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반환 '분노의 집회'... "학생들이 코로나 책임떠넘기기 희생양이냐"
등록금 반환 '분노의 집회'... "학생들이 코로나 책임떠넘기기 희생양이냐"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6.2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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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 예고, 법조계 동참... 혈서까지 쓰는데 정부는 "대학에서 결정할 문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혈서(왼쪽), 국회의사당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대학생. /법률방송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혈서(왼쪽), 국회의사당 앞에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는 대학생.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전국의 대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교를 상대로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집단소송을 제기한다.

전국 33개 대학 총학생회 모임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21일 "대학 등록금 반환 소송인단을 오는 26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소송인단에는 이미 72개 대학 2천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소송 내용은 1학기 등록금 환불이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가 소송대리인으로 나섰다.

전대넷은 집단소송 참여를 희망하는 대학생은 신분증 사본과 등록금 납입 증명서, 재학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준비해 전대넷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소송 참가비용은 1만원이다.

소송인단 모집 마감을 앞두고 전대넷은 2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전국 대학생 분노의 집회'를 열었다. 임지혜 전대넷 공동의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2월 추운 겨울부터 코로나19 대학가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벌써 이렇게 더운 여름이 됐다"면서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대학생들의 현실은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착잡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대넷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근거는 '학습권 침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통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수업의 질이 하락하고 학교 시설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 학습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다.

집회에서 김효민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이화여대 학생들은 360만원부터 504만원까지 대학 중에서도 아주 높은 등록금을 내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학생들은 실험도 실습도 진행하지 못하는데, 등록금은 요지부동인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최인성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에 대해 국가는 보장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2020학년도 1학기에 학생들은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책임 떠넘기기의 희생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교육대학, 예술대학 등 현장실습이 필수인 대학 학생들의 목소리는 더 거셌다. 전윤정 계원예대 부총학생회장은 "실습이 위주인 예술대학에 대한 고려는 어디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실습과목에 대한 대처와 고려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실습을 아예 멈추거나, 집에서 나무를 자르라는 교수의 요구대로 과제를 진행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수빈 춘천교대 총학생회장은 "교생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은 처음 겪어보는 간접실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실습 며칠 전에야 안내받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교육당국과 대학의 무대책 때문에 등록금뿐 아니라 주거비용으로도 고통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효민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은 "대학에서 곧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말만 듣고 학생들은 비싼 월세와 보증금을 내고 학교 앞으로 모여들었다"며 "하지만 한 학기 온라인 수업이 확정되면서 학생들의 주거권은 내동댕이쳐졌다"고 말했다.

◆ 정치권은 "대학생들 심정 이해"... 교육부는 "대학에서 결정할 일"

그간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는 건국대가 학생들과 논의를 거쳐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기로 하면서 집회와 소송 등 적극적·집단적 움직임으로 발전했다. 건국대는 지난 15일 1학기 등록 재학생 1만5천명의 2학기 등록금 중 일정액을 감면해 주기로 총학생회와 합의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등록금 일부 환불을 약속한 대학은 건국대가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유일하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등록금 반환 요구는 거세졌다. 대학생들의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한양대 게시판에는 지난 17일 '등록금 반환 대신 혈서가 필요하다고?'라는 제목과 함께 '등록금 반환'이라고 적힌 혈서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같은날 연세대 게시판에도 '연세대 10만원'이라고 쓰인 혈서가 등장했다. 인스타그램에 '#등록금반환'을 검색하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수백개의 탄원서가 나타난다.

정치권도 학생들의 이같은 목소리에 일단 공감하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3차 추가경정예산에 등록금 반환 관련 예산 반영을 지시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온라인 수업이 만족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대학당국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 학생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의실에도 가보지 못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다르다. 섣불리 등록금 반환 문제에 개입했다가 대학들의 반발, 세금 투입 문제 등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계산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등록금 반환 문제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그런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지원 대책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다음날 "등록금을 반환하거나 장학금을 주는 것은 학교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전대넷 공동의장은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대학은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피해 상황을 무시하고 방관하고 있고, 교육부는 겉으로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등록금 반환을 수용하려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는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진석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서울여대 교수)은 전대넷 집회 연대발언에서 "교육부와 대학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하자고 여러분들이 요청하고 있는데,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에는 여러분들이 거리에 앉아 집회해야 하는 이 상황이 매우 안타깝고 화가 난다"며 "포스트 코로나가 여전히 오지 않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다음 학기에 대한 대책, 내년 교육 예산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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