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공주들의 잔혹사 〈2〉‘백설공주’ 속 왕비의 죄책! 살인미수? 살인기수?
동화 속 공주들의 잔혹사 〈2〉‘백설공주’ 속 왕비의 죄책! 살인미수? 살인기수?
  •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19.08.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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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곽노규 변호사는 디즈니 영화 '라푼젤'과 '백설공주' 이야기를 통해 '동화 속 공주들의 잔혹사'와 그와 관련되는 법적 쟁점들을 다룹니다. /편집자 주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한동안 고유정 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에서 나아가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고유정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요, 만약에 의붓아들도 살해한 것이라면 필자에게도 또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역대 흉악범으로 손꼽힌다는 이 고유정과 견줄만한 못된 악녀가 동화 속에도 존재합니다. 바로 ‘백설공주’ 이야기 속의 왕비입니다. 동화에 많은 악인들이 등장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백설공주의 왕비가 최고의 악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만나볼 공주는 바로 눈같이 희고 예쁜 백설공주입니다.

왕비는 백설공주가 자신보다 예쁘다는 이유로 죽일 것을 결심하고, 사냥꾼에게 백설공주를 죽이고 심장을 가져오라고 명합니다. 그렇지만 사냥꾼은 백설공주를 죽이지 못하고 멧돼지의 심장을 가져가고 왕비는 이 심장을 요리해 먹어버립니다.

이후 백설공주가 여전히 죽지 않은 것을 안 왕비는 레이스를 파는 늙은이로 분장해 직접 백설공주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레이스를 사고자 하는 백설공주에게 레이스를 묶어준다며 다가가 레이스를 단단히 묶음으로써 또 한 번 살인을 도모하는데요, 왕비는 쓰러진 백설공주를 보고 죽었다고 생각하고 돌아가지만 백설공주는 일곱난장이의 도움으로 살아납니다.

여전히 백설공주가 죽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왕비는 이번에는 빗을 파는 노파로 변장하여 백설공주를 찾아가고 백설공주는 독이 묻은 빗을 머리에 꽂자마자 쓰러져 죽어버립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일곱난장이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왕비는 백설공주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에 격노합니다. 그리고 농부의 아내로 변장해 사과를 들고 백설공주에게 갑니다. 일곱난장이로부터 아무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철저히 당부를 받은 백설공주는 창문을 통해 왕비로부터 사과를 건네받고, 사과를 한 입 물자마자 죽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거울은 왕비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을 해줍니다. 물론 다들 아시는 이야기처럼 백설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다시 살아나지만 말입니다.

그럼 이제 법조인의 시선에서 이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왕비는 공주를 죽인 걸까요? 죽이려다 실패한 걸까요?
우리 현행법상 죽인 것과 죽이려다 실패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살인죄 또는 살인미수죄로 죄책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형량의 차이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주를 죽이려는 총 4번의 시도가 있었고, 공주는 매번 숨이 끊어지기도 했는데 어쨌든 살아났습니다. 우리 판례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때에 비로소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보는데요, 그렇다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때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호흡이 영구적으로 그쳤을 때라고 보는 견해, 맥박이 영구적으로 정지했을 때라고 보는 견해, 뇌기능이 종국적으로 정지된 뇌사 상태라고 보는 견해 등 다양한 학설이 대립합니다.

어느 학설이든 영구적으로 호흡이든 맥박이든 뇌기능이 정지되어야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백설공주의 경우 호흡, 맥박, 뇌기능이 영구적으로 정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왕비는 살인미수죄가 성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악랄하게도 살인을 준비한 왕비인데 백설공주가 살아났다는 것만으로 미수죄가 된다니 조금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렇지만 왕비의 이런 악행은 형량을 정함에 있어 당연히 반영될 것이고 왕비는 아마 살인이 기수에 이른 경우 못지않게 중한 형벌을 받을 것입니다.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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