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로 보는 법 이야기 - 불완전한 법 규정으로 인한 국민들의 아우성
영화 ‘도가니’로 보는 법 이야기 - 불완전한 법 규정으로 인한 국민들의 아우성
  • 최종화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20.07.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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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최종화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종화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광주인화학교에서 자행된 끔찍한 범죄가 재조명될 수 있었고, 뒤늦게나마 일부 가해자들이 응분의 처벌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지난회에서 설명을 드린 바 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성범죄가 친고죄에 해당하여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하게 되면서 분노하였고, 친고죄 규정의 제정 취지에 따른 순기능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성범죄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악법으로서 더 이상 존속시킬 수 없다는 의지가 결집되어, 결국 2012년 모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은 일괄 삭제되었습니다. 이러한 개정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친고죄 규정의 존재 여부에 따라 고통받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불완전한 법 규정으로 인한 폐해는 곳곳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일례로 재개발·재건축조합의 조합장에게 부과되는 정보공개의무와 그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 제2호는 조합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조합원명부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동조 제3항은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제외하고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견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집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모든 개인정보 일체가 포함된 조합원명부를 아무런 조건 없이 공개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내지 제18조는 개인의 비밀 보호를 위하여 공개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데, 최근 국민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공개된 조합원명부에 기재된 휴대전화번호로 연락이 오는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주요 개인정보가 공개된 사실에 대하여 조합에 항의하는 예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걸려오는 전화 내용은 부동산중개업자나 브로커들의 광고·권유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대위에서 이를 이용하여 모든 개인정보가 포함된 조합원명부의 공개를 요청(조합원의 정보공개 신청시 사용목적을 소명하거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공개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합니다)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휴대전화번호를 가리고 이를 제공한 조합장을 도시정비법위반으로 고발하는 사례가 너무나도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합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도시정비법상 정보공개 청구의 취지는 날이 갈수록 퇴색하고 있으며 비대위가 조합장을 끌어내리기 위한(도시정비법 제43조 제1항 제5호 조합 정관 규정에 따라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조합 임원 결격사유가 됩니다)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고,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한 경우도 있는 반면 기소되어 벌금형이 선고된 예도 있기에, 많은 조합장들은 이같은 개인정보 보호와 알 권리의 보장이라는 두가지 의무의 충돌 상황에서 전과자가 될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도시정비법과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이와 같은 ‘특정 목적에 의한 무분별한 전과자 양산’이라는 불합리한 상황은 충분히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불완전한 법 규정으로 인하여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과 입법권자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벌금 100만원짜리 사건, 그리고 재개발·재건축조합. 너무나도 작은 사건이고, 또 남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최종화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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