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법 제33조, 공무원 결격사유로 '피성년후견인' 등 명시
"같은 지병·장애 있어도 성년후견 신청 안 하면 공무원 신분 유지"
"피성년후견인 공무원 자동퇴직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법률방송뉴스] 수십년간 검찰공무원으로 성실히 근무하던 중 가슴통증으로 급작스럽게 쓰러졌습니다. 병원비와 대출금 등 처리를 위해 전업주부였던 부인이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남편의 '성년후견인'이 됐습니다.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오늘(1일) 법률방송 LAW 투데이는 불합리한 '성년후견인 제도'에 대해 집중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불합리한 처분과 법률 조항에 대한 소송과 위헌법률심판제청 기자회견 현장의 목소리부터 전해드립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가공무원법 당연퇴직 조항은 위헌이다. (위헌이다! 위헌이다!)"

장애인과 인권 단체 등으로 구성된 ‘성년후견제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오늘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난 2013년 7월 처음 시행된 성년후견인 제도는 정신지체나 치매 등 사회적 약자들이 일상생활을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후견인을 둬서 지원을 해주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현재 성년후견제는 그 본래 취지와 달리 후견을 받는 사람의 헌법상 기본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이 기자회견을 연 이유입니다.

대표적인 게 당장 국가공무원법부터 피성년후견인이 되면 공무원 자격을 자동 박탈하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평생 일했던 곳에서 직장에서 명예롭게 퇴직을 못 하고 그동안 일했던 이런 가치들을 무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공대위가 말한 '가치들은 무시당하는 사건'은 검찰공무원으로 25년간 재직한 김모씨 사건입니다.

김씨는 근무 도중 가슴통증으로 쓰러졌고 병원비 마련과 대출 상환 등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편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해 남편의 성년후견인이 됐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평소 희망대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김씨의 아내는 청천벽력 같은 현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남편이 수십 년 성실하게 봉직했던 검찰과 법무부는 남편이 피성년후견인이 되는 순간 ‘당연퇴직’시킨 겁니다.

김씨의 부인은 남편이 무슨 성범죄나 뇌물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하다 쓰러져 먹고살려고 성년후견을 신청한 것뿐인데 그게 무슨 죄냐고 항변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왜 성년후견인 제도에 들어가서 피성년후견인이 되면 왜 공무원의 자격이 박탈되는지 왜 그것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이렇게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은 헌법에서 말하는 법 앞에서 평등한 것이 아니라 모든 법 앞에서 장애인은 어때요. '불평등하다'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명시하는..."

공무원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는 성범죄 증과 함께 제33조 1에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정신지체나 장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수십년 성실히 근무해오던 사람을 피성년후견인이 됐다고 어느 날 갑자기 공무원 직위에서 자른 건 명백한 헌법상 기본권과 인권 침해라는 겁니다.

[이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지평]
"이로써 망인은 당연퇴직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고 더 나아가 이제까지 받았던 급여를 빼앗기고 보험료까지 추징당하고 맙니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국가공무원법의 당연퇴직 규정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규정은 명백한 헌법위반입니다."

이에 김씨와 가족들은 잃어버린 공무원 지위와 권리를 다시 찾기 위해 공무원 지위 확인 소송을 준비하던 올해 5월, 그만 병세가 악화되며 김씨는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공동대책위는 고인의 생전 유지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에 피성년 후견인 공무원 자격제한에 대한 임금 등 청구소송과 해당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헌재에 내기에 이른 겁니다.

"법이 국민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보장해주기 위한 법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이번 소송과 위헌 제청을 한다"는 것이 공대위의 말입니다.

공대위는 "법원과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바람도 아울러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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