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성폭력에 멍드는 방문서비스 노동자... "도망갈 곳도 없어요"
모욕·성폭력에 멍드는 방문서비스 노동자... "도망갈 곳도 없어요"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11.06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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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방문노동자 90% 모욕·위협 경험... 절반 이상은 성폭력도"
"2인 1조 작업 법제화, 위급상황시 업무 중단할 권리 보장해야"

[법률방송뉴스] 날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가슴 조마조마하면서 "오늘도 무사히"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가스점검원이나 요양보호사 같은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입니다.

국회에서 오늘(6일) 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는데 장한지 기자가 생생한 현장 증언들을 담아 왔습니다.

[리포트]

도시가스 안전점검원, 상담직원, 아이돌보미, 요양사, 학습지 교사, 설치·수리 현장기사, 다문화 방문지도사 등. '방문서비스 노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남의 집을 찾아가서 일을 해야 하는 직업.

폐쇄된 공간, 여성들이 첫 번째 맞닥뜨려야 하는 공포는 성적인 문제들입니다.

남성이 속옷만 입고 문을 여는 건 기본,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희롱하거나 만지거나 하는 일도 다반사. 심지어 나이도 개의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디 도망갈 데도 없습니다.

[이건복 재가요양사]
"그러면 단둘이 있을 때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면 폭력이나 성희롱이나 성폭력이나 어디로 도망갈까요. 갈 데가 없어요. 누가 옆에서 말려 줄 사람도 없어요."

협박적인 언사나 모욕적인 말을 듣는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 골프채나 칼을 들고 위협하거나 식칼을 갈며 욕설을 퍼부은 경우도 있습니다.

[공순옥 도시가스 점검원]
"'가스점검은 꼭 받으셔야 돼요' 우리는 사정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쫓아 다니면서 계속 '나를 귀찮게 하고 쓸데없는 일을 하고 다닌다' 이런 폭언도 있고 여러 가지 말도 못 하는 수모를 많이... 나와서 펑펑 우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게 고객들한테..."

실제 민주노총 조사 결과 여성 방문노동자의 89.1%가 고객으로부터 모욕적인 비난·고함·욕설을 겪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위협이나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은 67.3%, 원치 않는 신체접촉·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이 54.6%, 직접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도 20.4%에 달했습니다.

여성 방문 노동자 열에 아홉은 모욕을, 절반 이상은 성적인 괴롭힘을 당하며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건복 재가요양사]
"내가 성희롱을 당했어요. 그 사람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 성희롱할 때 그 눈빛을. 집에 들어와서 잠을 못 자는 거예요. 이것은 가족한테도 말도 못 하겠고..."

남성 방문노동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모욕적인 비난·고함·욕설이 94.6%, 위협·괴롭힘 67.1%, 신체접촉·성희롱 20.1%, 신체 폭행 11%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폭언이나 위협을 무릅쓰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성우 정신건강복지사]
"어제 얼굴을 가격당해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제가 담당해야 하는 사람이 7~80명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 맞은 사람이 바로 다음 날 아침에 가서 웃으면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이에 대해 '동료나 가족들과 이야기하며 해소한다'가 40.2%, '참고 넘어간다'는 응답이 37.5%인 반면 '회사에 알린다'는 응답자는 9.5%에 불과했습니다.

열에 여덟명 정도는 별 대응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이들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법적으로는 각 가정이 해당 노동자의 사업장이 되는 셈이어서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마땅히 없기 때문입니다.

[이승훈 설치·수리 현장기사]
"저희가 4대 보험 당연히 안 되죠. 그래서 이게 사실 낯설어요. 산업재해, 감정노동, 이게 얘기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체감적으로 와 닿지 않습니다. 저것들은 다 정규직 직원들을 위해서 있는 게 아닌가..."

이에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중지권'을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해 달라는 것이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의 최우선적인 요청입니다.

폭언이나 협박, 모욕, 성희롱이나 성추행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산업안전 위험 수준에 준해 합법적으로 업무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겁니다.

[이현정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
"위험상황이 발생했을 때 업무를 중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피해 시 치료 지원이나 귀가 보장 그다음에 휴식시간 보장, 실적 압박이나 고객만족 강요 금지, 원청 직접고용..."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를 위해선 방문서비스 노동자 고용 사업주에 대한 의무 강화와 '2인 1조 작업' 법제화 등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습니다.

문제가 터지고 이슈가 될 때마다 하나씩 땜질식으로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산업안전보건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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