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학장단 전원 사퇴
원광대 의대 학장 등 보직 사임

5일 오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삭발식을 열고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삭발식을 열고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현장에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이탈 등 집단행동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의대 교수들은 공동 성명을 내거나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의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습니다.

◇ 전공의 복귀 요원... 추가 사직자도 발생

오늘(7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대전의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과 천안지역 대형병원의 경우 2명을 제외하고 복귀한 전공의가 없으며, 오히려 추가 사직자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천안 단국대병원에서는 전날 전공의 2명이 사직서를 제출해 사직 인원이 전체 148명 중 109명으로 늘었습니다.

인천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들도 상당수가 의료현장에 복귀하는 대신 재계약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11개 수련병원의 전체 전공의 540명 중 66.6%에 해당하는 36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고, 199명이 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의대 교수들도 이탈 조짐... 의대 증원 반발

이렇듯 의료 공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의대 강의와 함께 병원 진료를 겸하는 교수들마저 의대 신입생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장단은 이날 대학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습니다.

정연준 학장은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100% 증원은 주요 의과대학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전원 휴학 및 유급의 사태를 막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 예과 1학년은 전원 유급이고 내년에는 현 정원의 3배수가 동시에 수업받아야 하기에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상국립대 의대도 전날 보직 교수 12명 전원이 보직 사직원을 냈고, 보직이 없는 교수 2명은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 가능성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원광대의과대학·원광대학교병원·산본원광대학교병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교수 일동은 현재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과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향후 정당한 주장을 하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어떠한 피해라도 발생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원광대 의대 학장을 비롯한 교수 5명은 대학 측의 의대증원 신청 규모에 반발해 보직을 사임했습니다.

충북대병원은 전공의 151명 중 149명이 병원을 이탈한 데 이어 최근 심장내과 교수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등교육법 위반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현행 고등교육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협의회를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오늘(7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에 이러한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협의회 측은 서면에서 "정부의 증원 처분은 교등교육법령이 정한 대입 시행계획 변경 기한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고등교육법 강행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당연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입학 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규정한다. 공표한 시행계획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2025학년도 대입 모집정원이 2023년 4월 발표됐고, 정부의 의대 증원은 대통령령에서 규정한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이라는 것이 협의회 측의 주장입니다.

협의회 측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대통령령이 정한 6개 변경 사유 중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대 증원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해당 규정은 2017년 경북 포항의 지진 발생으로 수능이 밀리면서 입시 일정을 조정해야 돼 추가된 것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천재지변과 유사한 상황으로 인한 대입 시행계획 변경에 적용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규정이 있는 이유는 그만큼 대입전형의 변경이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권력자의 자의에 의한 행정으로 발생하는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침해, 헌법 파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다"고 강조했습니다.

협의회는 지난 5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오는 14일 오후로 지정했습니다.

◇ 병원, 사태 장기화에 대비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하고 의대 교수들까지 자리를 떠날 것으로 보이자, 병원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전남대병원은 전날 입원 환자가 급감한 2개 병동을 폐쇄하고 해당 병동 의료진을 응급·중환자실과 필수의료과 등에 재배치했고, 부산대병원은 유사 진료과 병동을 통합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아대병원은 이미 응급실 병상을 40개에서 20개로 축소해 운영 중이고, 을지대병원 응급실에서는 피부과·정형외과·정신과·이비인후과 진료는 불가능하며 신경외과는 평일 업무시간에만 진료를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병원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간호사 등 일반직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 집단 휴직 기간에 무급 휴가를 자율적으로 신청받겠다는 직원 공지를 내렸고 경희의료원도 전체 일반직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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