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학계‧실무 공동학술대회 개최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종합적 고찰”

[법률방송뉴스]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 교수)와 4차산업혁명융합법학회(회장 한명관 교수), 한국형사판례연구회(회장 강동범 교수), 한불법학회(회장 변해철 교수) 및 검찰제도‧기획전문검사커뮤니티(회장 심우정 인천지검장)가 지난 11월 5일, 가평 켄싱턴리조트에서 제6회 학계‧실무 공동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2014년 첫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한 형사법학계와 전문검사커뮤니티는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 간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지 못하다가, 이번 대면 학술대회를 통해 실무와 학계 간 심도 있고 허심탄회한 교류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입니다. 이날 참석자는 100여 명에 이릅니다.
 
형사법학계와 실무계는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종합적 고찰’이라는 대주제 아래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민이 알기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형사법이 직면한 중요한 과제들을 학계와 실무계가 공유하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대비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 “검찰의 지휘‧감독권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검찰개혁”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용철 교수는 소위 ‘검찰개혁법’, 즉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만 부여하는 헌법 규정을 개정하지 않은 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사법경찰관에게 수사개시권을 부여하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를 지휘·감독이 필요한 상하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변경하며, 이른바 1차적 수사종결권을 사법경찰관에게 부여하는 등” 일련의 법 개정이 이뤄진 데 대하여 집중적으로 고찰했습니다.

박 교수는 “검사는 형사절차에서 여러 법령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공익의 대표자”라면서, “전통적으로 검사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범죄 수사에 있어 사법경찰관리를 지휘하는 수사의 주재자이고, 현행 헌법 제12조 제3항이 강제수사를 위해 필수적인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만 부여한 것은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수사 내용에 대하여 시종일관 직접 통제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들이 우리 형사법에 위와 같은 변화를 꾀하면서, 더 나아가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죄의 범위를 한정하는 규정을 검찰청법에 두는 등으로 검사의 수사권 제한 시도를 실현시킨 것은 여러 측면에서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특히 검찰청법 제4조에 대해 “단순히 6대 범죄를 2대 범죄로 ‘축소’하면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것으로 수렴하여 만들어진 급조된 조문”이라고 혹평하면서 “모든 범죄 수사를 위한 영장청구권이 검사에게만 독점적으로 인정되는 현행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수사개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검찰청법 제4조는 헌법합치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한 국가의 법은 다양한 법제와 전통이 뒤섞인 하나의 유기체인데, 한 달 남짓의 기간 만에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입법을 시도하고, 결국 절충적인 안을 발의하여 통과시킨 입법자의 시도는 비록 형식적으로는 성공하였는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실패하였다”고 말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검찰 개혁은 검찰이라는 기관을 악마화하여 권한을 빼앗고 그 권한을 다른 기관에 주는 방법으로 종결되거나 시작될 수는 없는 것이며, 한 국가의 형사사법체계는 구호의 산물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찰의 지휘·감독권을 강화하는 것이 더 나은 검찰개혁 방안”이란 견해를 보이면서 “전 정권의 국회가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 시도하였다가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검찰청법에 여전히 둔 이유는, 적어도 그 특정 범죄들에 대한 검사의 전문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 효용까지 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며, “OECD 국가 중 법률로 국가의 수사범위를 (이처럼) 제한하거나 죄명이나 범죄유형으로써 직접 수사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디지털 증거 관련 규정, 인공지능 등 기술 활용 여지 감안해 마련되어야”

조선대 법학과 이원상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형사사법절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디지털 증거의 필요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전에는 ‘자백이 증거의 왕’이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이 ‘증거의 왕’이 된 현실이 이를 말해줍니다.

하지만 디지털 증거는 시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고, 따라서 디지털 증거의 수집과 개인의 기본권 침해 사이에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게 그가 내놓은 문제의식입니다.

이 교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디지털 증거에 대한 규정을 충분히 마련해 놓지 않고 있어 디지털 증거와 관련된 형사절차적 문제들이 주로 대법원 판례를 통해 형성되고 있다”며 “(따라서) 수사기관은 법원의 판결과 기관 내의 규정에 따라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고 증거능력을 인정받아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정보를 본인이 알건 모르건, 자신의 컴퓨터나 스마트폰 이외의 외부 이메일 서버, 해외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 등에 저장하는 경우가 보편화 됐는데,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그런 디지털 증거에 대한 역외 및 원격 압수에 대한 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 증거에서도 관련성 요건은 엄격하게 요구됩니다. 그런데 아날로그 증거는 육안으로 식별하여 관련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반면, 디지털 증거는 그 정보의 내용을 열어보고 확인해 보아야 관련성을 판별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이처럼 열어본 정보는 휘발성으로 인해 내용의 기밀성이 사라지고 개인정보도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로 범죄와 관련되는 키워드를 통해 데이터를 검색하여 압수를 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에는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데이터를 누락하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라고 하는 한편 “이와 같은 방식은 안티포렌식 기법을 통해 간단히 무력화 시킬 수도 있어 기술적 개선방안을 통해 선별압수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중국은 이미 인공지능 기술을 형사사법절차에 활용하여 인공지능 변호사, 판사에 이어 기소를 담당하는 인공지능 검사까지도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지금처럼 법률에는 제대로 된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판례를 통해 규범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예규, 훈령, 고시 등에 반영되는 체계에서는 디지털 증거 관련 절차에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적용하는 일이 절차법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따라서 “법률 수준에서 디지털 증거 수집과 관련된 사항들을 과거에서 예견되는 장래까지, 특별사항에서 일반사항까지 기본적인 규정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며, 그 범위 내에서 예규, 훈령, 고시 등에서 구체화 시키도록 해야 일선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나아가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인공지능 적용 디지털 포렌식 기술의 신뢰성이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며, 선별압수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자의 통제 하에 두어야 하고, 디지털 포렌식 기술 및 장비, 프로그램 등과 관련된 내용들도 보다 상세하게 규정될 필요성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 “프랑스 국가금융검찰(PNF) 참조한 전문검찰청 창립 검토 필요하다”

