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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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술 취한 여성을 강제로 모텔로 데리고 가려다가 계단에서 넘어져 숨지게 한 남성에게 강간치사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오늘(23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강간치사, 감금치사,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5년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명령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간치사죄, 감금치사죄, 준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A씨는 울산 울주군에서 스크린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며 손님으로 온 여성 B씨를 알게 됐습니다. 2021년 12월 A씨는 B씨에게 “내가 당신 때문에 돈을 좀 썼다”는 등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B씨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야겠다”고 답한 후 A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이들은 만나서 술을 마셨고, A씨는 술에 취한 B씨를 택시에 태워 모텔로 이동하면서 성추행 했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후 A씨는 모텔에 가지 않으려는 B씨를 강제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B씨는 A씨가 모텔비를 계산하는 동안 도망가려고 시도하다가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며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A씨는 쓰러진 B씨에게 입을 맞추거나 손으로 몸을 만지는 등 재차 성추행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20여 일 동안 뇌사상태에 빠져 치료를 받다가 약 한 달 뒤 숨졌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강간이나 감금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도 없었다”며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등으로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피해자가 모텔 입구에서부터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는데도 A씨가 힘으로 피해자를 모텔로 끌고 갈 무렵에는 감금·강간하겠다는 범의가 생긴 것”이라며 “실제 간음 행위가 시작돼야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한 “피해자를 강제로 끌고 올 경우 다시 도망갈 수 있고 술에 취한 피해자가 중심을 잃고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A씨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2심에서는 형량이 절반으로 깎여 징역 5년이 선고됐습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이 A씨 폭행행위 자체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며 “피해자가 A씨로부터 도망치다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뒤 굴러 떨어지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씨는 2심에서 피해자 유족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합의금을 지급한 뒤 이들과 합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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