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신화통신 등 5개 중국 관영 언론 규제하자 바로 '맞불'
WSJ 발행인 "공격 의도 아니었다" 유감 표명... 폼페이오도 성명 발표

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 면에 지난 3일자로 게재된 ‘중국은 진짜 아시아의 병자’라는 제목의 칼럼. /WSJ 홈페이지 캡처
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 면에 지난 3일자로 게재된 ‘중국은 진짜 아시아의 병자’라는 제목의 칼럼. /WSJ 홈페이지 캡처

[법률방송뉴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을 비판한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을 이유로 WSJ 기자 3명에 대해 사실상 추방 조치를 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가 신화통신 등 중국의 5개 관영 언론사를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하며 규제에 나선 것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언론 분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는 19일(이하 현지시간) “오늘부터 베이징 주재 WSJ 기자 3명의 외신기자증을 회수한다”고 발표했다. 기자증이 없으면 비자 연장이 불가능한 만큼 사실상 추방 조치를 내린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표면적인 이유로 ‘중국은 진짜 아시아의 병자’라는 제목의 WSJ 칼럼을 들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WSJ 편집자는 글의 내용에 더해 ‘중국은 진정한 아시아의 병자’라는 인종차별적이고 소름끼치는 제목을 달았다”면서 “이는 중국 인민의 극렬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비난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칼럼은 국제정치학자 월터 러셀 미드 미국 바드칼리지 교수가 WSJ에 지난 3일자로 기고한 것이다. 칼럼이 게재된 지 2주일이 지나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중국 외교부의 조치는 미국의 중국 언론 규제에 보복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의 조치에 따라 조시 친 WSJ 베이징 부지국장 등 기자 3명은 닷새 이내에 중국을 떠나야 한다. 중국 정부가 외신기자에 대해 기자증 갱신을 거부하는 사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기자증을 취소해 즉시 추방하는 사례는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18일 신화통신과 CGTN, 중국국제방송, 중국일보 등 5개 중국 관영 언론을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했다. 이들 매체를 언론이 아닌 중국 정부의 메시지를 홍보하는 일종의 정부기관으로, 소속 기자들은 언론인이 아닌 중국의 국가요원으로 판단한 셈이다. 

미 국무부의 조치로 이들 매체는 현재 미국 내 자산을 등록하고 새로운 자산을 취득할 때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시민권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의 명단도 제출해야 한다.

신화통신은 중국 최대의 뉴스통신사로 국무원 산하의 장관급 직속 사업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중국중앙(CC)TV의 자회사인 CGTN은 영어 등 외국어로 세계 100여개국에서 방송되는 매체다.

미국 국무부의 결정은 중국이 해외에서 자국 언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 정부가 이런 매체들을 독립적인 언론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19일 WSJ에 따르면  WSJ 발행인인 다우존스 최고경영자 윌리엄 루이스는 중국 외교부의 자사 기사 추방 조치에 대해 “WSJ은 ‘뉴스’와 ‘오피니언’ 부문을 엄격하게 분리해서 운영한다”며 “추방된 기자들은 (문제가 된) 그 칼럼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서 중국 외교부에 재고를 요청했다.

루이스 발행인은 "우리의 오피니언 면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거나 또는 동의하는 의견을 담은 칼럼을 정기적으로 싣는다. 칼럼의 제목으로 공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그러나 이번 건은 확실히 중국인들에게 놀라움과 우려를 촉발시켰다. 우리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WSJ 외신기자 3명에 대한 중국의 추방 조치를 규탄한다”며 "올바른 대응은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지, 발언을 제한하는 게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비난에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중국인들도 미국인들이 누리는 정확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과 언론의 자유를 똑같이 누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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