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부모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부모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우려하던 '의료대란'이 현실화했습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무더기 사직서를 제출, 병원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는 전공의가 늘어나면서 의료 공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은 예고한대로 오늘(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습니다.

빅5 전공의들은 새벽 업무를 마친 후 의사 가운과 개인 짐을 들고 하나둘 병원 밖을 나섰습니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1,000명 넘는 빅5 소속 전공의들이 사직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들 5개 병원에는 전공의 2,745명이 소속돼있습니다. 빅5 전체 의사 수의 약 40%를 전공의들이 차지하고 있어 현장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전망입니다. 

이들 병원을 포함해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들도 대거 사직서를 제출한만큼 총 1만 3,000명에 달하는 전공의의 본격적인 병원 이탈 행렬이 가시화 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빅5 병원 외에도 분당서울대병원 전공의 110여 명, 아주대병원 130여 명 등 전국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전공의는 수천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복지부는 전날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라며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지만, 전공의들은 정부 방침에도 사직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이날 정오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수련병원 응급·당직 체계 핵심인 전공의들이 동시에 이탈하면서 환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환자 커뮤니티 등에는 오랫동안 기다려 온 부모님 목디스크 수술이 무기한 연기됐다며 울분을 토하는 자녀와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제왕절개 수술 연기를 통보받았다는 임신부 사연 등 피해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전이가 우려되는 암 환자들의 수술 일정도 무기한 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외래 진료 환자들도 전공의 줄사직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장담할 수 없어 조정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날부터 다수 전공의가 근무를 중단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은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의 입실이 지연됐고, 밀려드는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면서 오전부터 추가 접수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전공의들이 근무하던 병원은 의료공백을 최소화히기 위해 스케줄을 조정하고 대체인력 투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를 그대로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데다 전임의나 교수들의 당직 등도 일정 기간 이후 한계에 내몰릴 수 밖에 없어서입니다. 

하루 200건 안팎의 수술이 이뤄지는 삼성서울병원은 전날 10%가량인 수술 20건이 연기됐습니다. 전공의 이탈이 본격화되는 이날은 약 70건의 수술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공지한 상태로,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부재로 수술을 절반 이상 줄이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혼란이 가중하지 않도록 수술과 입원 조정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업무개시명령을 개별적으로 전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지 예고대로 강경한 후속 조치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는 것과 관련해 전날 회의 석상에서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겠다.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의료개혁 관철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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