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허용하되 엄격한 요건으로 규율 해야”
“공익 침해 않는 선에서 개인적 권리 보호돼야”

 

▲신새아 앵커= 이어서 존엄사 얘기 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단법인 착한법만드는사람들 상임대표를 맡고 계신 김현 변호사 모셨습니다.

상임대표로 계신 사단법인 착한법만드는사람들에서 꾸준히 존엄사에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해당 안건에 법인 설립 초기부터 무게를 두시고 활동해 오시게 된 계기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김현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세창)= 저희 착한법만드는사람들은 2019년 10월에 설립됐는데요. 저희가 초기에 존엄사, 징벌적 손해배상 전면도입, 세금 감시를 3대 과제로 설정해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2번째 세미나를 2020년 7월에 ‘존엄사 입법을 촉구한다’를 주제로 열었거든요. 계기는 2016년에 만들어진 ‘미 비포 유(Me Before You)’라는 영화가 있죠. 유명한 잘생긴 젊은 사업가가 주인공인데 전신마비를 겪게 돼서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존엄사를 선택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거든요. 아주 감동적인 영화여서 다시 한번 존엄사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요. 평소에도 저는 죽음에 관해 생각을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삶을 좀 더 충실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 계속해서 활동해오고 있죠.

▲앵커= 관련된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인 존엄사 허용을 위한 헌법소원을 청구하셨습니다. 청구 내용과 함께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현 대표변호사=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입니다. 2023년 12월 28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고요. 심판 청구인은 이명식씨와 그의 따님입니다. 피청구인은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입니다. 내용은 2가지인데요.

하나는 2016년에 제정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이름이 길죠. 이것을 ‘연명치료중단법’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조력 존엄사’에 관한 조항이 들어가 있지 않아요. 2016년 연명치료중단법은 오로지 연명 중단만 허용하는, 그야말로 식물인간과 같은 사람들만 스위치를 빼는 것을 허용할 뿐 적극적으로 살아있으나 너무나도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조력 존엄사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은 부작위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고요.

또 하나는 형법 252조 2항은 다른 사람의 자살을 교사하거나 방조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굉장히 무거운 처벌이죠. 예를 들어서 이명식씨가 굉장히 고통스러워서 존엄사를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안 되니까 스위스에 가야합니다. 그럴 때 혼자 못가니까 보호자인 딸이 동행해야 하는데 따님이 같이 가는 순간 우리나라 형법 위반이 되는 거예요. 너무 지나치죠. 그래서 이 조항은 위법이다라는 주장, 총 2가지를 근거로 저희가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앵커= 언론에서도 굉장히 주목을 많이 받았던 사안인데요. 청구인 이명식씨가 존엄사를 허용해달라고 호소하는 환자 본인이 맞는 거죠?

▲김현 대표변호사= 그렇습니다. 이분이 어떤 상태냐면 2020년 보라매병원에서 척수염 진단을 받고 하반신 마비, 그래서 모든 활동을 못할 뿐 아니라 계속 엄청난 통증을 겪고 있어요. 콘크리트로 누르는 고통이라고 해요. 그리고 배변을 할 수 없어서 따님이 하루에 3번 항문에 손을 집어넣어서 배변을 끄집어내야 하는 처참한 상황입니다.

본인이 봐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상상할 수도 없고요. 두 번째는 자기 결정권, 내 목숨인데 내가 결정해야 하는데 국가가 관여해서 하라마라 하는 것은 잘못됐다. 그리고 또 헌법 17조의 사생활의 자유도 위반하고 있어요. 그래서 (헌법소원을) 청구했고요.

그리고 따님은 행동의 자유, 내가 아버지를 따라가서 아버지를 돕고 싶은데 왜 국가가 못하게 하냐, 왜 그걸 내가 처벌을 받아야 하냐 라고 해서 행복추구권 그리고 행동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를 위반했다고 해서 청구를 한 겁니다.

이명식씨는 지금 전 세계 4군데 등록했거든요. 스위스 3곳, 호주에 1곳을 등록해놨어요. 이 나라들은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입니다. 특히 디그니타스는 세계에서 제일 큰 조직인데 이미 이명식씨는 조력 존엄사의 요건에 충족했다, 언제든 오면 도와줄 수 있다는 편지까지 받은 상태에요. 이걸 조력 존엄사 허용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법제 때문에 못가고 있는 거예요.

