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법률방송)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전임 대법원장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잘한 점을 계승해서 사법부를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오늘(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공관 호화 리모델링 등으로 사법부 신뢰를 추락시켰다며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전임 대법원장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나름의 개혁 조치를 취하셨고 그중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있다. 전임 대법원장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잘한 점은 계승해서 사법부를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또한 압수수색 사전심문제 도입과 관련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다만 “아무나 부르면 수사의 밀행성이 떨어진다”며 “대법원에서 검사가 신청하면 참고인만 부르는 쪽으로 바꿀 필요성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관련자를 불러 대면 심문을 하는 제도로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를 신설하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습니다.

조 후보자는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발언을 통해 “재판 지연의 원인이 한 곳에 있지 않은 만큼, 세심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최강욱 의원은 기소된 지 3년 8개월 만에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당선무효가 된 (국민의힘) 김선교 전 의원은 3개월 만에 아웃됐다. 윤미향 의원은 1심에 1년 5개월이 걸렸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년 9개월인데 2심에 그대로 있다”며 법원의 정치 편향성을 질타하자 “개별 사건에 대해 말하기 어렵지만 국민이 재판 지연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조 후보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불신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면서 “국민께 걱정을 끼쳐 드린 것은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법원행정처가 정치적 이유로 재판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추호도 그런 압력은 전혀 없었다”며 “오해할 만하지만 대법원의 운영에서 행정처와 전원합의체는 엄격히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는 '사법부 편향성', '재판 지연' 문제 등을 거론하며 자질과 도덕성 중심으로 검증했습니다.

청문회 준비 기간 조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신상 관련 의혹 제기가 사실상 없었던 만큼, 앞선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 때와는 달리 여야 모두 대체로 사법부 수장으로서 적임자인지를 따져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다음은 조희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모두발언 전문

존경하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주호영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의정활동으로 바쁘신 중에도 인사청문회를 위하여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데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법부에 대한 기대와 염려가 어느 때보다 큰 시기에 대법원장의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 두렵고 떨리는 심정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위원님들로부터 대법원장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는 자리인 만큼, 위원님들께서 주시는 질문에 대하여 솔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답변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저는 1986년 9월 판사로 임관한 이래 약 26년간 재판업무에 매진하였습니다. 이후 법원장으로서 사법행정업무를 담당하였고, 2014년 3월부터 대법관으로서 최종심의 재판을 담당하였습니다. 퇴직 후에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습니다.

저는 사법부에 근무하는 동안 한 순간도 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자세를 잃지 않고, 사건 하나하나에 온갖 정성을 쏟았습니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대립관계와 분쟁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고 균형 있는 판단의 잣대로, 정의에 부합하고 합리적이면서 개별 사건에 가장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이를 통하여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고,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강조하였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열거되지 않았던 ‘뚜렛증후군’의 장애인등록을 인정한 사례, 주민등록번호가 무단 유출된 피해자들의 변경신청권을 인정한 사례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종업원의 과로로 인한 사건에서 고용주 측에 안전한 근로환경을 제공할 의무를 강조하는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저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는 인식 하에, 이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대전광역시장 사건에서 금지되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기도 하였습니다.

노동관계법 영역에서는 노사관계를 균형 있고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원칙을 일관되게 추구하였습니다. 특히, 학습지교사와 방송연기자의 노동3권 행사를 최초로 보장하고, 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려고 힘썼습니다.

또한, 등기명의신탁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가치가 없고, 주주권은 원칙적으로 주주명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로써 사법부의 결단을 통해 투명한 사회로 나아갈 것을 강조하여 왔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저는 형사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적법절차의 법리를 엄격히 적용하고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이 공정한 재판을 구현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수원역 소녀 사건에서 청소년인 피고인들의 수사기관 자백 경위를 면밀히 살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1심 무죄 선고 후 검사가 증인예정자를 미리 소환하여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척하여 탈법적 수사관행에 제동을 걸기도 하였습니다.

법의 엄정한 적용을 통해 공동체의 법질서를 수호하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상사의 직원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여 피고인의 책임에 비례한 엄중한 형을 선고하고, 재벌의 편법 증여행위에 경종을 울리기도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과 위원님 여러분!

저는 헌법과 법률에 바탕을 두고, 치우침 없는 판결을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법과 양심, 당사자의 목소리 외에는 추호도 부당한 영향을 받거나 주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지키고자 분투하였습니다. 이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대법원장은 법관이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어야 할 중대한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헌법의 정신을 되새겨,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고 공정한 재판을 달성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국민들이 사법부에 절실히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보면,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여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강구해야만 합니다.

재판 지연의 원인이 한 곳에 있지 않은 만큼, 세심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통하여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가겠습니다. 신속한 기일 지정이나 판결서 적정화와 같이 당장 시행 가능한 방안에서부터 재판인력의 구성 또는 재판제도의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방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방안을 두루 살펴보겠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과 위원님 여러분!

재판은 정당한 권리자를 구제하고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제도임과 동시에, 투명한 절차를 통하여 서로 다른 당사자의 입장을 잘 듣고 부단히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설득의 과정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신뢰가 싹틀 수 있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법원에 편히 접근하고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재야 법조계와 함께 알기 쉬운 법률용어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계속해서 쉽고 간결한 판결문이 정착될 수 있도록 힘쓰는 한편, 재판과 사법정보의 공개범위를 넓혀 재판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증대하는 데에 진력하겠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도 재판과 사법행정을 통하여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사건 한 건 한 건이 정성껏 심리되고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도록 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법을 바로 펴 나가겠습니다. 사법부의 구성원들이 국민의 시각과 입장에서 스스로 좋은 제도를 발굴하고 정착시켜나갈 수 있는 자발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 국민소통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를 다하겠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청문회를 준비해주신 위원장님과 위원님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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