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용 집 계약 후 중도금까지... 세입자, 돌연 "더 살겠다"
대법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잔금 거절하는 것 정당할 수도"

(법률방송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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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집을 매수한 사람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이사 계획이 어그러졌습니다.

이 문제로 집주인과 매수인 사이 법적 다툼이 벌여졌는데요.

대법원이 잔금 지급을 미뤄도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매도인이 잔금을 받지 못했다며 매매계약 해제를 주장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취지입니다.

오늘(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파트 매수인 A씨가 매도인 B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A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2021년 1월 B씨의 아파트를 11억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합니다.

세입자 C씨의 보증금 5억원을 A씨가 승계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실제 A씨가 B씨에게 지급할 돈은 6억원이었습니다.

계약금 1억 1,000만원과 중도금 3억원, 잔금 1억 9,000만원입니다.

C씨의 계약 만료일은 2021년 10월 19일.

하지만 C씨는 공인중개사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그해 12월 초까지 아파트를 인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합니다.

이 내용은 중개대상물확인 설명서에 적혔고, 매매게약서에 특약사항으로도 명시됐습니다.

A씨는 그해 4월 22일 잔금을 지급하고 B씨로부터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잔금을 주기 사흘 전인 19일, C씨는 돌연 B씨에게 갱신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1회에 한해 계약을 2년 연장할 수 있습니다.

B씨는 추후 C씨를 내보내겠다는 등의 조치 없이 A씨에게 잔금 지급을 독촉했습니다.

A씨는 "약속대로 전세계약을 종료하라"고 반발하며 잔금 지급을 거절했고, B씨는 "A씨가 잔금을 안 줬으니 아파트 매매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했습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잔금 지급 의무에 대한 1‧2심의 판단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C씨가 갱신요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B씨가 (세입자가 없는) 아파트를 인도할 수 없게 됐다"며 "A씨는 잔금 지급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잔금 지급 의무가 있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B씨가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법률상 허용되기 어려웠기 때문에, 아파트 매매 계약은 A씨가 잔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적법하게 해제됐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은 "임차인 C씨가 잔금 지급일 직전 갱신요구권을 행사해 B씨가 (빈 아파트를) 인도하기 곤란할 현저한 사정 변경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초 계약 내용에 따른 A씨의 선이행의무(잔금지급)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파기환송심에서 A씨의 잔금 지급 거절이 정당하지는 않은지, B씨의 계약 해제권 행사에 문제는 없는지 더 심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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