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아 앵커= 이른바 ‘대장동 의혹’ 관련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최근 잇달아 핵폭탄급 폭로를 이어가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죠.

이에 검찰이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플리바게닝’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플리바게닝은 수사를 협조한 범죄자에게 형량을 깎아주는 유죄협상 제도인데요.

요즘 검찰 내부에선 이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핫이슈입니다.

내부자의 고발과 처벌 협상. 국내 도입을 두고 법조계에선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온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들인지 직접 듣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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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많은 수의 형사법 전문가들이 대검찰청에 모였습니다.

좀처럼 모이기 어려운 이들이 한 곳에 자리한 이유는 바로 ‘형사법 아카데미’ 때문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대검과 학계를 비롯한 형사법 전문가들은 수사권 조정,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제도 등 검찰 내 기능 그리고 해외 형사법 제도 연구를 위해 매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날도 학계와 실무에 종사하는 각계 전문가들, 그리고 방청 온 로스쿨생 등 150여명이 참석했고, 형사법 아카데미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개회사로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형사법아카데미 회장]
“실무와 학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서 실무에서 고민하는 부분을 학계가 지원해드리고, 저희 학계의 고민을 또 실무에서 반영하고 이러면서 저희 형사사법 제도가 발전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에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셔가지고 논의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뜻 깊다고 생각하고요. 이걸 또 저희 학자들이 받아서 전단하고 더 연구하고...”

그동안 코로나19로 열지 못하다 4년 만에 개최된 이번 아카데미는 '사법협조자 형벌제재 감면제도'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사법협조자 형벌 감면제도는 공범의 죄를 진술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 범죄자의 형량을 줄이거나 기소를 면해주는 제도로, 일명 ‘플리바게닝’ 제도와 비슷합니다.

공범 혹은 주범의 범죄 사실을 털어놓은 사람의 형량을 깎아주거나 아예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으로, 일종의 유죄를 협상하는 겁니다.

이 제도는 2010년과 2018년 국내 도입이 추진됐으나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수사기관이 밝혀내기 힘든 범죄의 주범을 잡아낼 수 있고 이미 선진국들도 활용하고 있어 찬성한다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범죄자와의 협상을 용납할 수 없다는 반대론이 거센 게 그 이유였습니다.

실무 부분 대표자로 참석한 송강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범죄자의 선의에 기대어 사실을 진술해주길 기대하는 제도가 합리적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해당 제도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송강 검사 /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범죄는 나날이 조직화 지능화 되고 은밀해지는 반면에 수사는 갈수록 엄격한 절차준수가 요구 되고 있고 범죄를 밝혀낼 수 있는 수사기법도 한정돼 있어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범죄수법을 따라잡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범죄 대응의 공백과 사법절차의 혼란을 막기 위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송 부장은 해외 사례와 발맞춰 국내도 범죄로부터 국민과 국가 공동체를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제도가 시급함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송강 검사 /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우리나라와 같이 수사 단계에서 조서를 활용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일본입니다. 일본도 2018년부터 수사공판협력 겸 협의합의제도와 형사면책제도를 도입해 지금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도의 내용이나 운영방식은 나라마다 조금씩 상이하긴 하지만 이제 미국, 유럽, 일본에서 이러하나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범죄로부터 국민과 국가 공동체를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 제도적인 보완책을 논의할 때가 됐다...”

이어 본격적으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해외의 운영 현황을 주제로 한 1부 발표가 시작됐습니다.

제일 먼저 발제를 맡은 원재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는 90~95%의 사건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재판 없이 종결된다”고 말하며 플리바게닝 없는 사법제도 운영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진 발표에서 김희균 형사법 아카데미 회장은 프랑스식 유죄 협상 제도를 소개했습니다.

가벼운 죄의 경우 피의자 자백을 전제로 검사가 감경된 형을 제안하고, 이를 피의자가 수락한다면 재판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 구재연 대구지검 검사는 "일본에서 검사는 공범의 수사 및 공판 절차에서 증언 등 협력을 조건으로 불기소, 공소 취소, 처벌 조항 변경 등 유리한 처분을 합의할 수 있다"며 "내부자 진술이 꼭 필요한 조직·경제·마약 범죄 등 특정범죄에 한해 협의와 합의를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최근 플리바게닝은 검찰을 중심으로 법조계 최대 관심사이지만, 국내 도입 필요성을 두고 갑론을박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부 고발자 증언이 없으면 실체를 밝히기 힘든 조직·마약·부패·테러 등의 범죄는 해외의 경우와 같이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반대로 이같은 형 감면제가 실체 진실주의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습니다.

사법 협조자 형벌제재 감면제도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나온 가운데, 향후 형사법 아카데미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분기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들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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