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강간 목적으로 수면제 투여... 미수에 외상 없어도 강간치상죄 해당"
몰카범 '화학적 거세' 처벌 법안 이어... 대법원, 성범죄 '단호한 처벌' 기류

 

 

[앵커]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조금 진부한 얘기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대법원이 수면제를 이용한 강간미수범에 대해 강간치상죄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슈 플러스', 석대성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앵커] 석 기자, 사건 내용부터 간략하게 전해주시죠.

[기자] 네, 2014년 청주에 살던 26살 여성 A씨가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서 김모씨를 만났는데요. 만남의 목적이 성매매였습니다.

근데 김씨는 A씨에게 돈을 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씨는 미리 준비했던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과 트리아졸람 등 수면제를 탄 커피를 A씨에게 먹였고요.

A씨가 잠들자 김씨는 강간을 시도했는데, 말하긴 뭐하지만 기능 장애로 막상 강간을 하진 못했습니다. 미수에 그친 사건입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그렇고 그런 사건인데, 이게 얘기가 되는 건 검찰이 김씨를 강간치상으로 기소했기 때문이죠. 강간치상죄가 뭔지부터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기자] 네, 강간치상은 강간을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것을 말합니다. 강간 및 강간을 시도하다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 성립하는데요. 강간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다든지 해서 '상처'를 입혀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단순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처벌을 받는데요. 강간치상죄는 이보다 훨씬 세게 처벌됩니다.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김씨가 여성에게 강간을 시도하며 무슨 상처를 입힌 게 있나요.

[기자] 아닙니다. 일단 외상은 전혀 없습니다. 수면제가 든 커피를 마신 이 여성은 잠에 떨어졌다가 3시간 뒤에 깨어난 게 전부입니다.

A씨는 의식을 회복한 다음 일상생활에 특별한 지장도 없었고 별다른 치료를 받은 것도, 진단서 같은 것을 뗀 경우도 전혀 없었습니다.

[앵커] 통상 상해, 강간치상도 여기에 해당하는데, 상해의 경우 상처가 나거나 진단서를 뗀 경우 등에 적용되는 범죄잖아요. 외상도 없고 별다른 치료도 안 받고 진단서도 없는데 강간치상을 적용했다는 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강간치상죄에서 '상해'는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리적 기능이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수면제 등 약물을 투약해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수면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경우 피해자가 자연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거나 후유증이나 외부적으로 드러난 상처가 없더라도 상해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강간을 목적으로 수면제를 먹인 자체가 '상해'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법무법인 태신 이길우 변호사 얘기 들어보시죠.

[이길우 변호사 / 법무법인 태신]

"기본적으로는 이런 수면제를 이용한, 수면제나 아니면 약물을 이용해서 타인의 어떤 의사를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처벌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기자] 이에 따라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고요. 성폭력 치료 강의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앵커] 네, 얼마 전 몰카범도 '화학적 거세'에 처하도록 국무회의에서 관련 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가 있죠. 법원도 수면제나 약물, 아마 술도 해당할 거 같은데 이런 거 먹이고 여성 강간하려 하면 강간치상으로 처벌한다고 하니 성범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 기류는 분명해 보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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