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파더스' 참여재판 15시간 격론... "양육비 안 준 부모 신상공개, 명예훼손 아냐" 무죄 선고 배경은
'배드 파더스' 참여재판 15시간 격론... "양육비 안 준 부모 신상공개, 명예훼손 아냐" 무죄 선고 배경은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1.15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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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배드 파더스 신상공개는 공공의 이익 위한 것"… 배심원 7명 전원 '무죄' 평결
검찰 "양육비 미지급은 공적 관심 사안 아냐... 신상정보 공개는 엄격한 기준 따라야"
배드 파더스 "양육비는 아동 생존권 문제... 국내 피해 아동 100만명, 고통 벗어나야"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개인 정보 등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 파더스' 사이트.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개인 정보 등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 파더스' 사이트.

[법률방송뉴스]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한 '배드 파더스'(Bad Fathers) 사이트 관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무죄 선고 이유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신상공개로 얻는 공공의 이익이 개인의 명예훼손 우려보다 앞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는 양육비 지급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판결이라는 평가다. 한부모 가정, 아동 생존권 등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시각을 보여준 판결이라는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모(57)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냈다.

법원은 우선 "사회 전반적으로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위기에 몰린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며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다수인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라 해결 방안이 강구되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고소인들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이번 사건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고통받는 부모가 다수 있다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려는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15시간여 동안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재판의 주요 쟁점은 이혼 후 배우자가 지급하기로 했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 이를 받아낼 방법이 신상 공개밖에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구씨는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에서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2018년 9월부터 같은 해 10월 사이 배드파더스에서 개인정보가 공개된 5명(남성 3명, 여성 2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9명 중 7명의 기소 의견을 확인했고, 지난해 5월 구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이 사건이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구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구씨의 배드파더스 신상공개 행위가 공익적 활동인지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검찰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무책임한 아빠(엄마)들'이라는 제목의 글에 담긴 이름과 사진, 양육비 미지급 사실, 거주지, 직장 등 정보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에 해당한다"며 "사인인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이들에게 확인 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침해된 사익이 크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 국세기본법, 근로기준법 등 법률에 의해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모두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의해 공개 여부와 범위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구씨 측은 이에 대해 "양육비 지급 미이행률이 80%에 육박하는데도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며 "피고인이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이유는 한부모 가정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아동의 생존권을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오로지 아이들의 양육비 지급을 위해 사이트를 운영해왔으며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을 비방할 목적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구씨 변호인은 "이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로 뒤바뀐 사건이다. 가해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들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공익적 목적으로 활동해 왔고, 이를 처벌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변론했다.

구씨는 최후진술에서 "한국에는 양육비 피해 아동이 100만명이나 된다"며 "아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7월 개설된 배드 파더스는 법원의 양육비 지급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을 압박하기 위해 그들의 사진과 이름 등 신상을 게재하고 있다. 양육비 지급 사실이 확인되면 신상정보를 삭제한다. 현재까지 400여명의 신상이 공개됐고 이 중 113명이 양육비를 지급했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양육자로 지정된 부모 중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하는 비율이 29.4%에 이른다. 2015년 27.8%보다 높아졌다.

국회에는 양육비 채무자의 운전면허 등을 취소하거나 정지하는 등 제재하는 내용 법안이 10여 건 가량 발의돼 있다.

김지현 기자 jeehyu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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