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비하 문자 폭탄 받은 여성,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남성 고소
"내연관계 입증하겠다"... 피고소인, 고소인 '나체 사진' 검찰 제출
검찰 "나체 사진 찍는데 동의하지 않았다는 증거없다" 불기소 처분
"피고소인, 나체 사진 삭제 요구에도 불응... 현행법으론 방법 없어
[법률방송뉴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하도 성적으로 수치심을 일으키는 문자를 보내와서 고소를 했더니, ‘그런 문자를 보낼만한 사이다. 내연 관계임을 입증하겠다’며 여성의 나체가 찍힌 사진을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황당한 나체 사진 수사와 검찰 불기소 처분, 김태현 기자가 관련 내용을 단독으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47살 이모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60살 문모씨로부터 지난 2016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문자를 지속적으로 받았습니다.
내용은 전부 원색적인 막말로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내용들입니다.
이에 이씨는 문자를 보낸 문씨를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해달라며 고소했습니다.
황당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문자를 보내온 문씨가 “서로 내연관계였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며 고소인 여성의 나체 사진을 검찰에 제출한 겁니다.
[이00 / 고소인]
“그 사진이 존재하는 것 조차도 몰랐어요. 그리고 더 악랄하고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그런 의도가...”
당사자는 존재도 몰랐던 나체 사진, 이에 이씨는 성폭력처벌법 카메라 등 이용 범죄 혐의로 문씨를 추가로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또, 이씨 입장에선 더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검사가 “이씨가 나체 사진을 찍는데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문씨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겁니다.
[이00 / 고소인]
“검사님이 비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라고 말씀 하셨어요. 추가 조사도 없었고...”
이씨 입장에서 더 기가 막히고 이해할 수 없는 건 자신의 나체사진을 지워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몰래 카메라 촬영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이상, 사진을 유포하지 않고 가지고만 있는 것은 처벌할 수도 없고, 나체사진을 지우게 만들 어떤 방법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지훈 변호사 / 고소인 변호인]
“고소인에 대한 다른 사진이나 영상이 있을 가능성도 있었고. (검사가) 단순히 피고소인을 검찰청으로 불러서 임의로 삭제해달라는 요구만 하셨는데 피고소인은 당연히 따르지 않았거든요”
이 때문에 검찰이 성폭력처벌법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너무 좁게 해석해 소극적으로 수사에 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완 교수 /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몰래 카메라 촬영죄는 아는 사이이건 모르는 사이이건 본인의 허락이 없이는 다 몰래 카메라 촬영죄에 해당이 됩니다. 요건에만 적합하다면 압수수색을 해서 수사를 해야 됩니다”
다른 사람의 휴대폰에 나체 사진이 찍힌 여성이 자신은 몰카 피해자라며 사진을 지워달라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 현행 법제도입니다.
뭔가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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