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사업장도 '중처법'... "처벌 대상되는 줄도 몰랐다"
"오너 구속되면 회사 망하는데"... 직접적 인과관계도 모호

[법률방송뉴스]

▲진행자

올해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5인 이상 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산업계가 난리입니다.

당장 일부 영세 업체는 "사업을 접겠다"고 아우성이고, 곳곳에선 사고가 터지고 있습니다.

중처법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산업 현장은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석대성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산업 현장 관계자 A] (음성변조)
"현장에서 느끼는 불안감이라든가 이런 게 되게 강하고요. 자영업 작게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중대재해처벌법과 아무 관계가 없는 걸로 대부분 알고 있었어요. 느끼는 불안감이 어마어마하게..."

새해라는 기대감보단 걱정으로 시작한 2024년.

특히 영세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는 불의의 사고 한 번이면 평생 일군 사업장의 문을 닫을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진보권의 반대로 올해 초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첫 사고는 처벌법 확대 시행 나흘 만에 일어납니다.

부산의 한 폐알루미늄 처리 업체에서 30대 근로자가 화물 적재함에 끼여 숨졌고, 다음날엔 평창에서 태양광 건설 현장의 50대 근로자가 추락사했습니다.

지난 13일엔 충주의 한 농기계 제조 회사에서 지붕 위 낙엽을 쓸던 60대가 떨어져 숨졌고, 정읍의 한 사료 공장에서도 분쇄기를 고치던 50대 하도급업체 노동자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합니다.

50인 미만 사업장까지로 처벌 확대 후 이른바 중대 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현재까지 8명.

이들 회사 대표는 현행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근로자 안전을 위한 재해 방지.

당연한 의무지만, 문제는 법안이 졸속 처리돼 내용상 하자가 많고, 산업 현장도 준비가 덜 됐다는 겁니다.

대기업에 비해 여유가 없는 소기업은 안전 강화에 투입할 비용이 경제적 건전성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산업 현장 관계자 B] (음성변조)
"대기업은 회사가 크니까 대응하고 준비할 수 있는데, 소기업은 그런 게 없잖아요. (준비 못 해서) 오너가 구속되면 그 회사는 망해버리는 거거든요. 법 자체가 지향하는 효과에 비해..."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11개 조항, 5개 보칙에 그치는 중처법.

내용은 대체로 모호하고 추상적이라 행동규범으로 작동하긴 힘들고, 과도한 엄벌주의로 불안감만 가중시킨단 지적입니다.

[산업 현장 관계자 B] (음성변조)
"(재해) 원인을 제거하고, 예를 들면 복잡한 하도급 단계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 원-하청 관계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 안전관리 비용을 어떻게 지급할 것이냐 등 이런 여러 가지 구조를 하나씩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처벌하는 규정만 뚝딱..."

중처법 도입 2년간 검찰의 관련 사건 기소율은 약 80%.

법조계는 법령이 모호한데다 무혐의 처분 절차도 복잡해 기소율이 치솟은 것으로 분석합니다.

불기소 결정 절차도 복잡한데, 주임검사가 부장검사를 통해 지청장을 설득하고 대검찰청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일선 지청에서 무혐의로 결론 내려도 대검이 불승인하면 재수사 대상이 됩니다.

[산업 현장 관계자 C] (음성변조)
"법이라는 게 책임에 상응해서 처벌해야 하잖아요. 전부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걸로 돼 있는데,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그 어떤 사고의 직접적인 인과관계 정도가 어느 정도냐 등 그런 관계가 모호하다..."

수사 업무를 검찰이나 경찰로 일원화하란 목소리도 있습니다.

현행법상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와 경찰청이 함께 조사하는데, 한 사건을 두 기관이 맡아 수사가 길어진단 겁니다.

중대재해 방지법이 아닌 처벌법.

두루뭉술한 법령 탓에 전국 80만 소기업 경영인과 소상공인은 오늘도 처벌의 공포 속 사업장 문을 엽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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