디그니타스를 우리가 배울 게 많은데 이분들이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이 3가지에요. 말기 환자이거나 견딜 수 없는 장애, 참을 수 없는 고통 등 3가지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거든요. 영화 미 비포 유 주인공처럼 견딜 수 없는 장애가 있으면 가입이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그게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말기 환자에 너무 치중하고 있죠.

▲앵커= 저도 착한법만드는사람들 세미나 참석했을 당시 이명식씨가 고통을 호소하던 영상을 보면서 상당히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그간 판단 방향은 어땠으며, 이번 헌법소원은 어떻게 될 거라 예상하십니까.

▲김현 대표변호사= 2009년 김할 머니 사건을 계기로 헌법재판소가 ‘연명치료 중단은 가능하다. 다만 적극적으로 죽음을 하는 적극적 존엄사는 안 된다’고 했고요. 특히 어떤 법률이 규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요구하는 것은 입법권 침해다‘라고 해서 부정적 결론을 냈어요. 그리고 2017년, 2018년 모두 조력 존엄사 헌법소원이 있었지만 각하됐습니다. 놀랍게도 올해 1월 18일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을 심판에 회부한다고 해서 정식으로 검토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거든요. 저희는 굉장히 기뻐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형두 재판관은 법원행정처 차장도 지냈고 법리에 해박하고 굉장히 전향적인 입장을 가진 분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좀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저희가 공개변론 신청도 했거든요. 공개변론도 조만간 채택될 것이고 다른 결론이 나와서 조력 존엄사가 꼭 필요한 분들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저희 변호사들은 이런 상황을 많이 접합니다. 의뢰인들이 찾아와서 ‘배우자가 식물인간인데 너무 오랜 기간 겪어서 본인도 힘들고 가족들도 힘들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제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요.

▲앵커= 올해는 그간과는 다른 판결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이같은 전향적인 판단이 나오게 된 헌재의 근거엔 어떤 게 있을까요?

▲김현 대표변호사= 가장 큰 반대논리는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거예요. 너무나 고통스럽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잃은 채 살아가는 데 과연 그들에게 생명권이 무엇이냐 하는 거죠. 함부로 생명을 뺏어선 안 된다는 공익을 위한 논리와 나 스스로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개인적 권리가 부딪힐 때 개인적 권리가 공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건 허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저희가 헌법소원을 제기했을 때 그 내용은 호스티스 입법에 이같은 조항이 없다는 거예요. 호스피스법은 오로지 연명치료 중단에만 치중되어 있을 뿐 적극적인 조력 존엄사는 규정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2022년도에 안규백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어요. 이 법안에서는 적극적인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어요, 핵심 내용은 4가지입니다. 첫째로 보건복지부 산하에 조력 존엄사 심사위원회를 둔다, 둘째는 심사위원회가 판정해서 대상자가 될 경우 한 달 뒤 그 환자가 전담의사와 다른 전공의 2명에게 본인 의사로 신청한다, 셋째, 허용되면 존엄사가 가능하다. 그 경우에는 이를 돕는 의사는 형법상 자살방조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넷째는 관여자 모두는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향적인 입장입니다. 지금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앵커= 헌재 뿐 아니라 정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 업계 내 분위기는 어떤지요?

▲김현 대표변호사= 국민 여론의 80%는 꼭 임종 직전의 환자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환자라면 조력 존엄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법조계도 역시 마찬가지에요. 법조계 인사들은 주위 의뢰인들에게 많은 의견 청취와 요청을 받고 있거든요. 같은 입장이에요. 환자들이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해주길 바라죠.

