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파더스 대표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중요"
"사실 적시해도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성... 신상정보 악용 우려도"
방통위 "신상공개로 인한 공익성 크다"... 사이트 차단 요구 기각

[법률방송뉴스] '배드 파더스(Bad Fathers)', '나쁜 아빠들'이라는 이름의 사이트가 있다고 합니다. 이혼하면서 주기로 한 아이 양육비를 주지 않은 아빠들의 명단을 공개한 사이트라고 하는데요.

공익 목적의 신상공개와 명예훼손 사이 논란이 뜨겁습니다. 법적인 쟁점을 짚어 봤습니다. '심층 리포트'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개설된 양육비 안 주는 '나쁜 아빠들'을 고발하는 '배드 파더스'라는 이름의 사이트입니다.

해당 사이트엔 주기로 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아빠들의 이름과 출생년도, 출생지와 거주지, 출신학교, 직장 등의 개인정보가 사진과 함께 적나라하게 올라 있습니다.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들의 변화를 촉구한다"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사이트 이름은 배드 파더스이지만 남녀를 가리지 않고 주기로 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사진이 모두 올라와 있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일각의 비판과 명예훼손 등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음도 잘 알지만 오죽하면 이렇게 하겠냐는 겁니다.

[구본창 배드 파더스 대표]
"현재 우리나라에 있잖아요.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가 100만입니다. 양육비 피해자가 100만인데 법으로는 양육비를 법원에서 주라고 판결를 해도 지급하지 않고 버텨버리면 답이 없어요. 그러다보니까..."

실제 배드 파더스 사이트 구본창 대표는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지금까지 당한 고소만 13건에 이릅니다. 

법조계에선 일단 양육비 미지급이 사실이어도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회적 평판을 깎아내렸기 때문입니다.

행여나 사실이 아닐 경우 처벌 수위는 훨씬 높아집니다.

[김경환 지적재산·정보보호 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민후]
"문제는 무고한 사람들이 노출이 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악용 가능성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비난 받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라든지 아니면 잘 주고 있는데도 감정상 올린다든지 이런 경우도..."

이런 가운데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아빠들이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을 이유로 낸 배드 파더스 사이트 차단 요구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2일 해당 건을 기각했습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 개인의 명예훼손도 중요하지만, 신상 공개로 인한 공익성이 더 크다는 것이 방심위 판단입니다.

하지만 공익을 앞세운 방심위 유권해석에도 명예훼손은 물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상당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입니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처리하려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런 동의가 없었으니 엄연히 불법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구태언 지적재산·정보보호 전문 변호사 / TEK & LAW 법률사무소]
"양육비 미지급이라는 것이 워낙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니까 폭로하는 게 좋다, 이런 것이잖아요. 그게 방통심위 의견이라면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보지만 단지 개인정보보호법만으로는 (공개의) 적법한 근거가 없어 보이는데..."

이처럼 범법자가 되는 걸 무릅쓰고서라도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을 공개하는 데에는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제도가 미비한 측면이 큽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이혼 뒤 주기로 한 양육비 지급 이행률은 2016년 37%, 2017년 37%, 2018년은 10월 기준 33% 밖에 되지 않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일단 이혼을 하고 나면 10에 6명 이상이 애초 주기로 한 양육비를 주기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미국과 캐나나 등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 등의 제재를 가하고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은 징역형에 처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 번에 주고받고 한 번에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상당히 주고받는데 어려움이 있거든요. 그래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양육비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과 그것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한데..."

이런 가운데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헌법재판소에 ‘양육비제도 진정입법 부작위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지 않아 행복추구권 등 헌법적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으니 관련 법안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입니다.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의 생존권 침해와 직결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 문제라는 게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낸 헌법소원 취지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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