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성 조각사유 규정 없는 사이버명예훼손죄...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사이, 합리적 개정 시급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 없는 사이버명예훼손죄...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사이, 합리적 개정 시급
  •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12.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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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률방송뉴스] 최근 미투운동 등 특정 가해자의 성범죄사실, 갑질 등에 관한 피해자고백을 통해 그들의 비위를 고발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그런데 그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의 방어수단으로 이른바 사실적시에 의한 사이버명예훼손죄 규정이 남용되고 있어 해당조항의 합리적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이버명예훼손은, 비방의 목적으로 명예훼손성 글, 댓글, 그림, 사진, 동영상 등 모든 형태의 콘텐츠를 정보통신망에 게시하는 행위를 말하며, 사이버공간의 전파속도 등 강한 파급력을 고려하여 형법상의 명예훼손죄 규정보다 법정형이 훨씬 가중되어 있다.

사이버명예훼손은 피해자의 인격권보호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규제되어야 마땅하다.

만일 사이버명예훼손을 보다 강력히 규제하지 않는다면 명예훼손성 유언비어와 루머의 남발 및 이에 관한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버공간에 대한 규제가 과도할 경우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결국 사이버명예훼손의 합리적 규제는 이 두 가지 중요한 법익, 즉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와 자유권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하겠다.

형법의 규율대상인 명예훼손행위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행해지는 경우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여 행해지는 경우의 두 가지가 있는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여 행해지는 명예훼손죄의 경우 그 사실의 적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내용이면 위법성을 조각한다는 별도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정보통신망법의 규율대상인 사이버명예훼손도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행해지는 경우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여 행해지는 경우의 두 가지를 모두 규정하고 있는데 구성요건에 ‘정보통신망을 통하여’라는 요건과 ‘비방할 목적으로’라는 두 가지 요건이 추가되어 있다.

하지만 형법과 달리 사실적시 사이버명예훼손죄에 대한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법규정과의 불균형을 조정해야 한다거나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규정이 사이버명예훼손행위에 대하여도 적용된다는 등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그런데, 형법상의 명예훼손죄와 관련하여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다. 이에 따라 유엔 인권위원회 2011년 보고서와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 2015년 보고서에서 각각 우리나라에 대하여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규정의 폐지를 권고한 일도 있다.

하지만 형법상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그대로 유효한 현재로서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고려하여 사실적시 사이버명예훼손죄를 검토할 수는 없으며, 더욱이 정보통신망법의 사실적시 사이버명예훼손죄 규정에 대하여 2016년에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을 합헌이라고 결정하였기 때문에 규정의 폐지논의는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면 정보통신망법상의 사이버명예훼손죄 규정만을 놓고 볼 때 더 이상 개선의 여지는 없는 것인가? 전술한 바와 같이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사이버명예훼손죄에 대하여는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이 없다.

하지만 형법상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규정되어 있고 또 공직선거법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 등을 비방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단서를 통해,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이를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명예훼손죄는 위법성조각사유규정은 없지만 사실적시에 의한 것이든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것이든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비방할 목적이 없다면 처벌받지 않으므로 굳이 별도의 위법성 조각 사유 규정을 둘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실적인 수사과정을 볼 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가 들어오면 피고소인(피해자)의 비방할 목적의 유무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절차를 부득이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해 예컨대 미투운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망법에도 사실적시 사이버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규정을 신설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에 관한 국회의 입법의지를 기대해 본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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