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이란’과 결혼이민
영화 ‘파이란’과 결혼이민
  •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20.07.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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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적 있는 영화 ‘파이란’의 카피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 서류상의 결혼을 택한 중국 국적의 주인공 파이란(장백지 분)의 삶과 서류상 남편인 강재(최민식 분)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하여, 제3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제22회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각 수상하였습니다. 삼류 건달로 살던 강재가 뒤늦게 파이란의 삶과 마음을 접하고서 방파제에서 오열하던 장면은 한국 영화사의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주인공 파이란은 중국에서 사고무친으로 살던 중 친척을 찾아 한국으로 온 중국 국적의 여인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살고 있다고 믿었던 친척은 이미 캐나다로 이민을 간 상황이었고, 파이란은 역시나 의지할 곳 없는 중국으로 돌아가기보다는 한국에서 체류하기를 원해 강재와 서류상의 혼인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서류상의 혼인이었기에 파이란과 강재는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파이란은 홀로 타국에서 강재를 남편으로 여기며 강재의 사진 한 장에 의지해 강재와 실제 함께할 날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외국인의 입국에는 체류자격이 필요하고, 외국인은 그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범위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습니다(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1항). 그런데 국민의 배우자인 외국인에게는 출입국관리법상의 ‘결혼이민’(F-6) 사증이 발급될 수 있고, 이 경우 1회에 부여할 수 있는 체류기간의 상한은 3년으로 비교적 긴 편에 속하며, 부수되는 활동상의 제약도 비교적 적습니다. 또한 배우자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외국인은 국적법 제6조에 따른 간이귀화 제도를 통해 일반귀화에 비해 간소한 절차만으로도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기에, 예전부터 혼인 제도를 외국인의 합법적 체류 수단으로 악용하였다가 형법상의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로 처벌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에 제도적으로는 결혼이민 사증을 발급하거나 체류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초청인의 소득요건 충족 여부나 부부간 의사소통의 가능 여부 등이 심사의 기준으로 추가되었고(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의5 제1항), 이에 따라 결혼이 체류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는 감소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 결혼이민 자격으로 체류하며 혼인관계를 계속하던 중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거나 그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들도 마련되기에 이르렀습니다(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의 2 [별표 1의 2]).

그럼에도 결혼이민자의 체류자격 또는 국적 취득과 관련한 이슈는 여전히 의심과 편견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혼이민과 관련해 실질적 혼인관계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가 불가피하다고는 하나, 이 과정에서는 부부관계의 지속 여부가 노골적인 쟁점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결혼이민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타의 제도들이 마련되었다고도 하나, 특정 사례에서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학대로 이혼을 한 결혼이민 여성이 일반귀화의 요건을 갖추어 국적 취득을 신청하였다가 남편과 시어머니가 쓴 사실확인서만으로 ‘품행 단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평가되어 국적 취득이 거부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혼인관계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내밀한 영역에 속해 있는 문제이고, 원래 이민을 차치하고서 결혼만을 놓고 보더라도 그 과정에는 다양한 동기들이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를 두고 지나친 의심의 눈초리로 주위를 판단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원래 출입국과 국적의 문제가 주권국가의 고유한 영역에 속한 것이기에 열린 자세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나, 편견과 혐오의 시선은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문화가 우리들 사이에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lt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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