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명문 정당이 아니라 '멸문 정당'이 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민주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비명계 소외론, 여론조사 불투명성 등으로 논란이 됐던 민주당 공천 내홍이 '임종석 컷오프'가 도화선이 돼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은 '공천 학살', '이재명 사당화'라며 당 지도부를 향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친명횡재,비명횡사'라는 조롱 섞인 신조어까지 나왔다.
사실 공천 갈등은 선거가 치러질 때면 의례적으로 있어왔던 일이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에는 하위 평가 명단에 들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스스로 약점을 내보이는 일이었다. 자칫 "의정 활동을 잘하지 못했다"는 '낙인 효과'가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하위 평가를 통보받았어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의원들은 저마다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하위 평가를 받았다" 밝히며 '커밍아웃'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당내 공천 시스템에 대한 의원들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노골적인 공천 학살에 대한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낼 당시 직설적인 발언과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며 '사이다'로 불리던 이 대표는 공천 잡음이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그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재판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7일 의총에 깜짝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이 대표는 어제(28일) 침묵을 깨고 "갈등과 반발은 필연적"이라며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는 것처럼 세대교체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도 주어져야 하고 특히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 공천에는 문제가 없으니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이 대표의 말처럼 새로운 정치를 위한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떡잎과 앞물결, 새순과 뒷물결에 대한 설득력이다.
하위 10% 평가를 받은 박용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와 경쟁했던 인물이며, 대표적인 친문계 인사인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는 전략 지역으로 지정됐다. 당 내에서 비중이 있고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리더격 인물들이 잇따라 공천에서 배제되는 양상은 이 대표가 '사당화'를 통해 다음 대선에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이들의 싹을 미리 잘라놓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이 대표가 내세우는 새순과 뒷물결은 진정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나갈 인물들인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측근들이나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한 이들, 자신과 측근을 변호했던 변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천 파동을 놓고 일각에서 "민주당은 지고 이재명 대표는 이기는 길을 선택했다"는 비난까지 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 하다. 그는 친문계 인사들의 탈당 움직임에 대해 "입당도 자유이고, 탈당도 자유이다.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하겠다는 것은 국민들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재명 대표의 선택은 끝났고 이제는 국민의 선택이 남았다. 4월10일 총선에서 당초 목표였던 정권 심판을 이뤄낼지, 아니면 내부 분열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참패할지, 그 결과는 국민들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