또 우리가 참고해야할 것이 선진국 입법례인데요. 미국은 1997년 오리건(Oregon)주에서 이미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2022년도부터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고요. 최근에는 네덜란드 총리부부가 같이 존엄사를 하기로 했죠. 93세에. 오스트리아도 그런 법률이 있고요. 스위스는 자살 방조를 처벌하지 않아요. 단 이의적인 이유가 아닌 한해서요. 그래서 디그니타스가 활동할 수 있는 거죠. 아울러 호주에서도 8개 중 3개주가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2020년 독일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어요. 여기서 말하기를 조력 존엄사의 방법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의사들이 신중하게 도와줘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자살 방조를 처벌하던 독일 형법은 위헌이다라는 판례를 냈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독일 것을 따온 거거든요. 그래서 이 판례가 굉장히 중요해서 이번에 결정을 내는 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앵커= 착한법만드는사람들에서 존엄사 화두를 많이 던지고 계십니다.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김현 대표변호사= 다양하고요. 저희는 사회 전반에 잘못된 법제도를 개선해서 국민들에게 도움을 드리자는 생각이고요. 예를 들어 국회가 잘못된 법안을 통과시켰다. 예를 들어 언론중재법 같이 과거에 언론에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률 같은 것들은 용감하게 저희가 성명을 내서 저항했고, 결국 좌초됐죠. 그렇게 잘못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시대의 흐름과 기본권 신장에 어긋나는 사회의 모든 움직임, 그것이 권력의 뜻이라 할지라도 저희는 단호하게 반대하고 발언할 생각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김현 대표변호사=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해외에 나가서 그야말로 어렵게, 스위스까지 가서 비용도 많이 내야합니다. 그래야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이 왜 이렇게까지 해서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수면제를 과다복용 한다든가 강에 빠진다든가 심지어 너무 가난한데 가족이 병으로 고통스러우면 살해하는 경우도 있어요. 최근에 그런 사례가 발생했어요. 처참한 일이죠. 그래서 우리가 선진국이라면 이러한 자유를 허용하되 다만 엄격한 요건으로 규율지어서 그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우리 법제는 임종일 것을 굉장히 강조하는데 꼭 죽기 직전 아니라도 멀쩡한 상태일지라도 너무나 심한 고통스러울 때 미 비포 유 주인공처럼 자유를 줘라, 자유권을 주장하는 바입니다.

▲앵커= 국내에도 지금은 존엄사법이 존재는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는 거죠?

▲김현 대표변호사= 그렇죠.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가 있는데, 2016년 법안은 소극적 안락사만 허용하고 있는 겁니다. 제 주장은 적극적 안락사도 허용하자, 많은 선진국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입장인 거죠.

▲앵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기본적인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안락사와 존엄사의 차이점이 있나요?

▲김현 대표변호사= 대한의사협회 의료윤리협의회라는 게 있어요. 존엄사를 이렇게 규정했어요. 아주 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이 그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서 제3자로 하여금, 의사와 같은 제3자가 약을 투여하든가 주사를 놓든가 해서 자연적인 사망 시기보다 좀 더 빨리 사망하게 하는 것, 이것을 존엄사라고 정의했어요. 존엄사와 안락사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안락사에는 적극적 안락사와 조극적 안락사가 있죠. 소극적 안락사는 식물인간인 경우에 단순 연명치료 중단을 안 하는 것, 적극적 안락사는 살아있지만 몸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스스로의 의지로 숨을 끊을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 행위죠. 그런데 차이점은 결국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거죠. 의사 또는 제3자. 제3자의 도움을 허용하는 것이 적극적인 안락사의 필연 요건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 헌법소원에서 청구인을 두 사람을 둬서 한 사람은 조력자 이렇게 한 거죠. 예를 들어 이번 사건의 조력자는 30대 여성인데 직장도 포기하고 자기 아버지 간호를 위해서 24시간 수족과 같이 간병하고 있어요. 너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의심케 하는 상황까지 빠졌어요. 이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 이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냐.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갖고 있고요.

그러던 찰나에 한국존엄사협회가 착한법만드는사람들에 제안을 해왔습니다. ‘우리 두 단체가 힘을 합해서 헌법소원을 해보자‘라고요. 그래서 아주 저희는 흔쾌히 수락해서 했는데 헌법재판소의 요건이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침해가 최소한일 것. 침해 최소한이죠. 이거 너무 고통스럽잖아요. 두 번째는 직접성. 형법조항이 직접 청구인을 괴롭히고 있느냐. 셋째는 현재성, 지금도 고통이 계속되고 있느냐. 이 3가지 요건을 다 충족하고 있어요. 그러니 헌재에서도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정식 심판에 회부한 것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앵커= 네. 각계에서 전향적이고 다른 판단을 보이고 있는 만큼 존엄사에 대한 또 다른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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