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20대, 훔친 오토바이 시동 안 켜고 내리막길 ‘주행’... “음주·무면허 운전 무죄”
만취 20대, 훔친 오토바이 시동 안 켜고 내리막길 ‘주행’... “음주·무면허 운전 무죄”
  • 유재광 기자, 김수현 변호사
  • 승인 2018.06.20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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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엔진 시동 켜지 않아... ‘운전’ 아니다”
“시동 켜서 기어 조작 하고 자동차 움직여야 운전”
“실수, 브레이크 노후화 등으로 움직였을 땐 운전 아냐”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만취한 20대가 오토바이를 훔쳐 시동이 안 켜진 상태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이 운전자는 음주운전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김수현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 오늘(20일)은 음주운전 처벌 얘기해보겠습니다.

[앵커] 김 변호사님, 사건내용이 어떻게 되는건가요.

[김수현 변호사] 네 청주에 사는 A씨는 길을 가다가 열쇠가 꽂힌 채 주차되어 있는 오토바이를 발견했는데요.

A씨는 이 당시 만취 상태였고 오토바이 운전면허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오토바이 배터리가 방전되어서 시동이 걸리지 않자 기어를 중립에 놓은 뒤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오토바이 주인에게 붙잡힌 사건입니다.

[앵커] 법원에서는 판단이 어떻게 나왔나요.

[김수현 변호사] A씨에게는 이 운전 부분 말고도 다른 여러 혐의가 함께 적용이 됐는데요. 우선 절도나 재물손괴, 그리고 주거침입 등의 혐의는 유죄로 판단됐습니다. 다만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습니다.

[앵커] 운전 관련해서 무죄가 나온 것은 왜 그런건가요.

[김수현 변호사] 우선 법의 규정되어 있기로 도로교통법 상 운전이라고 하면 자동차를 도로에서 본래의 사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운전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이 부분을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는 부분의 해석을 단순히 엔진시동을 켰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른바 ‘기어조작을 완료했을 경우‘라고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는 우선 엔진 시동을 켜서 그 동력으로 오토바이를 이동한 것이 아니라 엔진 시동을 켜지 않은 채로 단지 내리막길에서 그 경사로를 통해서 이동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법원이 운전이라고 보지 않은 것입니다.

[앵커] 그러면 일단 시동을 키는 게 일종의 음주운전의 전제조건 같은 게 되는 건가요.

[김수현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시동을 켜서 기어조작을 해야 이제 운전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선 음주운전 여부가 문제된 다른 사안에서 운전자가 ‘히터를 켜려고 시동을 켰고 다만 실수로 차를 움직였을 뿐이다’라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법원은 당시 이 사건에서 운전자가 기어를 드라이브에 놓고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자동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서 사용을 했고 이 운전자에게는 운전을 할 고의가 충분히 있었다라고 판단해서 음주운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사안이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실수든 뭐든 일단 시동을 켜고 기어를 조작해서 움직이면 무조건 음주운전이 되는건가요.

[김수현 변호사] 그렇진 않습니다. 실수로 제동장치를 건드리거나 아니면 사이드브레이크 그 자체가 노후화돼서 자동으로 풀려서 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에는 운전자에게 운전을 할 고의가 없다고 봐서 법원이 음주운전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사안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사건인데, 운전자가 자동차가 후진기어로 놓아진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실수로 제동장치를 건드려서 차가 움직인 것일 뿐이다’라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후진기어로 놓아졌고 그 자동차가 있었던 공간을 봤을 때 당시 후진을 할 만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제반사정들을 고려했을 때 이 운전자에게 운전을 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음주운전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판단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앵커] 도로 한 가운데 시동을 켜놓고 잠들어 있는 건 어떻게 되나요. 이건 차가 어디서 저절로 나타났을 리는 없고.

[김수현 변호사] 그런 경우에는 경우의 수를 나눠서 판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즉 우선 차를 운전해서 주차해두고 술을 마시러 간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단순히 차에서 잠들어버린 경우라면 운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이 되지 않겠죠.

하지만 술을 마신 다음에 차를 어디론가 이동을 시키고 그 이동한 장소에서 잠이 든 경우라면 음주운전으로 처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운전자가 운전할 당시에 처벌 가능한 수치에 음주상태였다는 점은 수사기관 측에서 수사를 통해서 입증을 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시동을 끄고 내리막길을 가다가 사람을 치면 어떻게 되나요. 운전이 아니니까 처벌을 안받나요 어떻게 되나요.

[김수현 변호사] 사람을 친 경우에는 다르게 판단이 됩니다. 왜냐하면 자동차는 법상 위험한 물건에 해당되는데 이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사람을 쳤기 때문에 특수폭행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경우의 수 따지지 말고 술 마셨으면 운전 안하는 게 나중에 제일 속편한 길인 것 같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김수현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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