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성년후견인, 정신지체나 치매 등 사회적 약자 '후견' 취지로 2013년 7월 도입
도입 취지 무색하게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지나친 권리제한 법령만 300개 넘어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후견 아닌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성년후견제도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피성년후견인의 공무원 자격을 제한한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대해 공대위 위헌심판을 제청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어떻게 되나요.

[장한지 기자] 한마디로 헌법상 평등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단적으로 같은 병을 앓아도 후견인을 신청하지 않으면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고 후견인을 신청하면 공무원 자격을 박탈하는 건 애당초 말이 안 된다는 건데요.

사건을 맡고 있는 이지혜 변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이지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 사단법인 두루]
"이 규정은 망인이 피후견인이란 이유로 그를 세상에서 배척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규정은 후진적인 입법입니다. 당연퇴직 규정은 세계 주요 국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때입니다."

[앵커] 그런데 성년후견인을 신청한 사람들에 대한 이런 차별 법령이 한두개가 아니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피성년후견인이 됐다는 이유로 권리행사를 막고 차별하는 법령이 어림잡아도 300개가 넘는데요. 몇 개만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김씨 경우처럼 국가공무원법만 그런 게 아니라 지방공무원법이나 경찰공무원법에도 피성년 후견인은 당연퇴직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고요.

공무원뿐 아니라 변호사나 세무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공인중개사 등 이른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은 대부분 가질 수 없고 이용사나 미용사, 화장품 제조나 판매, 안경사, 주택관리사, 경비원 등도 할 수 없습니다.

더 난감한 건 민간 기업도 '공무원 임용에 결격사유가 없을 것'이란 임용 자격을 인사 규정에 준용하는 곳이 많아 취업하기도 어렵고요. 취업을 했어도 결격사유가 돼버려 잘릴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더 황당한 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게 성년후견제의 취지인데 피성년후견인이 되면 장애인 관련 직원 활동이나 국가시험에도 응시할 수 없도록 장애인복지법 등에서 규정이 돼 있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누구를, 무엇을 위한 장애인 후견 제도냐는 비판입니다.

[앵커] 그런데 애초 왜 이렇게 피성년후견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령들이 생겨난 건가요.

[기자]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성년후견제도는 2013년 7월 폐지된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대신해 도입됐습니다. 

금치산제도가 금치산자 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행위 무능력자로 간주하고 어떤 법률 행위도 하지 못하게 제약해 과도하게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나름 개선이라면 개선 조치였는데요.

그래서 성년후견제도는 기본적으로 성년후견을 받는 사람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후견인은 말 그대로 후견, 돕는다는 취지로 시작됐는데 결과적으로 관련 법령 정비가 함께 따라가지 못하면서 금치산자가 피성년후견인으로 용어 변경만 됐을 뿐 차별은 여전히 남아있게 된 것입니다.

[앵커]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일단 법무부는 지난 2010년 '성년후견제 관계 법령 정비 위원회'를 구성해 각각의 법령들을 관할하는 일선 부처들을 위한 제도개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가시적인 변화나 성과는 거의 없습니다.

관련해서 법무부는 지난 7월 법제처와 공동으로 275개 법안의 피성년후견인 결격조항을 우선적으로 정비하겠다고 국무회의에 보고한 바 있는데요.

관련 진척상항이나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등 진행 예정 사항을 묻는 법률방송 질의에 이렇다 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뭐든 할 때 한 번에 제대로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네요. 오늘(1일)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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