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몰랐다" 해명이 여론 더 들끓게 만들어
2월부터 계속된 헌재 ‘8인 체제’ 8개월째 접어들어
9월 1일 헌재 창립기념일... 답답한 29번째 ‘생일’

 

 

[앵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자진 사퇴와 뒤숭숭한 헌법재판소, ‘이슈 플러스’ 김효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유정 후보자 주식 투자가 논란이라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논란이 된 건가요.

[기자] 네, 일단 액수인데요. 지난 1년 반 동안 보유하고 있는 주식 평가액이 무려 12억원 넘게 늘었습니다.

대다수 언론에서 지금 잘못 쓰고 있는 게 이 늘어난 주식 보유 차액 12억원을 ‘시세 차익’으로 혼동해 쓰고 있는데, 일단 시세 차익이 아닌 ‘주식 보유 차액’이 12억원 늘어난 겁니다.

[앵커] 많이 늘긴 늘었는데, 늘어난 거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늘어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이유정 후보자는 어제 해명자료를 통해 부장판사였던 남편이 지난해 3월 변호사로 개업을 했는데 그 이후 남편 급여를 저축하는 대신 코스닥 주식에 투자했다,

즉, 남편 월급 등 전체 투자금액이 늘어나서 주식 평가액이 늘어난 거지, 늘어난 금액 전부가 주식으로 인한 차익은 아니다,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앵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월급이면 적지 않을 텐데, 저 해명만 놓고 보면 단순히 주식 평가액이 늘었다고 뭐라 하는 건 이 후보자 입장에선 조금 억울하기도 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논란이 되는 건 다른 이유가 더 있죠.

[기자] 네, 사고 판 주식과 이른바 투자 기법 때문인데요.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건 내츄럴엔도텍 이라는 업체의 주식인데요. 이 후보자는 이 주식을 2013년 5월에 2억 2천만원 어치를 사서, 2014년 1월과 8월 두 차례 매도했고 이를 통해 5억 3천만원 넘는 시세 차익을 거뒀습니다.

액수도 액수지만 더 큰 논란은, 이 후보자가 주식을 매입할 당시엔 비상장 상태였는데 주식을 사고 5개월 뒤 코스닥 시장에 등록됐다는 겁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부당 주식거래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앵커] 의혹이 제기될 만한데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뭐라던가요.

[기자] 네, 이 업체는 지난 2015년 4월에 발생한 이른바 ‘가짜 백수오’ 파동 관련 업체 가운데 하나인데요.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이 업체 주식은 급락에 급락을 거듭했습니다. 이때까지도 이 후보자는 이 업체 주식을 상당량 가지고 있다가 이른바 손절매를 했다고 합니다.

‘내부 거래였다면 그 전에 팔았지, 사태 이후 팔았겠냐, 그러니 내부 거래가 아니다’, 라는 게 이 후보자 해명입니다.

[앵커] 이 해명은 별로 설득력은 없어 보이네요, 가짜 백수오 파동이야 그 업체도 예측하지 못했던 악재일 텐데, 그걸 몰랐다는 거를 근거로 내부 거래가 아니다, 라는 건 별로 논리적이진 않아 보이네요. 다른 의혹들은 또 뭐가 있나요.

[기자] 네, 이유정 후보자의 주식 투자 실력이 하루종일 주식 투자만 하는 전업 투자자나 이른바 주식 고수보다 훨씬 낫다는 건데요.

일례로 ‘디에스케이’ 라는 업체 주식은 한 주 당 8천 800원에 사서 3만원 넘을 때 팔아 8개월 만에 3억 2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고요. 한 주에 7천원에 사들인 또 다른 주식은 5개월 뒤 주가가 2배로 뛰었다고 합니다.

물론 일부 손해를 본 주식도 있긴 하지만, 이른바 단타매매로 짭짤한 이득을 보는 등 웬만한 주식 전문가는 저리가라 할 정도의 실력인데, 이게 이 후보자 실력이냐,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의혹입니다.

[앵커] 이 후보자는 어제도 입장문 발표를 통해 이런 의혹들을 전부 부인했죠.

[기자] 네, 그 어떤 ‘불법적’ 인 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후보자 해명인데요. 그런데 이 후보자가 발표한 ‘입장문’ 이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부은 측면도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공직 후보자로서 저의 재산 형성 과정에 여러 논란이 있는 점, 그런 논란들이 국민들이 가지고 계시는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말했는데요.

알게 되었다, 즉 그 전까지 몰랐다는 겁니다. 평범한 시민들 입장에서 주식 투자로 몇 개월에 몇 억씩 턱턱 버는 걸 그럼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 거냐, 이런 식으로 여론을 더 들끓게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주식 거래 문제에 앞서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었는데요, 특정 정당을 지지한 전력에 대해 이 후보자는 “사회적 약자 편에 선 것”이라고 답했는데, 그럼 국민 눈높이 하고 사회적 약자는 뭐가 다르냐, 이런 지적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겠네요. 이 후보자 자진 사퇴로 헌재는 8인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겠네요.

[기자] 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월 31일 임기만료로 퇴임하면서 헌법재판소는 8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이유정 후보자 사퇴로 8인 체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처리마저 계속 지연되면서 헌재는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이유정 후보자 자진사퇴 관련해서 헌재 입장이 나온 게 있나요.

[기자] 네, 한마디로 ‘입장이 없다’가 입장인데요. 헌재 관계자는 법률방송의 질문에 “임명권자 권한이고 결정인데 우리가 어떻다 저떻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헌재 입장을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앵커] 네, 오늘 9월 1일은 헌법재판소 창립기념일입니다. 오늘이 29번째 생일인데, 참 뒤숭숭해 보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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