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중개업체에 비용 지급 여부 두고 법적 다툼
결혼식 했어도 혼인신고 안 했으면 혼인 불성립

[법률방송뉴스]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이면과 의미를 들여다보는 ‘판결의 재구성’, 오늘은 ‘국제결혼’ 얘기해 보겠습니다.

광주 남구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국제결혼중개업자 양모씨를 통해 지난해 1월 라오스 현지에서 여성 6명과 맞선을 본 뒤 이 가운데 1명의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게 됐습니다. 

라오스 현지에서 전통결혼식을 올리고 호텔로 들어갔는데 문제는 결혼식 2시간 뒤 진행된 피로연에서 불거졌습니다. 

방금 결혼식을 올린 신부가 피로연장을 돌아다니며 피로연장의 모든 남자들에게 술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뭔가 싶어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라오스 여성과 혼인을 파기했습니다.

그리고 김씨는 결혼중개업자 양씨의 요구에 한국에 돌아오면 결혼비용의 90% 등 1천880여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정서를 작성해줬습니다.

그러나 귀국한 김씨가 이를 지급하지 않자 양씨는 약정서 금액과 위자료 500만원 등 2천38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핵심 쟁점은 일단 결혼식까지는 마쳤는데 결혼중개업체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봐야 하는지 여부와, 혼인이 성립한 게 아니라면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입니다.   

양씨는 재판에서 "김씨가 라오스 결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못한 것으로 결혼 파기 사유가 될 수 없고 김씨에게 유책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단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은 “결혼중개란 결혼을 위한 상담 및 알선 등의 행위를 말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민법 ‘제812조 ‘혼인의 성립’ 조항 1항은 ”혼인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두 조항에 비춰 이 사건을 보면 결혼식을 올리긴 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까 혼인이 성립한 상태는 아닙니다.

그러면 혼인이 성립하지 못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져야 합니다. 

관련해서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국제결혼중개업자 양씨의 법률적 관계를 결혼중개계약 사무의 처리를 위임받은 ‘수임인’으로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681조 ‘수임인의 선관의무’ 조항은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김씨가 라오스 여성과 결혼을 파기한 사실에 비추어 결국 양씨의 이 사건 중개계약에 정한 수임사무는 완료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2020가소3504 국제결혼비용) 

그 다음 수순은 수임사무가 완료되지 못한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를 판단해야 합니다. 

재판부는 일단 이번 사건 계약에 대해 “이 사건 중개계약은 양씨가 청구한 소송의 소장부본 송달로 중도해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686조 '수임인의 보수청구권' 조항 3항은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중에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위임이 종료된 때에는 수임인은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김씨는 결혼중개업자 양씨에게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와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의 귀책사유만으로 혼인이 불성립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김씨의 책임을 60%로 제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김씨는 양씨에게 애초 약정서상 금액의 60%에 해당하는 1천12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피로연장에서 남자들을 찾아다니며 술을 따르는 새색시를 보며 김씨 입장에선 ‘전에 직업이 뭐였지, 내가 지뢰 밟은 건가’ 같은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그 라오스 여성 입장에선 어렵게 국제결혼을 결심하고 결혼식까지 마쳤는데 난데없이 혼인이 뒤집어졌으니 정말 황당했을 것 같습니다. 

문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씁쓸한 해프닝, 서로 말 몇 마디만 해봤어도 풀릴 일이었을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그게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과 역지사지의 태도는 여러 모로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판결의 재구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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