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로망이 될 수 없다... 권상우 쌍절곤과 특수폭행, ‘말죽거리 잔혹사’ 속 법 이야기
폭력은 로망이 될 수 없다... 권상우 쌍절곤과 특수폭행, ‘말죽거리 잔혹사’ 속 법 이야기
  • 장정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19.08.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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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 드라마 콘텐츠 내용 중 관객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장정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개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권상우가 학교옥상에서 쌍절곤을 들고 이종혁 패거리와 싸우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만큼 여전히 대한민국 학원액션물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그맨들이 최근까지도 권상우의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옥땅'으로 올라와”, 김부선의 "현수, 하고 싶은 거 다 해"와 같은 영화 속 대사들을 패러디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0년대 강남 8학군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싸움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 때문인지 많은 남성들이 권상우, 이종혁, 이정진 사이의 싸움씬을 보면서 자신들의 화려했던 과거 학창시절이 떠올랐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학교 내 폭력사건은 선생님께 따끔하게 혼나기만 하면 뒷탈이 없는, 소위 ‘애들싸움’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영화 속 권상우, 이종혁, 이정진 사이의 싸움씬을 보면서 학생들 간의 싸움이 ‘학교폭력’이라거나 ‘범죄’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남성들과 같이 과거 학창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학교폭력의 잔인성과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학교에서의 폭력을 더 이상‘애들싸움’이 아닌 ‘범죄’로 인식하게 되었고, 일부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은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소문으로 인해 큰 곤혹을 치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2004년도에 제정된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은 ‘학교장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해 학급교체 또는 사회봉사처분 등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할 경우 출석정지, 전학, 퇴학 등의 처분을 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한 언론인터뷰에서 “학교폭력에 연루되었던 학생을 굳이 선발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 고등학생의 경우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면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됩니다.  

만약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간적 배경이 1970년대가 아니라 2000년대였다면, 권상우의 싸움씬은 학창시절의 추억 또는 로망이 떠오르게 하는 멋진 장면이 아니라, 권상우가 쌍절곤으로 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특수폭행죄’로 처벌받거나, 적어도 학교폭력예방법상의 ‘징계처분’을 받아서 불행한 삶을 살게 만든 비극적인 장면으로 그려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미디어 속의 폭력적인 장면을 따라  자신의 또래를 괴롭히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학교폭력은 더 이상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이 학창시절의 추억 또는 로망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있어 잔혹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라며, 특히 학교폭력은 ‘애들싸움’이 아닌 ‘범죄’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장정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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