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영화 ‘의뢰인’의 한철민은 아내가 본인의 과거 범죄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이유로, 아내를 무참히 살해합니다. 그래놓고도 천연덕스럽게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며, 꽃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를 찾아달라 울부짖고, 범인으로 지목된 데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인면수심의 인물입니다.

물론 한철민이 아내를 살해한 동기가 ‘돈’ 때문이 아님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죽었으니 한철민은 원칙대로라면 아내의 1순위 상속인으로서 아내의 모친과 공동으로 아내의 재산을 상속하게 됩니다. 나를 살해한 가족이 나의 상속인이 된다는 것.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영화 속으로 들어가 상속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민법 제1004조는 상속인의 결격사유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①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②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③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④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⑤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의 경우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함을 명시하고 있는 것인데요. 패륜적인 행위로 가족의 생명과 신체에 해를 가한 경우, 상속인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도 보입니다.

즉, 한철민은 아내를 살해하였기 때문에 아내의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아내의 모친 재산 또한 상속(대습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아내가 사고로 사망하였다면 한철민은 장모님의 재산을 대습상속(추정 상속인이 상속의 개시 이전에 사망 또는 결격으로 인하여 상속권을 상실한 경우에, 그 사람의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가 상속하는 것)할 수 있지만 배우자를 살해하였기 때문에 이 또한 결격이 되는 것입니다.

간혹 돈 때문에 부모님, 배우자, 형제를 살해하였다는 가슴아픈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요. 우리 법은 생각보다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가족보다 돈이 소중한 사람들에게 법이 권리를 지켜줄 리 없는 지당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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