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와 구단의 '계약' 관계 - 대법원 "고용계약 성격 있다" 첫 판결
프로야구 선수와 구단의 '계약' 관계 - 대법원 "고용계약 성격 있다" 첫 판결
  • 김근확 변호사·KBO 공인 선수대리인
  • 승인 2019.09.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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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속 법 이야기] 우리 주변 모든 생활현장에는 법이 존재하고,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야구 등 스포츠 현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근확 변호사가 야구와 법 이야기를 '그라운드 속 법 이야기'에서 생생하고 흥미로운 칼럼으로 풀어드립니다. 김근확 변호사는 KBO 공인 선수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근확 변호사
김근확 변호사

'선수계약'이라 함은 선수가 프로선수로서 특수기능에 의한 활동을, 구단을 위해 행하는 목적으로 하는 선수와 구단과의 계약을 의미한다. 프로야구의 경우에는 야구 규약에 따라서 이루어지며 프로야구에서 선수로 경기를 하고자 하는 자는 구단과 통일계약서에 따라서 선수계약을 체결하도록 되어 있다.

이 통일계약서의 조항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으로 계약당사자가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또한 특약조항도 규약에 위배되거나 통일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무효이다. 이 때문에 선수와 구단이 교섭하여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선수의 경기 참가에 대한 보수와 지불 방법에 거의 한정되게 된다.

이와 같이 선수계약은 계약당사자 일방이 미리 결정한 조항에 타방이 사실상 이에 따라서 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약관의 성격을 지닌다. 더구나 선수 입장에서는 계약내용 결정의 자유가 없고 상대방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약의 근본인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기 힘들게 되어있는, 계약으로서는 상당히 특이한 형태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계약의 원칙에서 보면, 계약자유의 원칙을 일방적으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합리성이 없는 경우 약관에 의한 계약에 따르도록 되어있는 선수 측에 불리한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제17조의2 제2항의 불공정약관조항이 되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으며, 공서양속에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수계약 전체를 통하여 인정되는 계약자유에 대한 제한의 근거로서는 프로스포츠 종목 전체의 수입원인 관객을 많이 동원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시합을 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구단 간의 전력을 균형있게 할 필요가 있으므로 우수 선수를 각 구단에 균등하게 배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수계약에 관하여 구단 간에 경쟁제한적인 협정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드래프트 제도, 보류선수 제도를 통하여 각 구단이 선수와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또한 선수를 빼가는 것을 금지하고 나아가 계약내용도 획일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이 점에서 그동안 우리 법원은 프로선수의 전속계약은 단순한 근로계약이 아니라 선수로서 경기 출전에 대비한 훈련과 경기 출전만을 임무로 하는 일종의 도급적 성격이 짙게 깔린 비전형 무명계약이므로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약정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위 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었다.

그러나 최근 프로축구 선수와 구단 간 계약을 고용계약과 유사하다고 처음 인정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선고되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사건은 프로축구 선수 A와 B가 성남FC 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서, A와 B 선수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성남FC 소속 선수로 뛰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이 만료되기 전인 2016년 10월경 성남FC 측은 두 선수를 방출했으며, 이에 두 선수는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구단 측은 "두 선수가 스스로 팀을 떠나 계약이 합의해지된 것이므로 잔여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선수가 신체적인 활동을 구단에 제공한다는 면에서 고용계약과 유사한 면이 있다"면서 "여기에는 합숙, 훈련 등 단체생활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구단에는 선수에 대한 '신의칙상 보호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고(성남FC)는 계약기간에 원고들(A, B선수)이 경기 등에서 보인 실적에 상관없이 급여 협상을 성실하게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2017년 1~4월 기간에 해당되는 임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즉 이번 대법원 판결은 양 당사자 간의 계약을 일반적인 '고용관계'로 보지 않았던 법원의 기존 판단을 뒤집은 프로스포츠계에서 아주 의미있는 판례로서, 앞으로 하급심에서도 프로축구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선수와 구단 간의 계약을 고용계약과 같다는 취지의 판결들이 잇따라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선수계약은 본질적으로 특정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선수에 의한 경기의 실시와 그에 대한 대가에 의한 구단의 보수 지불에 있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는 고용계약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김근확 변호사<KBO 공인 선수대리인>

김근확 변호사·KBO 공인 선수대리인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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