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수치심 유발 문자 반복 전송 60대 고소
검찰, 여성 나체사진 근거로 '혐의없음' 처분
고소 여성 "치욕스러워 엎드려 운 것 뿐인데"
여성단체 "검찰, 전지적 가해자 시점 수사"

[법률방송뉴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문자를 자꾸 보내는 60대를 고소했더니 성적으로 친한 사이임을 입증하겠다며 피해 여성의 나체 사진을 검찰에 제출한 황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이 여성이 명백한 불법 촬영물이라며 추가 고소를 했지만 검찰이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는 소식, 지난해 12월 저희 법률방송에서 단독 보도해 드린 바 있는데요.    

관련해서 오늘(5일) 대검 앞에선 검찰의 가해자 중심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현장을 김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늘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앞, 

성폭력 피해에 대한 검찰의 가해자 중심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가해자 중심 편파 수사, 더 이상은 못참겠다. 못참겠다. 못참겠다”

사건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40대 여성 이모씨는 60살 문모씨가 성적으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문자를 자꾸 보내오자 문씨를 고소합니다.

이씨 입장에선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줄 알았던 문씨는 그러나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습니다.

내연관계임을 입증하겠다며 문씨가 낸 이씨의 나체사진을 경찰과 검찰 모두 증거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성폭행 당할 상황에서 찍힌 불법 촬영물이라는 이씨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진선 활동가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해당 사진은 불법 촬영물이다. 관계를 입증할 수 있을 만한 근거가 나체 사진 뿐이라면 그것은 오히려 그 관계의 폭력성과 비정상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법률방송 보도 이후 해당 검찰청 차장검사는 이씨를 불러 면담했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이모씨 / 고소인]
“제가 차장검사님 만났을 때도 검찰 수사가 수사기관에서 무엇이 범죄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는 게 수사기관 역할인데 안 하시고...”

검찰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고수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입니다.

사건 발생 전 피의자와 고소인이 성관계를 한 적이 있는 점, 사건 당일 나체로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는 점, 사진 속 이불이 흐트러지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 등입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성폭행 등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찍힌 사진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이런 태도 자체가 바로 지극한 가해자 중심적 사고라는 것이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비판입니다.

강제로 옷이 벗겨진 게 무섭고 억울해서 침대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는 피해자 주장을 검찰이 가해자 말만 듣고 별다른 근거 없이 배척했다는 겁니다.

[장예진 활동가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자다움‘ 이라는 잘못된 사회적 통념과 가해자 중심의 사고와 인식, 피해자에 대한 비합리적인 편견으로 피해회복은 커녕...
 
불법사진 한 장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성범죄가 근절될 것이라는 게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말입니다. 

이씨 사건은 현재 대구고검에서 항고가 진행 중입니다.

가해자 중심의 수사로 피해자의 진술은 배제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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