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금동관음보살좌상 (사진=연합뉴스)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금동관음보살좌상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절도범이 일본에서 국내로 훔쳐온 고려시대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제(26일) 대법원 1부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 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일본 간논지(관음사)가 오랜 기간 문제 없이 불상을 점유해왔기 때문에 소유권이 정상적으로 일본에 넘어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부석사 "왜구 약탈... 원소유자에게 돌려달라"

이 사건의 불상은 높이 약 50cm· 무게 약 38kg의 금동관음보살좌상으로 1973년 일본 나가사키현 지정 문화재로 등록됐습니다.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들은 일본 쓰시마의 사찰 간논지에서 이 불상을 훔쳐 국내로 들여왔고 이를 경찰이 적발해 몰수한 뒤 대전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보관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불법 반출된 일본 문화재를 돌려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부석사는 2016년 국가를 상대로 "처음 왜구가 불상을 약탈해갔기 때문에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불상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1951년 불상 속 복장유물에서 '1330년 2월 서주(지금의 서산) 부석사에 관음상을 만든다'는 문구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고려사에는 왜구가 1352~1381년까지 서주 일대를 5회 이상 침탈한 사실도 적혀있었습니다.

◆ 대법원 "고려 불상, 일본에 소유권"

2017년 1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불상이 당시 왜구에 의해 비정상적 방법으로 약탈당한 것이라 인정해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6년 뒤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취득시효가 완성돼 일본 간논지에 소유권이 넘어갔다"며 불상이 간논지 소유라고 판단했습니다.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돼 있는 일본 옛 민법을 따른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같았습니다.

대법원은 "간논지가 1953년부터 2012년 절도범에 의해 절취당하기 전까지 이 불상을 점유했다"며 취득시효가 완성된 1973년부터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또한 불상이 고려시대에 약탈당해 불법으로 반출됐을 개연성이 있다거나 우리나라 문화재라는 사정만으로 취득시효 법리를 깰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 부석사 반발... 일본은 안도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이번 판결은 과거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에 대한 약탈 주체의 소유권을 모두 인정한 것과 같다"며 반발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도 "강제로 빼앗긴 문화재에 대한 소유자의 권리를 막은 반역사적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간논지의 다나카 세쓰료 주지는 일본 방송 매체를 통해 "안도했다. 불상이 쓰시마섬에 돌아와서 지역민들이 안심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바라는 것"이라고 밝혔고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무라이 히데키 관방 부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불상이 간논지에 조기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촉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