았는데요.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은 건보료 6개월 이상 체납 정보만 수집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10월 31일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넘어가는 건보료 체납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내용 등이 담긴 사회보장급여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긴 했지만 그 적용에서 빠진 건데요.

여기에 지금도 사업장 대표의 건보료 체납 정보는 그 기간과 상관없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앵커= 앞서 언급했는데 빚 독촉 서류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하는데 개인회생이나 파산 같은 건 왜 신청하지 않은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채무자회생법'은 개인채무자의 도산절차로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절차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회생절차는 쉽게 말하면 원금을 탕감받고 일정기간 나누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파산의 원인이 있거나 그러한 염려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총 채무액이 무담보의 경우 5억, 담보부채무의 경우 10억 이하인 급여소득자 또는 영업소득자가 5년 이내의 기간동안 일정 금액을 변제하면 채무 잔액을 면책받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개인회생 절차에서의 채무 탕감률은 개인의 소득과 재산, 부양가족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개인회생 신청자격은 채무가 재산보다 많아야 하고 소득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소득이 있어야 채권자에게 매월 일정금액을 변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심사는 6-8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수입은 꼭 근로소득일 필요는 없고 계속적 반복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있으면 되는데요. 주의할 것은 채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므로 연대보증인이 있다면 연대보증인의 채무는 그대로 존재하게 됩니다. 

▲앵커= 파산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소득이 없다고 파산신청을 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소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파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인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경우에 그 채무의 정리를 위하여 채무자 또는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 이를 개인파산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면책이란 성실하거나 불운한 채무자에게 파산절차를 통하여 변제되지 아니한 나머지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을 파산법원의 재판으로 면제시킴으로써 채무자의 경제적 재출발을 도모하는 것으로 개인채무자에게만 인정되는 제도인데요. 

즉, 개인파산과 면책제도는 파산선고 당시에 채무자의 재산으로 파산재단을 형성하여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파산절차와 파산자 중에서 면책불허 사유가 없는 경우 면책을 결정하는 면책절차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채무자가 면책을 받기 위해서는 파산신청과 별개로 면책을 신청하여야 하고요. 파산자가 파산절차를 모두 마치더라도 당연 면책되는 것은 아니고, 사안에 따라 면책이 불허가 되거나 기각될 수 있습니다. 

▲앵커= 빚은 있고 갚을 능력은 안 되고 이자에 이자는 불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윤수경 변호사= 개인회생은 채무자의 장래 소득을 기준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반면, 개인파산은 채무자의 현재 재산을 기준으로 변제하게 되는데 파산의 경우 회생과는 달리 신분상의 제한 등 파산선고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수 있고 채무자의 명예도 손상될 수 있습니다.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이유는 주로 파산선고를 거쳐 면책결정까지 받음으로써 채무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것인데요. 

채무자가 소득이 있어 채무를 일정부분 변제할 수 있음에도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지 않고 개인파산 및 면책신청을 하게 되는 경우 파산신청의 남용으로 보아 개인파산 및 면책신청이 모두 기각될 수 있고, 허위로 소득이 없다고 속이고 신청하는 경우에도 면책이 불허가될 수 있습니다.

▲앵커= 절차도 복잡하고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대부분 변호사나 법무사 도움 받을 여력이 안 되는 경우일 텐데 그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수경 변호사= 서울회생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도산제도 안내를 보면 개인파산/개인회생 재판지원제도가 있는데 이를 참조하면 되시고요. 

그 밖의 조력기관으로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용회복위원회가 있으므로 전화로 예약 후 상담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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