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앵커= 대한민국 최고 법, 헌법에선 모든 국민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1954년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진 직후부터 인정된 '국선변호인' 제도와 2004년 도입된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에게 사회 정의실현과 함께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제도, 당사자에게 취지가 잘 전달되고 있을까요.

사건을 맡은 변호사에게도, 사건을 맡긴 국민에게도 고쳐야 할 문제점이 많다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석대성 기자가 국선변호사 현주소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헌법 12조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땐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국민은 구속됐을 때, 미성년자일 때, 노·약자일 때 외에도 빈곤이나 기타 사유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을 때 국선변호인에게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재판부 배당 이후 변호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별다른 재산 없이 빚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 당시 취재진을 향해 "빚만 7000만원"이라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유 전 본부장은 향후 이어질 재판에서도 국선변호인 도움에 의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합니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어떻든, 이렇게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받으며 국선변호인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는 갈수록 의문입니다.

지난해 국선변호사 1명이 맡은 사건은 평균 64건, 5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나 늘었습니다.

특히 올해 국선변호인 수는 10년 전에 비해 300명 넘게 줄었는데, 2012년 국선변호사 1명이 맡았던 사건이 평균 4건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형사소송에서 변호사 선임 없이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나홀로 법정다툼'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이후 전국 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공판은 총 127만건, 이 가운데 57만건은 피고인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법률시장 문턱이 여전히 일반국민에게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법원의 태도에도 문제가 제기됩니다.

지난해 교통사고를 낸 한 배달업 종사자는 항소심을 제기했는데, 2심 재판부는 빈곤 등을 소명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선변호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배달원이 1심 재판 과정에서 재산압류 중인 게 확인됐다는 점을 들어 2심 재판부 판단은 위법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대법원은 올해 초에도 비슷한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국선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하면 그나마의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하지만 일선 법원의 관심도는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는 법원의 관리부재와 현실성 없는 보수체계가 꼽힙니다.

사건 1건 심급당 국선변호인이 받는 보수는 평균 40만원.

최저임금은 지난 5년 동안 40% 이상 증가했지만, 국선변호인 보수는 10년 가까이 동결입니다.

이 안에는 피고인 구치소 접견과 재판 1회 출석·변론, 기록 500쪽 이상 복사·검토, 의견서 제출, 피고인 또는 그 가족과의 상담 등 업무가 의무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나아가 법원마다 보수 지급 시기도 다르고, 보수 지급을 알릴 때 사건번호 표시 여부도 제각각이라 어떤 사건에 대한 보수 지급인지도 헷갈린다는 게 국선변호사 업계 호소입니다.

하지만 법원이 국선변호사 선정이나 사건배당, 판결 선고 후 평가에 관여해 항의하기도 어려운 실정.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도전한 3명의 변호사에게도 국선변호인 보수 현실화와 확대는 공통된 공약입니다.

사건을 돈벌이로만 보는 변호사.

변호사를 불신하는 국민.

국민 존중은 없고 기계적으로 재판만 하는 법원.

'사법시장 악순환' 3대 지적이 내년엔 개선점을 찾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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