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 7년 만에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한 헌정 사상 첫 법원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해당 의혹의 정점이라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2019년 2월 검찰이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해 시작된 사법농단 재판은 법조계 내에서 '기네스북급 도전감'이란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총 290번 열린 이 재판은  2019년 2월 11일 기소된지 1810일, 약 4년 7개월이 걸린 초장기 재판으로 기록됐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7년 1월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대법원장 권력 분산에 관한 공동 학술대회를 열었고,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판사들은 연구회 중복 가입을 해소하라'는 취지로 공지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선 '인권법연구회 견제'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는 인권법연구회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이라는 평가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그해 4월 언론을 통해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돼자, 젊은 판사들이 재조사를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두 달 뒤인 6월 양 전 원장은 경기 성남 자택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를 거부하고, 9월 퇴임했습니다.

그러나 9월 25일 김명수 사법부가 출범하면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을 세 차례 조사한 뒤 구속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며 사법농단 수사는 끝을 향해 갔습니다. 

그렇게 2019년 1월 양 전 원장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게 되며 2월 무려 47개의 혐의로 구속기소 됩니다. 

그러나 재판은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지연됐습니다. 

우선 사법농단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가 100명이 넘고, 증인석에 불려온 이들도 66명이나 됐습니다. 

또 재판부도 바뀌어 기존에 진행한 증인신문 결과를 새 재판부가 확인하는 절차(녹음파일 재생)도 시간이 많이 소요됐습니다. 

여기에 양 전 원장의 폐암 수술,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여러 요소가 장기간 재판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26일 진행된 양 전 원장의 1심 재판 역시 개정한지 4시간 25분 만에 선고가 나왔고, 판결문 낭독이 길어지자 이례적으로 10분간 휴정을 갖기도 했습니다. 

한편 법정에선 양 전 원장·박 전 대법관·고 전 대법관 모두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날 양 전 원장의 생일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법농단 혐의에 대한 마지막 1심 선고는 오는 2월 5일 임 전 차장의 선고 공판 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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