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초기에 종교단체에 전 재산 기부 "이의제기 안 하겠다" 각서까지... 돌려받을 수 있나
치매 초기에 종교단체에 전 재산 기부 "이의제기 안 하겠다" 각서까지... 돌려받을 수 있나
  • 신새아 기자
  • 승인 2019.08.13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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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상태에서 기부 이뤄졌어도 통상의 경우엔 반환 어려워"
"민법상 무효인 '착오에 의한 행위' 입증하면 기부금 반환 가능"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치매 초기 상태에서 종교단체에 전 재산을 기부했습니다. 민·형사상 소송을 내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했습니다.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사건 내용이 어떤 사연인가요.

[기자] 70대 여성 이모씨의 사연입니다. 이씨는 지난 2015년 길을 걷다가 우연히 한 남성을 만났는데 이 남성이 이씨에게 "고민이 있어 보인다. 해결하려면 조상에게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남자는 일종의 사이비 종교단체 모집책이었는데요. 고령에다가 치매 초기 상태였던 이씨는 남성에게 속아서 여러 차례에 걸쳐 거의 전 재산을 기부금 명목으로 바치게 됩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이씨의 아들이 남성을 사기로 고소한 사건입니다.

[앵커] 돈은 그래서 돌려 받았나요.

[기자] 해당 종교단체는 구속될 위기에 몰리자 이씨의 아들에게 합의를 제안합니다. ‘1억3천만원을 돌려 줄테니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합의각서 작성을 종용한 겁니다.

이에 아들은 합의서에 사인하고 1억3천만원을 돌려받았습니다.

[앵커] 돈을 돌려 받았으면 끝난 것 아닌가요. 이게 왜 법정으로 간 건가요.

[기자] 돌려받은 1억3천만원이 전재산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씨가 그 종교단체에 기부한 돈이 1억3천만원이 아니라 1억5천 790만원으로 밝혀진 겁니다.

이에 아들이 다시 나머지 돈 2천790만원도 돌려달라며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소송을 내면서 사건이 법정으로 가게 된 겁니다.

[앵커] 어쨌든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합의서를 써 준 건데 공단은 재판에서 어떤 취지로 주장했나요.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종교단체 측에서는 “민·형사상 이의 제기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추가 민사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에 대해 공단은 아들이 전체 피해액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합의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일종의 착오에 의한 행위로 합의서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합의 당시 피해액을 잘못 알고 합의했기 때문에 ‘착오’를 이유로 합의를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앵커] 이렇게 ‘착오’로 합의서를 작성하면 보통 취소가 되는 게 일반적인 가요 어떤가요

[기자] 그건 아니고 원래 이 경우처럼 ‘착오’로 인한 합의 취소 주장은 법원에서 인정되는 사례가 아주 드물다고 합니다. 여기에 이씨처럼 이미 피해액의 대부분을 지급받고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더욱 취소 인정 가능성이 낮다는 게 공단의 설명입니다.

[앵커] 그러면 결국 나머지 돈은 돌려받지 못한 건가요.

[기자] 그건 또 아니고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공단이 전부승소해 나머지 돈도 전부 돌려받았습니다.

이씨가 고령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고 합의서를 돈을 기부한 이씨 본인이 아닌 아들이 작성했는데 당사자가 아니어서 정확한 피해액을 알 수 없었던 점, 피해액이 1억3천만원임을 전제로 합의를 했다고 봐야한 점 등을 중점 주장했는데 법원이 공단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전부승소로 판결한 겁니다.

민법 제733조에 명시된 대로 착오에 따라 취소할 수 있는 합의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씨처럼 치매 상태에서 정상적인 종교단체나 공익재단 등에 기부를 했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 어떤 건가요.

[기자] 돌려받기 어렵다고 합니다. ‘기부의 법률적 성격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사건 변론을 맡은 안지선 변호사의 설명인데요.

‘기부’는 세법에서 ‘증여’의 한 종류로 분류하고 있고, 민법에서도 ‘증여계약’에 해당됩니다. 증여는 그 자체가 아무런 대가 없이 금전을 지급하는 행위고 일단 기부가 이뤄지면 법적인 효력이 그대로 확정돼 추후 치매였다고 기부금을 돌려달라고 해도 기부금을 받은 곳에서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급부를 하는 기부의 공정성 여부를 논할 수 없고 단순 변심에 의한 기부금 반환 요구는 효력이 없다는 게 안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앵커] 어렵네요. 아무튼 사이비 종교단체들은 조심해야 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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