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친문,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퇴론'까지 불거지자 당내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습니다.

◆ 하위 평가 20% 통보가 원인

공천 갈등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것은 '현역 의원 하위 평가 20%' 입니다.

하위 20%를 통보받은 비명계 의원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불공정 공천'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민주당의 이번 총선 규정에 따르면 하위 10~20%는 경선 시 득표 수의 20%를, 하위 10%는 30%를 감산하는 패널티 적용을 받습니다.

경선은 미세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어 20~30% 감산 패널티는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로 여겨집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지난 19일 "하위 20%를 통보 받았다. 오로지 민생 회복과 정치 발전을 위해 4년간 쉼 없이 활동했다"고 아쉬움을 표하며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근거로 하위 평가를 받았는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에 대한 점수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박용진 의원 역시 하위 10%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은 후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오늘(22일)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의정활동과 기여활동, 공약이행과 지역활동 등 그 어느 항목에 대해서도 평가 대상 168명 인원 중 하위 10%라는 판단에 납득할 수 없다"며 "정량 및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대표발의 법안은 기준 기간 동안 80건으로 평가 당시 168명 전체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77위, 백분위 상위 45%에 해당하고, 입법 완료 법안은 15건으로 168명 중 104위, 백분위 상위 61%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송갑석 의원은 어제(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임혁백 공관위원장으로부터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송 의원은 재심 신청은 하지 않고 경선에 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밖에도 지난달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원칙과 상식'에서 함께 활동했던 윤영찬 의원, 박영순 의원, 김한정 의원 등 모두 6명이 하위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밝히며 공개적으로 반발했습니다.

이같은 의원들의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지금까지는 하위 평가 명단에 오르더라도 경선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이를 공개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의원들이 나서서 '커밍아웃'을 할 정도로 파장이 크기 때문입니다.

◆ 비공개 의원총회... '이재명 사퇴론'까지

논란은 어제(2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약 15명의 친문계, 비명계 의원들이 발언에 나서 민주당 공천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몇몇 의원들은 "지도자가 경쟁자를 적으로 돌린다", "(반대파를) 척살 대상으로 보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대표는 앞서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혁신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원망이 나올 것도 잘 알고 있다. 모든 원망은 대표인 제게 돌려라. 온전히 책임지고 감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의 '시스템 공천'을 계속 밀어붙인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내 반발을 의식한듯 의총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의총에서는 이 대표의 불참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현역 의원 제외 여론 조사'에 대한 해명 촉구도 잇따랐습니다.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빠진 여론조사가 몇몇 지역구에서 연달아 실시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조정식 사무총장은 "당에서 진행한 것은 맞다. 여러 단위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여론조사가 특정한 타겟을 정해 놓고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준비 중이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야당 험지로 꼽히는 송파갑 출마를 제안하고, 임 전 실장이 이를 거절하며 '친문계'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습니다.

◆  수습 나선 지도부... 돌파구 있을까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 등 당 원로들까지 유감을 표명하고 나서며 '이재명 사퇴론'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지도부는 재빨리 진화에 나섰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께 실망을 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이 구축해 온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제대로 실천함으로써 국민께 잃었던 신망을 되찾고 신뢰를 드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천 내홍으로 인한 혼란이 커지자 당 내 릴레이 탈당을 우려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겁니다.

홍 원내대표는 "누구나 잘못할 수 있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줄 아는 것이 훨씬 더 역량 있는 정당의 태도"라면서도 "민주당부터 단결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은 민주당을 위한 선거가 아니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지키고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매우 절박한 선거"라며 "분열과 갈등으로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물론 대한민국의 불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천 갈등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윤 정권 심판을 위한 당의 단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스템 공천이 쏘아올린 '공천 내홍'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이 대표는 여전히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어 '이재명 지도부'가 해당 논란을 어떻게 돌파할지 그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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