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권남용이 사실이라 하여 실체진실을 가릴 수 있는가
공소권남용이 사실이라 하여 실체진실을 가릴 수 있는가
  • 김연기 법률사무소 이김 변호사
  • 승인 2021.09.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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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法)이다] 'MZ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청년층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고 변화에 유연하며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법(法)이다'는 이런 MZ세대 청년변호사들의 시각으로 바라 본 법과 세상, 인생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김연기 법률사무소 이김 변호사
김연기 법률사무소 이김 변호사

최근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벌금 80만 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고발 경위 사건이라고 할 것이다. 혹자는 이를 ‘고발 사주’, ‘청부 사주’라고 표현하며 밝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사건에 이미 음모론의 프레임을 씌우기도 한다.

최강욱 대표의 변호인은 이 추측에 불과한 음모론에 기반하여 검사의 기소가 공소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듯 보인다. 실제로 검사의 기소가 부당한 기소라고 하면서 공소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공소권남용이 사실이라면 실체진실이 달라지는 것인가?

공소권남용론에 대하여 먼저 살펴보자. 공소권남용론은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하여 기소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유죄 또는 무죄의 실체판결을 할 것이 아니라 공소기각 또는 면소판결과 같은 형식재판을 하여야 한다는 이론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라고 하여 공소권남용의 기준을 설시하고 있다(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다577 판결).

구체적으로 공소권남용의 경우라고 살피는 예시를 살피면, ① 혐의없는 사건에 대한 기소의 경우 법원이 무죄판결을 선고함으로써 해결된다고 보고, ② 기소유예를 함이 상당한 사건에 대한 기소의 경우 이는 유죄판단인 바 기소 자체가 부당하다는 결론에 바로 이르지 못한다고 보며, ③ 다른 피의자들을 기소하지 아니하면서 일방에 대하여만 차별적으로 기소하는 경우와 관련하여서는 법원이 이미 공소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대법원 2012.7.12.선고 2010도9349 판결)임을 알 수 있다. 즉 공소권남용의 인정범위는 극히 좁음을 알 수가 있다.

최강욱 대표의 사건을 살펴보자. 혐의없는 사건에 대한 기소가 아니다. 제1심 판결도 유죄 판결하였다. 당연히 기소유예함이 마땅하지도 않다. 차별적 기소 역시 아니다. 

최강욱 대표에 대한 고발 경위가 그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경우와 같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고발 경위의 부당을 나타낼 뿐이지 그 후 이 고발에 따라 사건을 배당받아 기소에 이른 검사의 미필적 의도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검사가 혐의있는 사건에 대하여 기소를 한 것을 갖고 실체진실의 발견에 따른 형사법 집행 이외에 어떠한 미필적 의도가 있다고 살필 수 있는가. 

한편 공소권남용론은 스스로 실체진실과는 무관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최강욱 대표에 대한 고발 경위가 어떠하든 이로 인하여 최강욱 대표가 허위사실을 공표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바뀌지는 아니함이 너무도 명백하지 않은가. 법원은 공표한 사실이 허위인지 아닌지, 그 공표가 사실의 공표인지 의견의 개진인지에 대하여 판단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럼에도 최강욱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고발 경위에 대하여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사실관계가 밝혀진다고 하면 인턴을 하지 않은 자가 인턴을 한 것이 되고, 인턴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인턴을 하였다고 말을 한 것이 새삼 진실한 사실이 되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법원은 필요에 의하여 많은 법률상의 의무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여기곤 한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라는 표제 하에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강행규정을 위반해가면서까지 판결을 미룰 이유가 무엇인지 매우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형사법집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체진실 발견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라고 여기고 있다. 증거를 따라가 기소에 이르게 된 것인데, 고발경위의 의문이 있다고 하여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 더욱 이상한 것 아닌가.

실체진실에 대한 다툼이 더 없다면 실체진실과는 무관하고, 검사의 공소제기의 미필적 의도도 증명하지 못하는 고발경위가 최강욱 대표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정치적인 문제에 불과한 것에 음모론을 더하여 특정 대통령 예비후보의 대선 낙마를 의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닌가. 이런 정치적 음모에 법원의 판단이 좌우되어야 하는 것인가.

법원이 이 격동의 시기에 진정으로 중심을 잡고 법치를 실현하여 상식이 바로서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여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연기 법률사무소 이김 변호사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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