법무부 국제형사과 임하나 검사는 “금융경제범죄 및 부패범죄에 있어 검찰전문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존의 어느 한 검찰청을 전문검찰청으로 지정하는 것보다는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입법을 통해 전국적 관할을 갖는 전문검찰청 창립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면서, 참조가 될 만한 제도로 프랑스 국가금융검찰(PNF) 제도를 소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는 세기의 산업화와 금융위기, 세기의 대형 정치 부패 스캔들과 종전 후 여러 어지러운 경제상황을 겪으면서 금융경제분야의 사법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이에 따라 1975년 최초의 금융경제 및 부패분야 관련 특별관할이 창설된 뒤 몇 차례 수정을 거쳤다가, 2013년도에 카위작 장관 부패사건과 OECD 뇌물방지작업반의 프랑스에 대한 저조한 평가가 나오면서, 프랑스 금융경제 및 부패수사 분야에 일대 개혁을 가져왔다는 설명입니다. 

이 개혁으로 인해 창립된 것이 국가금융검찰(PNF)입니다. 부패와 탈세분야를 전국적으로 관할하는 PNF는, 국내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사취범죄와 관련한 검찰기능의 실효성을 증대시키고, 대형 금융경제범죄와 관련된 조세행정 및 형사정책실현을 용이하게 하는 사법적 매커니즘의 구성이었으며, 국외적으로는 반부패와 관련된 국제형사공조에서 영구적이고 안정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을 창립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2021년 12월 기준, PNF는 금융검사장으로 불리는 검사장 1명 및 검사 17명, 전문보조자 6명, 법률보조자 1명, 서기 10명, 기술보조자 3명으로 구성됐으며, 검사들은 금융경제분야에 조사경험이 있는 사법관 중에서 지원을 받아 선발하고 전문보조자들은 금융국(AMF) 소속 파견공무원 및 증권 조세 회계 분야에서 선발합니다.

PNF는 파리지방법원에 대응하여 설치되고 검찰의 조직구도상 파리고등검사장의 산하에 속하는데, 미국의 특별검사와 같이 검찰 외부에 별도로 설치된 독립수사기관은 아니며, 검찰 내에서 특별관할을 가지는 금융경제분야에 대한 특별수사검찰입니다.
 
PNF의 사건 관할은 4개 범죄로 “청렴성 침해 범죄, 조세범죄 등 공공금융침해범죄, 금융시장의 순기능을 침해하는 범죄, 상법 L. 420-6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입니다. 그 비율은 2021년도 기준으로 청렴성 침해범죄(50%), 공공금융침해범죄(43%), 금융시장질서침해범죄(6%), 부정경쟁행위범죄(1%) 순입니다.

임 검사는 PNF의 중요 수사 사례로 니콜라 사르코지 前 프랑스 대통령 재판매수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로레알의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베탕쿠르가 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재판과정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자신의 변호사와 함께 프랑스 파기원(우리나라 대법원급) 소속 사법관에게 “재선에 성공하면 모나코의 고위 사법관직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사법관으로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정보를 넘겨받은 혐의가 드러난 사안입니다.
 
PNF는 2014년 2월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그의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착수하여 같은 해 3월, 이들의 휴대전화 감청 압수수색을 시작했으며, 이 수사는 OCLCIFF(세금‧금융범죄 및 부패방지 중앙청)에 수사지휘 되었습니다. 휴대전화 감청 내용에서 파기원 소속 사법관의 사건 개입여부에 대한 증거가 드러나 그에 대한 수사도 곧 개시되었으며, 이후 개시된 수사판사의 예심이 종료된 후인 2017년 10월, PNF는 수사판사에게 위 3인에 대해 기소의견을 제시했습니다. 1심에서 징역 3년(집유 2년 포함)을 선고받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현재 항소심 계속 중에 있습니다.

임 검사는 “검찰은 오래 전부터 검찰 전문화에 노력을 기울여왔고 현재 각종 합동수사단 등이 설치되거나 서울남부검찰청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등이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금융경제범죄 및 부패범죄에 대해 국가 전체의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발전하지 않고 단지 특정검찰청의 전문화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PNF의 사례에서 제도적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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